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우] 윤 대통령 방미와 워싱턴 선언
2023.05.03
윤석열 대통령이 5박 7일 간의 미국 국빈방문 및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5월 1일 귀국했습니다. 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대통령 외교행사인 만큼 경제사절단만도 120명일 정도로 규모도 컸고 반향도 컸습니다. 윤 대통령은 4월 24일부터 27일 나흘간 워싱턴에서 동포간담회, 경제인 회의, 정상회담, 미 의회 연설 등의 일정을 소화했고 28일 보스턴에 있는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에서 연설하는 것으로 방미 일정을 마쳤습니다.
윤 대통령이 미국 도착 후 맨 먼저 한 일은 ‘대한민국 제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면서 세계적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기업 넷플릭스의 경영진을 만난 것이었습니다. 4월 24일 워싱턴의 블레어하우스 영빈관에서 윤 대통령을 만난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는 향후 4년간 K-콘텐츠에 25억 달러(약 3조 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현재 넷플릭스에는 190여 개국의 2억 3천만 가구가 가입하고 있으며, 그중 60% 이상이 한국 콘텐츠를 시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윤 대통령 내외는 동포간담회에 참석했는데, 12년 만의 모국 대통령의 방문에 고무된 한인동포들을 향해 윤 대통령은 “전 세계 750만 재외 한인들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재미 동포들이 중심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4월 25일에는 미 상공회의소에서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과 「한미 첨단산업 포럼」에 참석했습니다. 이 만남에는 삼성, SK, 현대차, LG, 롯데 등 주요 한국기업의 총수들과 퀄컴, IBM, 마이크로소프트, 보잉, GE, 테슬라 등 주요 미국기업 대표들이 참석하여 한미 간 첨단기술 협력, 공급망 확대, 첨단산업 투자, 디지털 및 인터넷 분야 협력 등을 논의했습니다.
4월 26일에는 바이든 대통령과의 정상회담과 국빈 만찬이 있었습니다. 정상회담에서는 경제·무역·기술·에너지, 반도체, 통신, 국제평화 증진, 북한 인권, 기후변화, 환경보호, 우주개발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철통같은 협력’을 다짐하는 공동성명이 발표되었고, 이와 별개로 북핵 위협에 대한 한미 양국의 공동대응 결의를 담은 「워싱턴 선언」이 발표되었습니다. 저녁에는 백악관 주최로 국빈 만찬이 열렸는데,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미국의 국민 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함께 나란히 하얀색 드레스 및 재킷을 입고 환담을 나누는 모습이 큰 눈길을 끌었습니다. 만찬 후 윤 대통령은 미 해병대 밴드의 반주에 맞추어 돈 맥클린이 부른 미국의 인기가요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를 불러서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어서 27일에는 윤 대통령이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이라는 제목으로 44분 동안 영어로 연설을 했습니다. '자유'라는 표현이 46번이나 등장한 이 연설을 통해 윤 대통령은 무려 61회의 박수를 받았고 그중 23차례가 기립박수였습니다. 이후 미국 네티즌들 사이에서 한국 대통령의 영어와 노래 실력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28일 하버드대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이라는 제목으로 연설을 하고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것을 끝으로 방미 일정을 모두 마쳤습니다.
당연히 대통령의 이번 방미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워싱턴 선언」이었습니다. 그만큼 북한의 핵무력 증강과 그에 대한 한미 양국의 대응이 세계의 관심거리였던 것입니다. 선언의 내용과 의미는 실로 막중했습니다. 워싱턴 선언은 재래전쟁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 체결되었던 한미동맹조약을 북한의 핵무력에 대응하는 동맹으로 전환시킨 최초의 공식 문서였고, 북한의 핵 사용시 미국이 행사할 확대억제력을 크게 강화함은 물론 한미가 핵 정보를 공유하고 기획과 훈련에 동참하는 체제를 탄생시켰습니다. 가공할 핵 응징력을 탑재한 미국의 1만 7천톤 오하이오급 핵추진 전략잠수함을 정례적으로 한국에 기항시키기로 한 부분은 평양 정권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워싱턴 선언」에 대해 북한이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상응하는 군사력을 키우겠다고 다짐했지만, 따지고 보면 북한이 자초한 북한의 딜레마입니다. 자신들의 도발적인 핵무력 증강과 대남위협이 한미동맹의 북핵대응 강화를 초래하고 그 때문에 가난한 북한이 더 많은 돈과 물자를 군사력에 투자해야 하는 이 악순환을 촉발한 장본인이 다름 아닌 북한 자신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어 주변을 위협하지 않았다면, 제2차 세계대전 동안 사용된 모든 무기들의 위력의 7~8배에 달하는 핵무기를 탑재하고 다니는 미국 전략핵잠수함이 한국을 정기적으로 오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태우,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