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단풍놀이
서울-오중석, 김현아 ohj@rfa.org
2010.10.21
2010.10.21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분단이후 달라진 남과 북의 문화적 차이와 생활상에 대해 이야기 해보는 이 시간. 오늘도 탈북 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과 함께 얘기 나눠 보겠습니다. 김 선생님 지난 한주 안녕하셨어요?
김현아: 네 안녕하십니까.
오중석: 벌써 계절은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어 산과 들의 나무가 붉게 물들었습니다. 우리 한반도의 가을 단풍은 세계적으로 알아줄 만큼 색이 곱고 아름답기로 소문났는데요. 오늘은 좀 가벼운 마음으로 단풍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남쪽에서는 이맘때쯤이면 설악산과 오대산 내장산의 단풍이 아름다워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데요. 북한에도 단풍이 볼만한 곳이 많지요?
김현아: 네 북한은 원래 남한보다 더 많겠죠. 왜냐하면 산이 더 많은 곳이잖아요. 저는 북한에서 살 때 남쪽은 벌밖에 없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남쪽에도 산이 많아요. 북한은 남한보다 산이 많아 단풍을 볼 곳이 많습니다. 요즘은 끊겼지만 그중에 금강산 단풍이 제일인 것 같고요. 그 다음에 구월산 단풍도 멋있다고 하고 묘향산 단풍도 이쁘잖아요. 또 함경북도의 칠보산 등 북한 산 어디나 가보면 단풍이 이뻐요. 그런데 남한은 단풍나무가 더 많은 것 같더라고요.
오중석: 사실 산도 명산이어야 하지만 산에 있는 나무의 수종, 나무의 종류에 따라서 단풍이 더 멋있고 덜하고 그러는 건데요. 남한에 있는 산들이 단풍으로 더 유명한 것은 침엽수, 소나무 같은 나무 보다는 잎이 넓고 가을이 되면 낙엽이 떨어지는 그런 나무들이 많아서 단풍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북한에도 우리 역사를 보면 단풍으로 유명한 산들이 많더라고요.
김현아: 네 백두산 쪽은 거의 다 침엽수예요. 그리고 거기는 계절이 빨리 바뀌다보니까 별로 백두산 단풍에 대한 말을 못 들어봤습니다. 묘향산도 그만하면 북쪽인데도 단풍도 예쁘기로 유명합니다.
오중석: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단풍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을 단풍철 여행을 여행 중의 으뜸으로 꼽았는데요. 북쪽에도 오래전부터 단풍을 즐기는 가을여행이 일반화 되어있는지요.
김현아: 사실 단풍에 대해서 말하기가 좀 그래요. 왜냐하면 북한은 단풍놀이를 한다는 개념자체가 없어요. 요즘에 가뜩이나 먹고 살기 어려워가지고 특히 금년에 수해 때문에 말이 아니라고 해요. 사실 어떻게 보면 북한 사람들에겐 단풍놀이라는 말 자체가 사치죠. 북한에 산이 아름답지만 북한 사람치고 산에 안 가본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제가 북한에서 그리 어렵게 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단풍이 예쁘고 산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러니까 요즘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은 두말할 것도 없겠죠. 북한 탈북자들이 여기 와서 산놀이 가자고 하면 안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요. 왜냐하면 북한에서 너무 산에 다녀서 지겨워 산에 가고 싶지도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산에 밤낮 다녀도 예쁘고 고운게 다 배가 부르고 살기가 편할 때 보이는 것이죠.
오중석: 그럼 북한에서 산에 왜 가는 거죠?
김현아: 산에 나무하러 가거나 봄부터 산나물 뜯으러 가거나 또 약초를 캐서 수매시켜서 외화 버는데 가져다 줘야 식량으로 바꾸고 하니까요. 사람들이 산에 많이 다니지만 산놀이로 다니는 사람은 진짜 없어요. 계절에 맞춰서 여름엔 피서, 가을엔 단풍놀이, 겨울에 스키 뭐 이런 생활이 북한에는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오중석: 남한에 오신 후 많이 느끼셨겠지만 남쪽에서는 해마다 단풍철이 오면 관광 나온 여행객으로 몸살을 겪지요. 남한의 단풍관광 열기는 어느 정도인지 말씀해주시겠어요? 또 단풍여행지 중에서 직접 가보신 곳은 어딘지요. 김현아: 제가 저번 토요일에 지리산 둘레길 탐방하러 지리산에 갔다 왔어요. 지리산에 경남, 충청, 전라도 3개의 도의 경계더라고요. 단풍이 막 들기 시작했고요. 근데 제가 그날 시간을 착각해서 좀 늦어서 길 막히면 어떻게 하나 근심했는데 다행스럽게 길이 안 막히더라고요. 왜 그런가보니 10월 24일이 설악산 단풍이 절정이라 사람들이 다 강원도로 쏠린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다행이 무사히 잘 다녀왔는데요. 설악산 단풍 때문에 차가 막히고 난리도 아니더라고요. 단풍 구경을 하러 왔나 도로에서 정체를 하러놨나 말도 아니죠. 단풍구경을 못 갔다 오면 한해 행사를 놓친 것처럼 사람들이 생각하더라고요. 참 저는 북한에서는 한 번도 상상을 못해봤어요. 저도 옆에서 하도 가자고 하니까 다니는데 이쪽 설악산 단풍도 예쁘지만 오히려 오고 가면서 본 길거리 단풍이 인상이 깊어요. 그 중에서 북한에서는 철책선이라고 하는 파주군 오두산 통일 전망대 가는 길에 임진각 역전 옆에 노란 은행나무가 쭉 한줄로 서 있는데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비온 다음에는 나뭇가지가 비에 젖어 아주 새까맣고, 나무 잎은 더 선명하고 더 예뻐요. 저는 북한에서 그렇게 단풍 든 나무를 많이 보고 한 번도 예쁘다는 생각 못해봤어요.
오중석 : 한반도의 늦가을은 낮과 밤 기온차가 심하고 또 건조해서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낮밤의 기온차가 남한보다 심하고 더 건조한 북한의 단풍은 더 색이 선명하고 아름다울 것이라 생각되는데 어떤가요. 실제로 북한의 단풍이 아름답죠?
김현아: 북한 단풍이 그렇게 예쁜데도 잘 모르고 지냈어요. 근데 오히려 남한에 와서 사진을 보고 알았어요. 남한 사람들이 북한에 갔다 와서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잖아요. 그걸 보면서 ‘아니 이게 북한 단풍이던가’, ‘우리가 옛날에 이런 걸 봤던가’ 합니다. 진짜 묘향산 단풍 사진도 백두산은 두말할 것도 없고, 평양 모란봉 단풍이 참 예쁘죠. 솔직히 북한에서 단풍이 예쁜지 한번 모르고, 여기처럼 단풍만 감상해 본적이 없다고요.
오중석: 제가 가보진 못했지만 금강산이나 묘향산 또 말씀하신 칠보산 등 사진으로 보니 가을 단풍이 참 멋지더라고요. 북한이 남한보다 못하지 않을 텐데 그걸 보고 즐길 마음에 여유가 없군요.
김현아: 근데 단풍도 여기 와서 자세히 보니까 어떤 해는 더 예쁘고 어떤 때는 예쁘지 않아요. 그해의 기온이 어떻게 맞춰주느냐에 따라서 단풍도 달라요. 같은 은행도 노랗게 아니면 누렇게 되는 차이가 있어요. 금년도 단풍도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낮과 밤 기온 차이가 얼마나 심해요.
오중석: 남한의 단풍은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게 절정기를 맞고 있습니다. 기온 차 때문인데요. 설악산을 중심으로 한 강원도 지역은 10월 중순에 시작해서 11월 초면 벌써 끝나고요, 충청도 일대 중부지방은 10월말에서 11월 초순에, 그리고 남부지방은 11월말이나 돼야 단풍철이 끝납니다. 북한도 지역별로 가장 좋은 시기가 다르겠죠?
김현아: 네 다르죠. 제일 먼저 시작되는 것은 북쪽입니다. 확실히 북쪽이 가을이 빨라서 단풍이 좀 더 먼저 시작되고요. 함북도 같은 곳은 10월초부터 단풍이 한창입니다. 그러나 그 이외에 함남도나 강원도, 구월산이나 묘향산도 여기 남한의 설악산하고 거의 시기의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함북도 쪽이 여기보다 열흘이나 보름쯤 빠르고요.
오중석: 사실 묘향산 같은 곳은 설악산하고 고도가 비슷해서 아마 시기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현아: 물론 설악산보다는 조금 빠른데 비슷하고 함북도는 확실히 차이가 나요.
오중석: 문헌기록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단풍철에 명승지를 찾아다니며 행락을 즐겼다고 합니다. 특히 금강산의 가을은 산전체가 불타는 듯 물들어 장관이라고 하던데 금강산관광이 중단되어 못가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북쪽에 계실 때 혹시 금강산은 가보셨나요?
김현아: 못 가봤어요. 제가 딱 한번 갈 기회가 있었는데 학교 다니느라 못 갔어요. 우리 식구들만 가을에 다녀왔는데 사진을 보니 특히 구룡폭포 옆에서 찍은 사진이 젤 예쁘더라고요. 그때 못가서 후에 또 갈일이 있겠지 생각했는데 다시는 기회가 안 생겼고요. 여기 남쪽에 와서 금강산 관광길이 열리지 않았어요. 사실 금강산이 남한 사람들한테 열리면서 북한 사람들한테는 닫혔거든요. 남한에 와서 금강산에 가보리라 생각했는데 요즘에 이렇게 관광이 닫히고 있고 탈북자들은 위험하다고 잘 안 보내주잖아요. 통일이 되기 전에는 금강산에 못 가볼 것 같습니다.
오중석: 금강산의 가을 단풍, 가을 풍경이 정말 유명하지 않습니까? 참 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은데 하루 빨리 금강산 관광 재개되었으면 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소망입니다.
김현아: 네 요즘에도 금강산 관광 재개하자고 북한 측에서 더 먼저 제의하고 나섰는데, 남쪽 입장으로 우리 국민 한 사람이 잘못됐는데 똑바로 사과도 안 받고 아무런 원칙도 없이 관광을 재개하는 건 우리 국민 정서상 불가능할 것 같고요. 빨리 합의해서 재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중석: 금강산에 관광하러 간 여자분을 군인이 총으로 사격해서 사망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엄청난 사건이 있었으면 그것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자고 해야죠. 아무리 남한 사람들이 금강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정당한 사과 없이 그냥 재개할 수는 없는 겁니다.
김현아: 남쪽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을 적대분자라고 생각 안 하잖아요. 그렇지만 북한 사람 특히 북한 병사들의 입장에서는 남쪽 사람들이 적대적인 사람들이고 또 당국의 입장에서 계급적 원수들한테 머리를 숙이는 거죠. 그러니까 참 힘들 거라고 생각됩니다.
오중석: 남쪽은 단풍이 아름답고 여행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된 탓에 단풍철만 되면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만 천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명승지마다 넘쳐나니 얼마나 복잡할지 상상이 될 겁니다. 북에서는 단풍구경을 하고 싶어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떠나지 못하고 남에서는 이 시기에 행락객으로 넘쳐나니 뭔가 불공평하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북한당국이 넘쳐나는 남한 관광객의 일부만 수용해도 큰 외화벌이가 될 텐데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앞으로 남한 사람들이 북한 명승지에서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오늘 순서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에는 김현아 선생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김 선생님 고맙습니다.
김현아: 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저희는 다음 주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십니까.
오중석: 벌써 계절은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어 산과 들의 나무가 붉게 물들었습니다. 우리 한반도의 가을 단풍은 세계적으로 알아줄 만큼 색이 곱고 아름답기로 소문났는데요. 오늘은 좀 가벼운 마음으로 단풍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남쪽에서는 이맘때쯤이면 설악산과 오대산 내장산의 단풍이 아름다워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 잡는데요. 북한에도 단풍이 볼만한 곳이 많지요?
김현아: 네 북한은 원래 남한보다 더 많겠죠. 왜냐하면 산이 더 많은 곳이잖아요. 저는 북한에서 살 때 남쪽은 벌밖에 없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남쪽에도 산이 많아요. 북한은 남한보다 산이 많아 단풍을 볼 곳이 많습니다. 요즘은 끊겼지만 그중에 금강산 단풍이 제일인 것 같고요. 그 다음에 구월산 단풍도 멋있다고 하고 묘향산 단풍도 이쁘잖아요. 또 함경북도의 칠보산 등 북한 산 어디나 가보면 단풍이 이뻐요. 그런데 남한은 단풍나무가 더 많은 것 같더라고요.
오중석: 사실 산도 명산이어야 하지만 산에 있는 나무의 수종, 나무의 종류에 따라서 단풍이 더 멋있고 덜하고 그러는 건데요. 남한에 있는 산들이 단풍으로 더 유명한 것은 침엽수, 소나무 같은 나무 보다는 잎이 넓고 가을이 되면 낙엽이 떨어지는 그런 나무들이 많아서 단풍이 아름답다고 합니다. 북한에도 우리 역사를 보면 단풍으로 유명한 산들이 많더라고요.
김현아: 네 백두산 쪽은 거의 다 침엽수예요. 그리고 거기는 계절이 빨리 바뀌다보니까 별로 백두산 단풍에 대한 말을 못 들어봤습니다. 묘향산도 그만하면 북쪽인데도 단풍도 예쁘기로 유명합니다.
오중석: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단풍놀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을 단풍철 여행을 여행 중의 으뜸으로 꼽았는데요. 북쪽에도 오래전부터 단풍을 즐기는 가을여행이 일반화 되어있는지요.
김현아: 사실 단풍에 대해서 말하기가 좀 그래요. 왜냐하면 북한은 단풍놀이를 한다는 개념자체가 없어요. 요즘에 가뜩이나 먹고 살기 어려워가지고 특히 금년에 수해 때문에 말이 아니라고 해요. 사실 어떻게 보면 북한 사람들에겐 단풍놀이라는 말 자체가 사치죠. 북한에 산이 아름답지만 북한 사람치고 산에 안 가본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제가 북한에서 그리 어렵게 살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단풍이 예쁘고 산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그러니까 요즘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은 두말할 것도 없겠죠. 북한 탈북자들이 여기 와서 산놀이 가자고 하면 안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요. 왜냐하면 북한에서 너무 산에 다녀서 지겨워 산에 가고 싶지도 않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거든요. 그러니까 산에 밤낮 다녀도 예쁘고 고운게 다 배가 부르고 살기가 편할 때 보이는 것이죠.
오중석: 그럼 북한에서 산에 왜 가는 거죠?
김현아: 산에 나무하러 가거나 봄부터 산나물 뜯으러 가거나 또 약초를 캐서 수매시켜서 외화 버는데 가져다 줘야 식량으로 바꾸고 하니까요. 사람들이 산에 많이 다니지만 산놀이로 다니는 사람은 진짜 없어요. 계절에 맞춰서 여름엔 피서, 가을엔 단풍놀이, 겨울에 스키 뭐 이런 생활이 북한에는 거의 없다고 생각해도 됩니다.
오중석: 남한에 오신 후 많이 느끼셨겠지만 남쪽에서는 해마다 단풍철이 오면 관광 나온 여행객으로 몸살을 겪지요. 남한의 단풍관광 열기는 어느 정도인지 말씀해주시겠어요? 또 단풍여행지 중에서 직접 가보신 곳은 어딘지요. 김현아: 제가 저번 토요일에 지리산 둘레길 탐방하러 지리산에 갔다 왔어요. 지리산에 경남, 충청, 전라도 3개의 도의 경계더라고요. 단풍이 막 들기 시작했고요. 근데 제가 그날 시간을 착각해서 좀 늦어서 길 막히면 어떻게 하나 근심했는데 다행스럽게 길이 안 막히더라고요. 왜 그런가보니 10월 24일이 설악산 단풍이 절정이라 사람들이 다 강원도로 쏠린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다행이 무사히 잘 다녀왔는데요. 설악산 단풍 때문에 차가 막히고 난리도 아니더라고요. 단풍 구경을 하러 왔나 도로에서 정체를 하러놨나 말도 아니죠. 단풍구경을 못 갔다 오면 한해 행사를 놓친 것처럼 사람들이 생각하더라고요. 참 저는 북한에서는 한 번도 상상을 못해봤어요. 저도 옆에서 하도 가자고 하니까 다니는데 이쪽 설악산 단풍도 예쁘지만 오히려 오고 가면서 본 길거리 단풍이 인상이 깊어요. 그 중에서 북한에서는 철책선이라고 하는 파주군 오두산 통일 전망대 가는 길에 임진각 역전 옆에 노란 은행나무가 쭉 한줄로 서 있는데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비온 다음에는 나뭇가지가 비에 젖어 아주 새까맣고, 나무 잎은 더 선명하고 더 예뻐요. 저는 북한에서 그렇게 단풍 든 나무를 많이 보고 한 번도 예쁘다는 생각 못해봤어요.
오중석 : 한반도의 늦가을은 낮과 밤 기온차가 심하고 또 건조해서 단풍이 아름답게 물든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낮밤의 기온차가 남한보다 심하고 더 건조한 북한의 단풍은 더 색이 선명하고 아름다울 것이라 생각되는데 어떤가요. 실제로 북한의 단풍이 아름답죠?
김현아: 북한 단풍이 그렇게 예쁜데도 잘 모르고 지냈어요. 근데 오히려 남한에 와서 사진을 보고 알았어요. 남한 사람들이 북한에 갔다 와서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잖아요. 그걸 보면서 ‘아니 이게 북한 단풍이던가’, ‘우리가 옛날에 이런 걸 봤던가’ 합니다. 진짜 묘향산 단풍 사진도 백두산은 두말할 것도 없고, 평양 모란봉 단풍이 참 예쁘죠. 솔직히 북한에서 단풍이 예쁜지 한번 모르고, 여기처럼 단풍만 감상해 본적이 없다고요.
오중석: 제가 가보진 못했지만 금강산이나 묘향산 또 말씀하신 칠보산 등 사진으로 보니 가을 단풍이 참 멋지더라고요. 북한이 남한보다 못하지 않을 텐데 그걸 보고 즐길 마음에 여유가 없군요.
김현아: 근데 단풍도 여기 와서 자세히 보니까 어떤 해는 더 예쁘고 어떤 때는 예쁘지 않아요. 그해의 기온이 어떻게 맞춰주느냐에 따라서 단풍도 달라요. 같은 은행도 노랗게 아니면 누렇게 되는 차이가 있어요. 금년도 단풍도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요즘 낮과 밤 기온 차이가 얼마나 심해요.
오중석: 남한의 단풍은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게 절정기를 맞고 있습니다. 기온 차 때문인데요. 설악산을 중심으로 한 강원도 지역은 10월 중순에 시작해서 11월 초면 벌써 끝나고요, 충청도 일대 중부지방은 10월말에서 11월 초순에, 그리고 남부지방은 11월말이나 돼야 단풍철이 끝납니다. 북한도 지역별로 가장 좋은 시기가 다르겠죠?
김현아: 네 다르죠. 제일 먼저 시작되는 것은 북쪽입니다. 확실히 북쪽이 가을이 빨라서 단풍이 좀 더 먼저 시작되고요. 함북도 같은 곳은 10월초부터 단풍이 한창입니다. 그러나 그 이외에 함남도나 강원도, 구월산이나 묘향산도 여기 남한의 설악산하고 거의 시기의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함북도 쪽이 여기보다 열흘이나 보름쯤 빠르고요.
오중석: 사실 묘향산 같은 곳은 설악산하고 고도가 비슷해서 아마 시기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현아: 물론 설악산보다는 조금 빠른데 비슷하고 함북도는 확실히 차이가 나요.
오중석: 문헌기록에 따르면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단풍철에 명승지를 찾아다니며 행락을 즐겼다고 합니다. 특히 금강산의 가을은 산전체가 불타는 듯 물들어 장관이라고 하던데 금강산관광이 중단되어 못가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북쪽에 계실 때 혹시 금강산은 가보셨나요?
김현아: 못 가봤어요. 제가 딱 한번 갈 기회가 있었는데 학교 다니느라 못 갔어요. 우리 식구들만 가을에 다녀왔는데 사진을 보니 특히 구룡폭포 옆에서 찍은 사진이 젤 예쁘더라고요. 그때 못가서 후에 또 갈일이 있겠지 생각했는데 다시는 기회가 안 생겼고요. 여기 남쪽에 와서 금강산 관광길이 열리지 않았어요. 사실 금강산이 남한 사람들한테 열리면서 북한 사람들한테는 닫혔거든요. 남한에 와서 금강산에 가보리라 생각했는데 요즘에 이렇게 관광이 닫히고 있고 탈북자들은 위험하다고 잘 안 보내주잖아요. 통일이 되기 전에는 금강산에 못 가볼 것 같습니다.
오중석: 금강산의 가을 단풍, 가을 풍경이 정말 유명하지 않습니까? 참 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 같은데 하루 빨리 금강산 관광 재개되었으면 하는 것이 제 개인적인 소망입니다.
김현아: 네 요즘에도 금강산 관광 재개하자고 북한 측에서 더 먼저 제의하고 나섰는데, 남쪽 입장으로 우리 국민 한 사람이 잘못됐는데 똑바로 사과도 안 받고 아무런 원칙도 없이 관광을 재개하는 건 우리 국민 정서상 불가능할 것 같고요. 빨리 합의해서 재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오중석: 금강산에 관광하러 간 여자분을 군인이 총으로 사격해서 사망하지 않았습니까. 그런 엄청난 사건이 있었으면 그것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자고 해야죠. 아무리 남한 사람들이 금강산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도 정당한 사과 없이 그냥 재개할 수는 없는 겁니다.
김현아: 남쪽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을 적대분자라고 생각 안 하잖아요. 그렇지만 북한 사람 특히 북한 병사들의 입장에서는 남쪽 사람들이 적대적인 사람들이고 또 당국의 입장에서 계급적 원수들한테 머리를 숙이는 거죠. 그러니까 참 힘들 거라고 생각됩니다.
오중석: 남쪽은 단풍이 아름답고 여행의 자유가 완전히 보장된 탓에 단풍철만 되면 전국이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만 천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명승지마다 넘쳐나니 얼마나 복잡할지 상상이 될 겁니다. 북에서는 단풍구경을 하고 싶어도 사정이 여의치 않아 떠나지 못하고 남에서는 이 시기에 행락객으로 넘쳐나니 뭔가 불공평하다는 느낌이 드는데요. 북한당국이 넘쳐나는 남한 관광객의 일부만 수용해도 큰 외화벌이가 될 텐데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앞으로 남한 사람들이 북한 명승지에서 아름다운 단풍을 구경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면서 오늘 순서 마치겠습니다. 오늘도 대담에는 김현아 선생이 수고해 주셨습니다. 김 선생님 고맙습니다.
김현아: 네 고맙습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저희는 다음 주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