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과 북, 어제와 오늘] 남북 예술교류

서울-오중석, 김현아 ohj@rfa.org
2011.09.22
nk_orchestra_305 서울시향 예술감독 겸 유니세프 친선대사가 평양에서 북한 국립교향악단과 은하수관현악단을 지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여러분 안녕하세요? 남과 북, 어제와 오늘 시간입니다. 이제 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이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지난주 이 시간에 추석명절에 대해 언급하면서 추석이 중국에서 유래되었다고 잘못 말씀드렸습니다. 추석은 신라시대부터 시작된 우리 민족 고유의 명절입니다. 이점 청취자 여러분께서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최근 한국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음악감독 정명훈 지휘자가 평양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는데요. 정명훈 지휘자는 평양에 머무는 동안 남북 연주자가 함께 참여하는 합동 교향악단의 연주회를 갖는 문제에 대해 협의했다고 밝혔습니다. 오늘은 남북의 문화예술교류, 특히 음악교류에 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 시간 대담에 탈북여성지식인 김현아 선생입니다. 김 선생님 안녕하세요?

김현아: 네, 안녕하십니까?

오중석: 남한의 서울시립교향악단 음악감독이자 상임지휘자인 정명훈씨가 지난 12일부터 나흘간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왔지요? 돌아오자마자 기자회견을 통해 평양방문 성과를 설명했는데요. 청취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는 의미에서 정명훈씨의 평양방문 결과를 좀 설명해주시기 바랍니다.

김현아: 정명훈 지휘자는 남한에서 유명하잖아요. 그런데 아마 북한 사람들은 얼마나 유명한 지휘자인지 잘 모를 거예요.

오중석: 아주 세계적인 지휘자입니다.

김현아: 그동안 남북관계가 경색되었는데 이분이 그것을 녹이는 첫 번째 인물로 북한에 다녀와서 남한에서도 많은 기대를 받았고요. 북한에 갔다 와서 기자회견장에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번에 남북한이 연주자를 구성해서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함께 연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베토벤이라는 이름은 잘 알지만 9번은 잘 몰라요. 저도 베토벤 5번은 알았는데 9번은 잘 몰랐어요. 이번에 북한에 가서 은하수 음악단과 어느 교향악단 연주를 직접 들어보니 연주기술이 참 높았다고 하면서 앞으로 북한의 유망한 연주자의 발굴과 육성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저는 참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오중석: 남북 음악인들이 함께 참여하는 교향악단을 구성해 남과 북에서 연주회를 하겠다는 계획인데요. 현재 남북관계가 아직 많이 경색되어 있는데 과연 북한의 음악인들이 당국의 사전승인 없이 이런 협의에 나섰을까요?

김현아: 그건 불가능하죠. 북한체제는 누가 자율적으로 어떤 문제를 처리할 수는 없어요. 북한에서 하는 공식적인 것은 다 북한당국의 의지라고 생각해도 틀림이 없습니다.

오중석: 그럼 다 사전에 협의했다고 보십니까?

김현아: 네 물론입니다. 북측도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계속 지속되는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겠죠. 어떤 의미에서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더 빨리 풀고 싶은건 북한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정치적으로는 좀 부담스러우니까 문화예술분야를 통해서 풀자고 하는 건데요. 저도 이런게 좋은거 같아요. 남북이 서로 너무나 모르고 살고 있는데 공식적으로든 문화예술 분야든 자꾸 많은 사람들이 만나서 서로 접촉해보는 과정에서 상대를 알게되고, 이해가 깊어지고 또 그러다보면 통일에 대해 서로 일치되어 바람직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중석: 정치적으로 좀 꼬이고 잘 안 풀릴 때 이런 문화예술 특히 음악 분야에서 먼저 교류를 하다보면 정치적인 분야까지 파급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김현아: 네.

오중석: 남북관계가 아주 좋았을 동안에는 남북 간의 음악교류가 상당히 활발했었지요? 그런데 2008년 이후 음악을 비롯한 일체의 문화교류가 중단되다시피 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이번 음악교류가 실현된다면 앞으로 남북문화교류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요?

김현아: 지난 시기에 남북문화교류가 참 많았어요. 저도 북한에 있을 때 서울에서 온 국립민속예술단의 공연을 본 기억이 나요. 순수 민속음악이었는데 공연을 보고 너무 복고주의적이다 이렇게 생각했어요.

오중석: 왕조시대의 춤이나 음악이 나왔겠죠?

김현아: 하나도 변하지 않고 전통 그대로 되살렸더라고요. 그리고 제 기억에 의하면 평양 예술단이 남쪽에 가서 어린이들도 공연을 했어요. 북한에서 듣기로는 아주 반향이 대단했다고 했어요. 남한사람들은 북한음악이 멋있어서라기보다는 북한 사람들이 처음 남한에 와서 공연한다는게 얼마나 뜻깊겠어요. 그야말로 애정을 가지고 와서 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물론 북한의 선전은 정치적으로 가미되었지만 남한에서 상당한 반응을 보인 것 같습니다.

오중석: 북한예술단이 왔을 때 저도 장충동에 있는 국립극장 공연장에 갔습니다. 남한 사람 입장에서도 처음으로 북한의 예술공연을 봤는데요. 제 기억에 장고춤도 나오고 쟁강춤이라고 그 당시에 처음보는 춤이었어요. 사람들이 굉장히 아주 열띤 호응을 하고 박수도 치던 기억이 납니다.

김현아: 여담이지만 북한 사람들은 문화예술은 북한이 세계 최고인 줄 알아요. 그런데 그때 남한에서 와서 복고주의 음악을 하는걸 보고 ‘아 진짜 우리 음악이 세계 최고구나’ 생각했는데 남한에 와서 그 생각이 다 깨졌어요.

오중석: 남한은 전통민속 예술은 전통 그대로 현대예술은 현대에 맞게 다양화되어 있습니다.

김현아: 장르도 다양하고 남한 음악가들의 수준이 대단하다는 걸 제가 시시각각으로 많이 느꼈어요. 저는 북한이 다른데서는 많이 뒤떨어졌지만 그래도 음악은 비등하리라, 어떻게 보면 더 앞서지 않았을까 바랬는데 그것도 역시 제 소망이었어요. 그렇지만 북한에도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들은 실력이 상당합니다. 다만 남한보다 음악이 대중적이지 못하고 장르가 다양하지 못하지만 앞으로 남북이 합쳐서 음악을 하다보면 북한 음악가들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중석: 우리 한민족의 음악적 감각과 수준은 세계가 알아주고 있습니다. 북한이라고 음악적 수준이 떨어지는 건 아닐텐데 체제 문제죠. 이번에 정명훈 지휘자가 북한 음악가들의 음악적 기술 수준은 높은데 정신이나 감성이 너무 획일적이다 이런 평을 했더라고요. 아무튼 이번 정명훈 지휘자의 북한 방문과 협의가 좋은 결실을 맺기를 바랍니다. 지난 2008년 2월에는 세계최고 수준의 교향악단인 미국의 뉴욕필하모닉 교향악단이 북한당국의 초청으로 평양에서 연주회를 가져 전세계인의 주목을 받았지요. 남북간의 문화교류 차원을 넘어선 북-미 간의 음악교류이며 단순히 문화교류라기보다는 정치적으로도 의미가 큰 사건이라는 보도가 있었는데요. 김 선생님은 어떻게 보셨어요?

김현아: 정치적으로 의미가 있는 사건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에서 공식적으로 미국은 철천지 원수이고, 음악예술은 사상성을 띄지 않는게 없어요. 북한에서는 모든 문화예술은 혁명과 건설에 이바지하는 걸로 설명하고 있어요. 그런데 공개적으로 평양 한복판에서 음악을 한다는건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거든요. 북한에서 가장 적대적인 국가로 낙인하고 있는 미국의 아주 핵심적인 교향악단이 평양 한가운데서 공연하는 것 자체가 어떻게보면 북한 당국도 설명하기 참 어려운 문제죠. 그걸 받아들였다는 것은 북한이 앞으로 미국과의 관계에서 아주 전향적인 태도도 취할 수 있다는 제스처라고 볼 수 있겠죠. 앞으로 어떻게 실현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번 남북간 음악교류를 북한 당국이 허용한 것이 남북 간의 경색된 관계를 푸는데 중요한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오중석: 이번에 정명훈 지휘자가 주장하는 남북합동 교향악단 연주회가 성사되면 남북 간 정치적으로 경색된 관계를 푸는 데 도움이 될거라는 말씀이시군요.

김현아: 네.

오중석: 최근 남한의 류우익 통일부 장관이 새로 취임한 이후 남북교류에 관한 작은 변화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아무쪼록 북한당국이 남한 정부의 이 같은 노력에 화답해서 꽉 막힌 남북교류의 물꼬를 트는 조치로 화답해주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대담에 김현아 선생이었습니다. 김 선생님 감사합니다.

김현아: 네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제작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진행에 오중석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저희는 다음 주에 인사드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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