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칼럼] 2009년 한해를 보내며

김현아∙ 대학 교수 출신 탈북자
2009-12-28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한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올해 북한주민들은 150일 전투 100일전투를 치르며 정말 많은 수고를 했습니다. 결과 올해 당이 제시한 2012년 강성대국 건설 목표를 관철하기 위한 투쟁에서 많은 성과가 이룩되었다고 북한의 신문방송이 크게 보도했습니다.

올해 북한당국은 강성대국을 건설하기 위해 국가체제도 새롭게 정비했습니다. 후계자체제 구축을 위한 사업을 시작했고 중앙 집권적인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복구하는데 모든 힘을 집중했습니다. 연말에는 화폐개혁을 실시해 개인들의 돈을 강제로 회수하여 시장상인들의 장사밑천도 없애 버렸습니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올해 국제금융위기의 여파로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0.1%를 기록했고 실업률이 상승했으며 엥겔계수도 12.3에서 13으로 크게 상승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엥겔계수는 19세기 독일의 통계학자 엥겔이 발견한 법칙으로 사람들이 소비한 돈 가운데서 먹을 것을 사는데 들인 돈의 비율을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잘살면 낮아지고 못살면 올라갑니다.

강성대국 건설에서 큰 성과를 거둔 북한당국이 올해 주민들에게 준 것은 굶주림을 면할 수 있는 강냉이 밥이었습니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예년에 없이 어려웠다고 하는 남한에서는 집이 없이 떠돌아다니는 노숙자들에게도 매일 무료식당에서 이밥에 고깃국을 주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연초부터 전투를 연발하며 사람들을 농촌으로, 건설장으로 몰았지만 농촌동원이란 술어자체가 없는 남한에서는 올해에도 대풍을 이루어 쌀값이 추락했고 전투를 벌이지 않아도 주민들의 주택을 40만 세대 넘게 건설했습니다.

북한의 기준으로 보면 남한은 경제성장이 멎은 올해에도 최고의 강성대국 건설업적을 세운 셈입니다.

국가에서는 이번에 장려금의 명목으로 주민들에게 골고루 돈을 나누어주었습니다. 북한주민들의 마음속에는 내년에 직장에 들어가면 살림이 펴이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러한 희망은 실현가능성이 없습니다. 많은 돈을 나누어주어도 살 물건이 없으면 다시 물가가 폭등하여 돈의 가치가 헐값이 되고 맙니다. 외화교환을 국가가 독점하여 개인들의 외화를 헐값으로 빨아들여 그것으로 외국에서 물건을 사다 상점에 푼다고 해도 몇 달이지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없습니다. 번 것이 없이는 돈도 지속적으로 풀어줄 수 없습니다.

주민들의 생활수준을 올리려면 돈을 나누어 줄 것이 아니라 공장을 가동해 경쟁력이 있는 물건이 생산되고 국내시장과 해외시장에서도 유통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돈을 벌수 있고 그렇게 벌어진 돈만이 생활향상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결국 북한은 올 한 해 동안 이미 실패로 끝난 사회주의실험을 다시 반복하면서 주민들만 들볶았습니다.

내년부터는 하강하던 국제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남한은 내년에 4-4.5%의 경제성장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벌써부터 경제회복의 징조가 나타나 남한의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의 이달 해외여행 상품 예약객 수는 8만4천명을 넘어서 작년 같은 시점보다 81% 증가했습니다. 다른 여행사들의 경우에도 크리스마스 연휴와 새해연휴 기간 동남아, 일본, 중국 등 단거리 노선 항공권은 이달 초 이미 동이 났습니다. 이처럼 시장경제는 결함이 있고 우여곡절이 있어도 전망적으로는 발전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20여 년 동안 파산과 침체를 거듭해온 북한경제는 역시 내년에도 희망이 보이지 않습니다. 주민들에게 회수한 돈을 다 모아도 얼마 안 될 뿐 아니라 설사 그 돈으로 투자한다 해도 사회주의방법으로는 실패할 것이 뻔합니다. 내년에도 강성대국 건설을 위해 또 전투를 거듭하게 될 것이지만 성과는 없고 주민들만 고생하게 될 것입니다.

2010년 새해에는 거창한 사회주의 실험이 빨리 끝장났으면 합니다. 실패에서 교훈을 찾고 노선을 빨리 바꾸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해외여행은 못가더라도 이밥에 고깃국이라도 배불리 먹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