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경] 멕시코 차기 여성 대통령이 북한에 주는 교훈

권은경-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2024.06.07
[권은경] 멕시코 차기 여성 대통령이 북한에 주는 교훈 지난 3일 멕시코 대통령 당선인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멕시코시티 중앙광장 소칼로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AP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권은경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 사무국장
미국의 남쪽 국경선을 맞대고 있는 나라 멕시코에서 차기 대통령으로 여성이 선발되어 세계 언론이 주목하고 있습니다. 지난 2일 멕시코 대통령선거관리위원회가 여당의 61세 여성 후보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이 약 60% 득표율로 승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멕시코의 200년 정치 역사에서 처음으로 여성 대통령이 나오게 되었다며 크게 축하하는 분위기입니다.

 

멕시코는 과거 역사적 배경과 종교 등의 이유로 사회 전반에서 남성 중심의 분위기, 즉 남성 우월주의가 대세입니다. 사회 전반에서 남성의 지배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여성은 부차적이고 보조적인 역할로 한정하는 가부장적 경향이 강합니다. 이런 나라에서 여성 대통령이 나오게 된 것은 성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오랜 기간의 다각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인데요. 멕시코 정치계 내 성평등을 위한 정치 개혁의 역사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여성 정치인 할당제를 실시한 건데요. 1996년 국회의원 후보자의 30%를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한 것을 시작으로 2002년부터는 40%의 여성 의원 후보자를 공천하는 것이 의무화 되었으며, 2014년에는 50% 여성 의원 할당제가 도입되었습니다.

 

그 결과 2018년에는 멕시코 의원들 중 절반이 여성으로 구성됐습니다. 하지만 같은 해 31개 주를 대표하는 주지사들 중 단 1명만이 여성 주지사였는데요. 5년이 지난 2023년에는 31개 주에서 9명의 여성 주지사가 나왔습니다. 멕시코 정치계에서 성평등이 빠른 속도로 실현된 것이죠. 그리고 올해 10월부터는 여성이 대통령으로 이 나라를 대표합니다.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당선인은 당선 확정 이후, “나 혼자 해낸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 조국을 물려준 여성 영웅들, 어머니들과 딸들, 그리고 손녀들과 모두 함께 이뤄낸 일이다라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모든 선배 여성들의 긴 세월의 노력이 있었기에 여성이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는 국가적 분위기가 급기야 형성되었다는 말인데요.

 

북한 여성 정치인이나 전문가들의 사정은 지난 시기와 비교했을 때 발전이 되었을까요? 멕시코의 의원 선출에서 여성 할당제를 도입한 이후에, 북한으로 치면 도당책임비서에 해당하는 주지사가 늘어났다고 설명해 드렸는데요. 북한의 역대 도당책임비서 명단을 쭉 살펴봤더니 2005년부터 5년간 황해남도의 책임비서를 역임했던 김락희 외에는 여성 책임비서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북한 법조계에는 여성들이 문건을 기록하는 서기 업무를 맡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여성이 법적 권위와 전문성을 가지고 법률가로서 일하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변호사는 물론이고, 예심원이나 검사, 재판관으로 여성이 일한다는 증언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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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김정은 집권 이후 정권기관 간부들 중 30%를 여성으로 임명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은 있었다고 하는데요. 실행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제14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중 여성이 17%가 조금 넘는 걸 보면, 30% 여성 간부 할당제를 아직 실현하는 과정에 있던가, 아니면 이에 대한 지시가 없지 않았을까 추측하게 됩니다.

 

이렇게 권위와 전문성을 갖춘 직업군에 여성이 거의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소수에 지나지 않는 것은 북한 사회 전반에서 여성의 존재에 권위를 부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여성이 장마당에서 장사하거나, 가내수공업으로 물품을 제조, 판매해서 큰 돈을 벌어서 집안 살림은 물론이고 자녀교육까지 책임 지는 경우는 허다하지요. 또한 국가의 경제적 가치에서도 여성이 중심이 된 장마당과 작은 상점이나 가내공업 등이 창출하는 비중이 높지만 여전히 여성의 노동은 비공식 부문으로 취급합니다. 따라서 한 집안의 남성이 받는 월로임과 배급은 미미하고 여성이 벌어온 돈으로 세대를 부양하지만, 여성은 여전히부양 가족일 뿐이지요. 따라서 공식 배급량도 자녀들과 같이부양가족으로 남편의 절반으로 불합리하게 차별합니다.

 

북한도 여성의 존재와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북한 당국도 여성의 지위와 권리 증진에 힘을 쏟는다고 국제적 약속을 했고, 사회적 약자를 보살피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도리이기 때문인데요. 앞서 멕시코의 의원 추천에서 여성 할당제를 50%까지 올려서 여성 인권 향상에 큰 발전을 이뤘다고 설명해 드렸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여성 할당제를 도입하는 경우들은 허다 합니다. 유엔의 여러 기구들도 40-50%의 일할 기회를 여성들에게 제공합니다. 이렇게 여성들에게 제한적 기회를 확대함으로써 전문 분야에서 여성의 능력을 집중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생각해 본다면, 여성 할당제를 북한의 법과대학 입시 과정에 적용하기를 적극 권고해 봅니다. 과감하게 50% 학생을 여학생으로 받아 보는 것도 괜찮을 듯 합니다. 법령에 대한 이해도나 사람들과 의사소통 능력에서 여학생들이 오히려 우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습니다. 지방의 능력 있는 여학생들에게 법을 공부하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법치의 가치를 제대로 배워서 성장하게 되면 국제 사회가 북한에 대해 우려하는 몇 가지 인권 문제의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지금 북한의 법대에 여학생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10년 뒤에도 여전히 여성 등 사회적 약자는 무시한 채 남성 우월주의로 가득한 가부장적 사회로 남아 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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