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그대] 책 읽으세요?
서울-이현주 leehj@rfa.org
2010.12.16
2010.12.16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젊은 그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줍니다.
12월 둘째 주, 대형 서점에서 판매량을 집계해 발표한 잘 팔리는 책 순위입니다.
1위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세계적인 경제학자,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가 쓴 자본주의 이야기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에도 몇 가지 이론이 존재합니다. 그 중 시장원리를 자유에 맡기면 시장의 이익이 극대화된다는 신자유주의 이론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비판적 입장인 저자는 그 동안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저서를 발표해왔습니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여러 가지 제약과 문제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 책은 자본주의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고 또 어떻게 하면 더 잘 돌아가게 할 수 있는지 그 이해를 돕는 내용으로 채워졌습니다.
2위는 브리다. 파울로 코엘료라는 브라질 작가의 소설입니다. 운명을 찾아 나선 스무살 브리다가 사랑을 찾고 더 나아가 자아를 발견하며 변모해가는 가슴 뭉클한 여정을 그렸습니다.
3위는 생각 버리기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라는 일본 쓰키요미지 절의 주지 스님이 쓴 책입니다. 저자는 우리를 끝없이 괴롭히는 잡념의 정체를 밝혀 그것을 완전히 없애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지나치게 많은 것을 생각하고 사는데 이런 생각을 잠시 멈춰보자는 저자의 제안이 많은 호응을 얻는 것 같습니다.
4위는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학교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5위는 태백산맥 작가, 조정래의 신작, 허수아비 춤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책들이 잘 팔리는 책 순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있습니다.
남쪽에서 1년, 한 해 동안 출판되는 책의 숫자는 1억 6천여권에 달합니다. 책 시장의 규모만도 30억 달러가 넘고 이런 종이책 외에 전자책 시장도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책들 사이에서 남한 사람들, 얼마나 책을 읽었을까요? 2009년 남한 성인들이 1년 동안 읽은 책은 10.9권. 초중고생의 독서량은 16권, 직장인은 1년 평균 12권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북쪽과 비교해서 어떻습니까? 오늘 <젊은 그대>에서는 이런 책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남북 청년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장희문, 김은주 씨와 함께 책 얘기 나눠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희문씨, 은주 씨?
장희문, 최은주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하기 앞서 한번 물어볼게요, 책 얼마나 읽으세요?
장희문: (웃음) 책을 공부할 때는 보는데 따로 시간을 내서는 잘 못 읽습니다. 독서를 즐기고 하지는 않습니다.
최은주 : 저는 좋아해요. 한 달에 두 권은 꼭 읽으려고 노력하고요, 읽고 난 뒤에 꼭 적어놓습니다.
진행자 : 그렇군요. 쉽지 않은 일인데요. 학생들은 공부에 직장인들은 일에 쫓기다 보면 시간을 내서 책을 읽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장희문 : 저도 정말 하려고 노력은 하는데요, 쉽지 않아요.
진행자 : 저희가 오늘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 서점에서 잠깐 들러서 책을 한권씩 샀는데요, 다들 어떤 책을 사셨습니까?
장희문 : 제가 산 책은 ‘브리다’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제가 좋아하는 파울로 코엘료라는 브라질 작가의 소설입니다. 이 작가의 책은 주인공들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등장인물들이 삶에 닥친 어려움을 앞에서 크거나 작은 선택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찾고 삶을 찾아가는 여정을 잘 묘사합니다. 저는 예전에 이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삶이라는 것은 나의 선택의 과정이고 내가 내 가치관이나 믿음을 포기하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내 삶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작가입니다. 그래서 참 좋아하는 작가인데요, 이 책이 새로 나왔더라고요. 책 내용은 아직 모르지만 브리다라는 사람이 인생의 소울 메이트를 찾아가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소울 메이트, 영혼의 동반자를 저도 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구입했습니다.
최은주 : 저는 ‘내 머리 사용법’이라고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인데요, 저희 학교 도서관이 없어서 오늘 보자마자 사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어떤 문제를 놓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제시하는 건데요, 다 생각하기 힘든 창의적인 방법들입니다. 그러면서 창의력을 갖게 도와주는 겁니다.
장희문 : 저는 미용에 관련된 책인 줄 알았습니다. (웃음)
진행자 : 상상력을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해라... 뭐 이런 얘기를 하는 책인 것 같은데, 청취자분들에게는 좀 새롭고 낯선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아까 서점에서 돌아오면서 북쪽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 하는 얘기를 좀 했습니다. 북쪽에서 온 은주 씨는 어떤 책을 읽었어요?
최은주 : 저는 어려서 왔기 때문에 교과서 밖에 기억이 안 나요. 책이 없어서 거의 교과서만 매일 몇 번씩 봤어요.
진행자 : 책은 보고 싶었는데 읽을 책이 없어서였나요?
최은주 : 네.
진행자 : 인민학교, 초등학교 교과서는 남쪽도 그렇지만 내용이 별로 없잖아요?
최은주 :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내용이 많고 남한에 대한 내용도 많았어요. 못 사니까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 이런 내용이요.
진행자 : 남쪽에서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가능하면 책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을 하는데요.
최은주 : 저는 어릴 때 동화책은 전혀 본 적이 없어요. 책이라는 자체가 너무 귀하니까요. 볼펜하나 연필하나도 귀하고 종이도 귀하니까요.
진행자 : 남쪽에서 자란 희문 씨는 이런 북쪽의 상황은 짐작하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요?
장희문 : 종이가 없어요?
최은주 : 네, 여기 종이는 이렇게 하얗잖아요? 거기는 종이가 까맣고 중간에 막 글을 쓰지 못하게 뭐가 막 껴있고... 그래도 그것도 없어서 못 쓰죠.
장희문 : 요즘 대학에서 한번 쓴 A4 용지 막 버리고 이면지 안 쓰고 그러는데요...
진행자 : 그런 상황이라고 해요. 그래서 북쪽에서 오신 탈북자들은 남쪽에 책이 많다는 것도 놀라지만 책이 나오는 종이의 질이 너무 좋다고 놀라시더라고요. 남쪽이 지금 희문 씨가 얘기했듯이 하얀 종이 한번 쓰고 버리는 남쪽의 대학생들, 북쪽의 동포들도 한번쯤 생각해보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드네요...
최은주 : 사실, 저도 요즘 그래요. 그래서 다 쓴 종이를 찢어 버리려다가 한번 다시 생각하죠.
진행자 : 지금 희문 씨 얘기처럼 대부분의 남쪽 학생들은 짐작도 하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장희문 : 남한에서는 시, 소설을 많이 읽는데 북쪽에서는 어떤지 궁금한데요?
최은주 : 저의 경우를 놓고 보자면 저는 없었어요.
진행자 : 지금 희문 씨가 궁금해 하는 부분, 남쪽에서도 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그러나 이것에 대한 답은 우리 청취자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실 것 같네요. 반대로 청취자들은 우리가 어떤 책을 읽고 있을지 궁금해 할 텐데요, 제가 오늘 한권씩 본인이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을 한권 소개해 달라고 부탁드렸는데요.
장희문 : 정하나라는 작가의 ‘달의 바다’라는 작품입니다. 제가 장래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접한 책인데, 책의 주인공도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입니다. 20대 여성, 취직을 하려고 하는데 지망하는 직업이 작가인데 번번이 떨어집니다. 그러면서 막 자살까지도 생각하는데 이 문제가 무겁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경쾌하게 그려져요. 그런 와중에 할머니한테 옛날에 연락이 끊겼다가 다시 찾은 고모의 얘기를 접하게 되요. 이 고모는 편지로 할머니에게 자신은 미국에서 항공우주국에서 일하면서 우주 비행사의 꿈을 펼치며 살고 있다고 썼는데, 할머니는 주인공에게 너무 힘들면 이 고모를 한번 찾아서 만나고 오라고 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미국 주소를 받아들고 미국을 찾아갔는데, 막상 가보니 항공 우주국은 맞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곳이 아니라 항공우주국이라는 이름을 단 식당이었습니다. 식당 종업원이었던 거죠. 실망했지만 진짜 고모가 사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행복한 거예요. 그것을 보고 이 주인공은 깨달아요. 자기의 장밋빛 꿈에서 내 자신을 발견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면서 현실을 긍정한다는 것. 책 속에서 있는 글 중 ‘무엇을 얻으려하지 말고 삶을 긍정하려할 때 삶의 의미가 드러난다...’ 이런 글귀가 기억에 남아요. 저도 사실 꿈은 너무 크고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현실적으로 그것이 이뤄질 수가 없잖아요.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상황 자체를 긍정해야겠구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부딪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이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은주 : 저는 기독교인인데요, ‘신의 열애’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 책 내용 중 ‘나를 사랑하라’ 라는 구절이 와 닿았어요. 저는 항상 사랑한다고 얘기를 했는데 내가 믿는 신에게 조차 사랑을 받으려고만 했지 줄 생각을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저를 참 많이 깨닫게 해준 책입니다.
진행자 : 지금 은주 씨와 희문 씨가 말 했듯이 책은 지식과 정보의 보고도 되지만 어려울 때 길을 알려주고 힘들 때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저희가 지금 이 시간 남쪽에 있는 책은 모두 소개해 드릴 수 없지만 언젠가는 이 책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보면서 이 시간 이만 마칩니다.
장희문 , 최은주 : 감사합니다.
12월 둘째 주, 대형 서점에서 판매량을 집계해 발표한 잘 팔리는 책 순위입니다.
1위는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세계적인 경제학자, 장하준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가 쓴 자본주의 이야기입니다. 자본주의 경제에도 몇 가지 이론이 존재합니다. 그 중 시장원리를 자유에 맡기면 시장의 이익이 극대화된다는 신자유주의 이론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비판적 입장인 저자는 그 동안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저서를 발표해왔습니다. 이번 책에서 저자는 여러 가지 제약과 문제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이 책은 자본주의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고 또 어떻게 하면 더 잘 돌아가게 할 수 있는지 그 이해를 돕는 내용으로 채워졌습니다.
2위는 브리다. 파울로 코엘료라는 브라질 작가의 소설입니다. 운명을 찾아 나선 스무살 브리다가 사랑을 찾고 더 나아가 자아를 발견하며 변모해가는 가슴 뭉클한 여정을 그렸습니다.
3위는 생각 버리기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라는 일본 쓰키요미지 절의 주지 스님이 쓴 책입니다. 저자는 우리를 끝없이 괴롭히는 잡념의 정체를 밝혀 그것을 완전히 없애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복잡하게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지나치게 많은 것을 생각하고 사는데 이런 생각을 잠시 멈춰보자는 저자의 제안이 많은 호응을 얻는 것 같습니다.
4위는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학교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5위는 태백산맥 작가, 조정래의 신작, 허수아비 춤입니다. 이렇게 다양한 책들이 잘 팔리는 책 순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있습니다.
남쪽에서 1년, 한 해 동안 출판되는 책의 숫자는 1억 6천여권에 달합니다. 책 시장의 규모만도 30억 달러가 넘고 이런 종이책 외에 전자책 시장도 점점 넓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책들 사이에서 남한 사람들, 얼마나 책을 읽었을까요? 2009년 남한 성인들이 1년 동안 읽은 책은 10.9권. 초중고생의 독서량은 16권, 직장인은 1년 평균 12권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북쪽과 비교해서 어떻습니까? 오늘 <젊은 그대>에서는 이런 책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남북 청년이 함께 하는 인권모임 <나우>의 장희문, 김은주 씨와 함께 책 얘기 나눠봅니다.
진행자 : 안녕하세요, 희문씨, 은주 씨?
장희문, 최은주 : 안녕하세요!
진행자 : 본격적인 얘기를 시작하기 앞서 한번 물어볼게요, 책 얼마나 읽으세요?
장희문: (웃음) 책을 공부할 때는 보는데 따로 시간을 내서는 잘 못 읽습니다. 독서를 즐기고 하지는 않습니다.
최은주 : 저는 좋아해요. 한 달에 두 권은 꼭 읽으려고 노력하고요, 읽고 난 뒤에 꼭 적어놓습니다.
진행자 : 그렇군요. 쉽지 않은 일인데요. 학생들은 공부에 직장인들은 일에 쫓기다 보면 시간을 내서 책을 읽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장희문 : 저도 정말 하려고 노력은 하는데요, 쉽지 않아요.
진행자 : 저희가 오늘 방송을 시작하기 전에 서점에서 잠깐 들러서 책을 한권씩 샀는데요, 다들 어떤 책을 사셨습니까?
장희문 : 제가 산 책은 ‘브리다’라는 책입니다. 이 책은 제가 좋아하는 파울로 코엘료라는 브라질 작가의 소설입니다. 이 작가의 책은 주인공들이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립니다. 등장인물들이 삶에 닥친 어려움을 앞에서 크거나 작은 선택을 하면서 자신의 꿈을 찾고 삶을 찾아가는 여정을 잘 묘사합니다. 저는 예전에 이 작가의 책을 읽으면서 삶이라는 것은 나의 선택의 과정이고 내가 내 가치관이나 믿음을 포기하지 않으면 내가 원하는 내 삶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작가입니다. 그래서 참 좋아하는 작가인데요, 이 책이 새로 나왔더라고요. 책 내용은 아직 모르지만 브리다라는 사람이 인생의 소울 메이트를 찾아가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소울 메이트, 영혼의 동반자를 저도 좀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구입했습니다.
최은주 : 저는 ‘내 머리 사용법’이라고 예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인데요, 저희 학교 도서관이 없어서 오늘 보자마자 사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어떤 문제를 놓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방법을 여러 가지로 제시하는 건데요, 다 생각하기 힘든 창의적인 방법들입니다. 그러면서 창의력을 갖게 도와주는 겁니다.
장희문 : 저는 미용에 관련된 책인 줄 알았습니다. (웃음)
진행자 : 상상력을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해라... 뭐 이런 얘기를 하는 책인 것 같은데, 청취자분들에게는 좀 새롭고 낯선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 아까 서점에서 돌아오면서 북쪽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 하는 얘기를 좀 했습니다. 북쪽에서 온 은주 씨는 어떤 책을 읽었어요?
최은주 : 저는 어려서 왔기 때문에 교과서 밖에 기억이 안 나요. 책이 없어서 거의 교과서만 매일 몇 번씩 봤어요.
진행자 : 책은 보고 싶었는데 읽을 책이 없어서였나요?
최은주 : 네.
진행자 : 인민학교, 초등학교 교과서는 남쪽도 그렇지만 내용이 별로 없잖아요?
최은주 : 김일성, 김정일에 대한 내용이 많고 남한에 대한 내용도 많았어요. 못 사니까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 이런 내용이요.
진행자 : 남쪽에서는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가능하면 책을 많이 보여주려고 노력을 하는데요.
최은주 : 저는 어릴 때 동화책은 전혀 본 적이 없어요. 책이라는 자체가 너무 귀하니까요. 볼펜하나 연필하나도 귀하고 종이도 귀하니까요.
진행자 : 남쪽에서 자란 희문 씨는 이런 북쪽의 상황은 짐작하기도 어려울 것 같은데요?
장희문 : 종이가 없어요?
최은주 : 네, 여기 종이는 이렇게 하얗잖아요? 거기는 종이가 까맣고 중간에 막 글을 쓰지 못하게 뭐가 막 껴있고... 그래도 그것도 없어서 못 쓰죠.
장희문 : 요즘 대학에서 한번 쓴 A4 용지 막 버리고 이면지 안 쓰고 그러는데요...
진행자 : 그런 상황이라고 해요. 그래서 북쪽에서 오신 탈북자들은 남쪽에 책이 많다는 것도 놀라지만 책이 나오는 종이의 질이 너무 좋다고 놀라시더라고요. 남쪽이 지금 희문 씨가 얘기했듯이 하얀 종이 한번 쓰고 버리는 남쪽의 대학생들, 북쪽의 동포들도 한번쯤 생각해보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드네요...
최은주 : 사실, 저도 요즘 그래요. 그래서 다 쓴 종이를 찢어 버리려다가 한번 다시 생각하죠.
진행자 : 지금 희문 씨 얘기처럼 대부분의 남쪽 학생들은 짐작도 하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장희문 : 남한에서는 시, 소설을 많이 읽는데 북쪽에서는 어떤지 궁금한데요?
최은주 : 저의 경우를 놓고 보자면 저는 없었어요.
진행자 : 지금 희문 씨가 궁금해 하는 부분, 남쪽에서도 참 많은 사람들이 알고 싶어 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그러나 이것에 대한 답은 우리 청취자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실 것 같네요. 반대로 청취자들은 우리가 어떤 책을 읽고 있을지 궁금해 할 텐데요, 제가 오늘 한권씩 본인이 인상 깊게 읽었던 책을 한권 소개해 달라고 부탁드렸는데요.
장희문 : 정하나라는 작가의 ‘달의 바다’라는 작품입니다. 제가 장래에 대한 고민을 할 때 접한 책인데, 책의 주인공도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입니다. 20대 여성, 취직을 하려고 하는데 지망하는 직업이 작가인데 번번이 떨어집니다. 그러면서 막 자살까지도 생각하는데 이 문제가 무겁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가볍게 경쾌하게 그려져요. 그런 와중에 할머니한테 옛날에 연락이 끊겼다가 다시 찾은 고모의 얘기를 접하게 되요. 이 고모는 편지로 할머니에게 자신은 미국에서 항공우주국에서 일하면서 우주 비행사의 꿈을 펼치며 살고 있다고 썼는데, 할머니는 주인공에게 너무 힘들면 이 고모를 한번 찾아서 만나고 오라고 합니다. 그래서 주인공은 미국 주소를 받아들고 미국을 찾아갔는데, 막상 가보니 항공 우주국은 맞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곳이 아니라 항공우주국이라는 이름을 단 식당이었습니다. 식당 종업원이었던 거죠. 실망했지만 진짜 고모가 사는 모습을 보니까 너무 행복한 거예요. 그것을 보고 이 주인공은 깨달아요. 자기의 장밋빛 꿈에서 내 자신을 발견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면서 현실을 긍정한다는 것. 책 속에서 있는 글 중 ‘무엇을 얻으려하지 말고 삶을 긍정하려할 때 삶의 의미가 드러난다...’ 이런 글귀가 기억에 남아요. 저도 사실 꿈은 너무 크고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현실적으로 그것이 이뤄질 수가 없잖아요. 이 글을 읽으면서 내가 상황 자체를 긍정해야겠구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부딪치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이 자체가 의미가 있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최은주 : 저는 기독교인인데요, ‘신의 열애’라는 책을 소개하고 싶어요. 책 내용 중 ‘나를 사랑하라’ 라는 구절이 와 닿았어요. 저는 항상 사랑한다고 얘기를 했는데 내가 믿는 신에게 조차 사랑을 받으려고만 했지 줄 생각을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 면에서 저를 참 많이 깨닫게 해준 책입니다.
진행자 : 지금 은주 씨와 희문 씨가 말 했듯이 책은 지식과 정보의 보고도 되지만 어려울 때 길을 알려주고 힘들 때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저희가 지금 이 시간 남쪽에 있는 책은 모두 소개해 드릴 수 없지만 언젠가는 이 책들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는 바람을 가져보면서 이 시간 이만 마칩니다.
장희문 , 최은주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