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양곡판매소 통한 식량공급 성공할까?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4.01.29
[김현아] 양곡판매소 통한 식량공급 성공할까? 북한 주민들이 남포에서 쌀을 배급받고 있다.
/REUTERS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북한에서 식량에 대한 국가통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시장에서 알곡판매를 중지시키고 국가가 관할하는 양곡판매소에서만 식량을 구입해야 합니다. 또한 월급을 40배 넘게 올리면서 카드로 지불하고 그것으로 양곡판매소에서 일정량의 쌀을 살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조치가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주민들은 반신반의하고 있습니다

 

김일성이 생전에 주민들에게 약속한 것은 모든 인민들이 비단옷을 입고 이밥에 고깃국을 먹으며, 기와집에서 살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1970년대에 들어와서는 알곡 1000만 톤 고지 점령에 온 인민을 동원하면서, 먹는 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의식주라는 명사를식의주로 수정했습니다. 그러나 21세기에도 북한은 여전히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20년대에 들어와서도 북한당국의 경제목표 1순위는 농업, 특히 알곡 생산입니다. 최근 들어 북한 당국은 알곡 생산을 늘리는 한편, 국가가 식량공급에 대한 통제권을 확립하려 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배급제에 대한 향수가 매우 강합니다배급제를 실시할 때에는 주민들을 통치하기가 수월했기 때문입니다. 배급이 없으면 식량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식량공급표 즉 쌀표를 받기 위해 무조건 공장에 출근해야 했고 험지에 배치해도 무조건 가야 했습니다. 주민등록을 하지 않으면 쌀표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자발적으로 이동과 출생을 신고했습니다. 배급제는 주민들을 국가통치에 복종시키는 쇠사슬이었습니다.

 

이번에 노동자 사무원들에게 월급을 높여 주고 그 월급으로 양곡판매소에서 식량을 구입하도록 하는 방식은 배급제와 비슷합니다. 월급을 카드로 지급하고 그 카드를 국가가 운영하는 양곡판매소와 국영상점에서만 쓸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전자카드가 쌀표 기능을 담당하도록 만든, 느슨한 배급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당국이 당장 이전과 같은 배급제로 넘어가지 못하는 것은 전 주민에게 배급을 줄 만큼의 충분한 식량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편 시장의 도입으로 빈부 차이가 심해지고 경제권이 개인들 손에 상당부문 넘어가 식량을 국가 수중에 집중시키는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앞으로 경제여건이 나아지면 월급을 더 높이고 양곡판매소에서 구입할 수 있는 식량의 양도 늘리면서 점차 완전 배급제로 넘어가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북한 당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서 거의 무상이나 다름없던 알곡의 국가수매 가격을 높임으로써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자극하는데다, 알곡생산을 늘리고 노동자들에게는 본인 배급이라도 지급해줌으로써 공장 출근도 장려하게 될 것을 희망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실현되려면 북한경제상황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국가가 월급으로 지불해준 카드도 구입할 수 있는 상품이 없으면 가치가 하락하게 됩니다. 결국 계획이 실패하게 됩니다

 

북한이 최근 추진하고 있는 사회주의 경제복귀 정책 하에서 이를 담보할 만한 경제성장이 이룩될 것인지는 불투명합니다. 배급제가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방도가 될 수는 없습니다. 배급제는 상품이 부족해 수요를 충분히 보장할 수 없을 때 실시하는 과도적인 상품공급 체계입니다. 북한에서도 배급제 시기 북한 주민들은 고기, 계란, 기름, 당과류 등을 거의 공급하지 못했기 때문에 항상 배를 곯았습니다. 주민들이 이밥에 고깃국을 먹도록 하자면 배급제로 회귀할 것이 아니라 경제를 발전시켜 식량을 충분히 살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자면 경제통제를 강화할 것이 아니라 시장을 허용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자유롭게 돈을 벌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면 경제가 활성화될 것이고 경제가 발전하여 사람들의 먹는 문제도 원만히 해결되게 될 것입니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단순한 길, 명백한 길을 외면하고 불투명한 길을 택해야 하는 이유는 북한체제유지 때문일 것입니다.

 

**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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