[남과 북, 어제와 오늘] 북한에서 여성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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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중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오늘 이 시간부터 매주 한차례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이란 프로그램으로 청취자 여러분을 찾아뵙겠습니다. 저는 이 시간 진행을 맡은 오중석입니다.

오랜 세월 우리민족이 지켜내 온 고유의 전통과 민족 동질성을 변질 시키고 파괴해온 북한체제의 실상을 남한의 생활상과 비교해서 진단하는 대담프로입니다. 탈북 여성 지식인으로 활약하고 있는 김현아 선생님과 함께 말씀을 나눠 보겠습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김현아: 네, 안녕하십니까?

오중석: 오늘은 방송 첫 순서인데요, 먼저 북한에서의 여성의 역할에 대해서 얘기 해볼까 합니다. 북한에서는 여성도 군대에 가고 각종 노력동원이나 행사 에 남성과 똑같이 참여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점만을 갖고 과연 북한이 사회주의국가들에서 주장하는 남녀평등 사회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김현아: 제가 여성이다 보니까 남녀평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봤습니다. 북한에서는 남녀평등을 자본주의 사회보다 훨씬 먼저 했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그리고 북한에서는 남녀평등을 사회주의 사회에서 실현하고 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자들이 엄청난 차별을 받으며 산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 남한에 와서 살면서 여성의 지휘가 자본주의 사회인 남한이 사회주의 사회인 북한보다 훨씬 높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남한에서는 남녀평등이라고 하게 되면 여러 가지 기준을 가지고 재고 있지만 중요하게 '여성의 권한이 얼마나 높은가' 이것을 가지고 따지거든요. 예를 들면 국회에서 국회의원 중 여성의 비율이 얼마나 되는가, 고위 장관직 중 여성 장관의 비율은 얼마나 되는가, 전문직 종사자 비율이라든가 그리고 여성과 남성의 소득 차이 등을 가지고 평가하게 되는데요, 이런 것을 통해 보자면 북한에서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하다고 절대로 말할 수 없습니다. 그저 남녀의 동등함은 다 같이 당의 노선, 수령의 노선을 실천하는 일에 함께 참가한다는 의미에서 평등이지 실제 남자와 여자의 평등이 아니라는 것은 여기 와서야 느꼈습니다.

오중석: 탈북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북한 여성들은 가사를 떠맡아야 하고 무슨 돌격대다 교양동원이다 해서 단 하루도 편안하게 집안일을 돌볼 여유가 없다고 합니다. 여성으로써 김 선생님이 겪은 북한생활은 어떠했는지요?

김현아: 북한 여성들이 사실 힘들죠. 우선 경제적 낙후성 때문에 여성들이 더 힘들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빨래하고 밥하고... 남한에서는 이런 일들을 다 자동적으로 이뤄지는 것 아닙니까? 쌀 넣으면 전지 밥솥에서 밥이 되고 빨래는 누구나 다 세탁기로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 손으로 하지 않는데, 북한에서는 이런 것들을 다 손으로 때우고 해야 하니까 여성들의 노동이 몇 배로 힘들죠. 처음에 와서 탈북자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것은 '남한에 오니 집일 할 것이 있는 것 같지 않다.' 해요. 거기다가 북한에서는 남성들이 집일을 안 하는 것이 법으로 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집일은 으레 여성들이 하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에 똑같이 직장을 다녀도 집안일은 여성의 몫이거든요. 집안일 하고 바깥일 하고, 여성들이 이중, 삼중의 부담을 지고 있죠.

오중석: 북한주민이 굶주림에 쓰러져 나가던 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시절, 남자들보다는 여성들이 극한상황에서 식량을 구해 가족을 먹여 살리는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실인가요? 왜 남성들보다 여성들이 위기상황에서 더 굳건하게 견디면서 가족의 생계까지도 책임질 수 있었을까요?

김현아: 가족을 먹여 살리는 것은 여성들이 담당했어요. 북한 남성들이 나쁜 것 보다는 이것을 제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는 주민 통제를 강하게 하는데, 남성들은 무조건 다 직장에 나가야 하거든요. 그러니까 가족이 먹고 사는 것이 직장 수입으로만 힘들기 때문에 다 장마당에 나가서 장사를 해서 돈을 벌든가 따로 땅을 뚜진다던가, 국가에서 허용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하는데 직장 다니면서 그런 일을 하기 어렵거든요. 그래서 북한 체제 자체가 여성들이 가족을 먹여 살리는 일을 책임지게끔 이렇게 몰은 것으로 봐야합니다. 그리고 북한 여자들이 참 강하거든요. 힘도 세고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책임감도 강하고 자기를 희생하면서 남편이나 얘들, 부모들을 봉양하겠다는 의식도 남다르고 하니까, 정말 수고했어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데요, 시골에 들어가서 공업품을 갖다 주고 쌀을 바꿔서 매고 들어오곤 하는데, 그 쌀자루 무게가 50-60 키로 되는데 그걸 서슴없이 여자들이 메고 다니는 것을 봤습니다. 저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언제든가 고난의 행군이 끝날 때 여성들의 위한 동상이라도 세워줘야 될 것이다 생각했습니다.

오중석: 그런 사연이 있으셨네요. 그런데 북쪽에서 흘러나오는 소식도 그렇고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북한에서 오히려 여성에 대한 차별이 더 심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지난 시절의 나쁜 유산인 남녀차별이 북한에서 지속되는 이유가 뭐라고 보십니까?

김현아: 여기 와서 남녀 차별이 심화된 정도를 남과 북을 한번 대조해 봤어요. 해방 돼서 60년대 말까지는 북한의 여성 처지가 훨씬 낫고요, 70년대 특히 80년대 말 남한 사회가 급격히 민주화 되면서 남한 여성들의 지위가 상승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여성들의 지위가 상승하려면 경제적 여건도 필요하고 또 사회의 민주화도 추진돼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지금 북한은 경제도 어려운 데다가 사회도 권위주의적인 사회 아닙니까? 북한의 국가적, 사회적으로 조성된 권위가 여성들의 실제 가정생활, 여성들과의 관계에 들어가 그것이 남녀 불평등으로 더 나타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오중석: 조금 다른 얘기가 되겠습니다만 최근 들어 탈북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많습니다. 탈북과정과 한국에서의 정착과정을 분석해 보면 여성들이 더 적극적이고 더 빨리 한국사회에 적응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김현아: 여자들이 남한 생활에서는 물론 중국에서도 남자들보다 더 잘 적응합니다. 중국에서야 남성들은 막 붙들어 가는데 상대적으로 여성들은 좀 놔두는 측면이 있지만, 남한 사회를 보면 일단 여성들이 들어가서 일할 수 있는 직업이 남성들보다 더 많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여성들의 사고가 유연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남성들은 고집 있고 바뀌기 참 힘들어 하거든요, 그런데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아주 유연합니다. 그리고 여기 와서 재밌는 것을 하나 찾아본 것은 여성들에 대한 태도가 어떤가에 따라 그 사람의 사고가 열린 정도가 규정되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권위적인 태도, 봉건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일수록 사고가 바뀌지 않아요.

오중석: 북한에서는 여성들이 노동력을 착취당할 뿐 아니라 고위간부들에 의해 성적으로도 학대 받고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때로는 여성들이 인신매매의 대상으로 거래되는 참담한 현실이 지속되고 있는데 북한당국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지 의심스러운데요. 알고 있는데도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북한을 더 이상 국가라고 볼 수 있을까요?

김현아: 뭐 남한에서 보면 그것이 참 큰 것이지만, 북한에서 성상납 등이 간부들에 의해 행해지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그런데 이것이 문제화되지 않는 이유는 남녀 차별보다 더 심각한 차별이 너무나 많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성을 내놓는 정도가 아니라 목숨을 거두는 것도 너무 쉽잖아요? 그러니까 여성들의 성까지 지켜준다? 이것은 북한 사람들의 지금 생활에서는 어찌 보면 사치입니다. 저 자신도 여성인데 이런 말하는 것이 좀 그렇지만, 사람들은 첫 번째가 생존이고 그 다음이 성이더라고요. 그래서 밖에서 볼 때는 어떻게 볼 수 있냐 하지만, 북한 여성들이 쓴 수기를 보면 사람이 경각에 다다르면 그것도 던질 만한 각오를 한다는 합니다. 그러니까 북한 당국이 여성을 지키는 것은 둘째고 북한 주민들이 가장 기본적인 생명조차 지키지 못 하잖아요. 그런데 지금 이런 문제를 놓고 보면 북한 당국에게는 너무 높은 요구하는 셈이 되는 것이죠.

오중석: 한국에서의 남녀평등은 어느 정도 진전되었다고 평가하십니까? 오늘날 남한의 여성들은 별다른 차별 받지 않고 자기 능력껏 사회에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그리고 북한여성들이 누리지 못하는 한국여성들만의 특혜라고 한다면 어떤 것 들이 있는지 아시는 대로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현아: 한국에서 남녀평등은 저의 상상을 뒤집어엎는 것이었어요. 저는 정말 깜짝 놀랐는데요, 제가 가장 부러운 부분은 여성들도 지적 능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사회에서 자기 위치를 차지하고 일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북한에서 학업을 전문으로 하고 사실 공부는 정말 잘 했거든요. 그런데도 남자가 아니고 여자니까... 애초에 '여자는 공부 잘 해서 필요 없다.' 이런 시각들. 저희 어머니조차 여자는 공부 잘 해서 소용없다고 말씀하시곤 했는데, 정말 여자들이 공부를 뛰어나게 잘 해도 어쨌든 모든 사회적인 여건이 남자들과 똑같이 될 수가 없다. 남한은 나쁜 점이 70년대 까지만 해도 공부를 자기가 돈을 내고 하다보니까 여자들이 공부를 잘 해도 집에서 남녀 차별 때문에 아들 공부 시키려고, 남동생 오빠 공부시키랴 공부 못한 여자들이 많았다고 하는데, 북한은 상대적으로 그건 없어서 저희들이 다 공부를 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일단 한 다음 사회에 나가서 일할 때는 많은 제한을 받아요. 우선, 가정을 꾸려야 하니까 사회에 나가서 일하려면 남자들과 똑같은 시간, 정신력, 노력을 투자해야하는데 집일이 절반 차지하고 있으니 애초에 그것이 성립이 안 됩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 책임있는 지위를 맡아 수행하려하고 하면 가정은 아예 파산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여자들이 그런 일을 다 안 하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남한에 와보니까 여자들이 실지 사회적으로 높은 위치에 와서 일하고 있어요. 남한에서 일부 잘 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인데, 북한은 대의원 숫자에서 여자들이 더 많대요. 이런 것을 예로 들면서 북한은 참 남녀평등이 됐다고 말씀들을 하시는데, 북한의 대의원직은 남한의 국회의원과 전혀 다른 기능을 수행하고 있고요... 실지 예를 들어 경찰직만 해도 북한은 (여성) 보안서원이 있지만 이 보안서원들은 대체로 사무나 보지만, 남쪽에서는 직접 일선에서 맡아 뛰고 있고 군대도 보면 여성군대에만 여성이 책임지고 있지 남녀 합친 군대에서 여성이 책임진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데, 남쪽에서는 장교도 여성인데 제 몫을 하고 있고요.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남쪽의 여성 지위가 상승됐는데도 남한에서는 낮다고, 더 올려야 한다고 얘기를 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세계적으로 제일 일등 하는 노르웨이, 핀란드 이런 북유럽 국가 여성들을 보면서는 정말 우리가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오중석: 네, 오늘은 북한체제에서 여성들이 겪고 있는 갖가지 어려움과 차별대우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하루빨리 북한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어 북한여성들이 남한여성 못지않게 이 시대를 이끌어가는 주역으로 활약 할 수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청취자 여러분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자유아시아 방송, 진행에 오중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