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파업에 참가한 북한노동자들의 운명은?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4.02.19
[김현아] 파업에 참가한 북한노동자들의 운명은? 지난 2012년 단둥 인근 임시 축구화 공장에서 북한 관리자가 북한 노동자들을 감독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
/REUTERS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중국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 2천 명이 지난달 임금체불에 항의하며 점거시위를 벌였다는 소식이 남한과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중국 동북부 지린성 허룽시의 의료 제조·수산물 가공 공장에서 일하는, 국방성 산하 전성무역회사가 파견한 노동자 약 2,000명이 집단 파업을 일으켰습니다.

 

원인은 전성무역회사가 코로나로 오랫동안 귀국하지 못하고 고된 노동을 해온 노동자들에게 쥐꼬리만한 월급조차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중국에 가서 힘들게 일해도 노동자들에게 차례지는 돈은 월 700~1000 위안(미화 100~140달러)으로 매우 적습니다. 이것마저 충성자금 등 갖가지 명목으로 요구하는 돈을 바치고 나면 귀국할 때 손에 쥐는 돈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노동자들 중에는 고향에 남편과 어린 자식들을 남겨놓고 온 여성도 많습니다. 고향에서는 돈 벌어 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며 코로나의 힘든 상황을 견디어 냈을 것인데 빈손으로 돌아가게 되었으니 억울함과 분노가 어떠할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북한 노동자들의 집단파업이 발생한 것은 6.25 이후 처음 일어난 일입니다. 해방직후 1945 11월 신의주학생폭동, 1946 3월 함흥학생시위를 비롯하여 크고 작은 시위가 일어났으나 통치체제가 강화되면서 집단항의 운동이 거의 불가능해졌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체제 유지에 조금이라도 위협이 되는 행동은 가혹하게 처벌합니다. 북한은 최고지도자에 대해 불손한 말을 하거나 부주의로 초상화를 훼손하는 것만으로도 정치적으로 처벌받습니다. 또한 두세 명이 결의형제를 맺어도, 공동으로 신소청원을 해도 반국가적 행위로 처벌받습니다. 사법기관이 공을 세우기 위해 사건을 날조해서 사람들을 처벌한 큰 사건이 여러 번 터졌지만, 그에 대한 해명조차 할 수 없습니다. 거기에다 북한정권의 주민들에 대한 세뇌화, 강력한 감시시스템으로 인해 주민들은 항의자체를 포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수천 명 노동자가 집단적으로 파업을 일으킨 것입니다. 아마 파업이 북한 땅에서 일어났다면 북한 당국은 탱크를 동원해서 막았을 것입니다. 고난의 행군시기 송림에서 노동자들의 집단행동이 일어났다는 잘못된 정보를 받고 북한 지도부가 송림시에 탱크부대를 투입했던 사건은 입소문을 통해 적지 않게 알려졌습니다. 이번 파업은 중국에서 발생하다 보니 북한 당국은 있는 돈을 최대한 모아서 돈을 지급하면서 파업을 무마시켰습니다. 이번 파업은 격분한 노동자들이 앞뒤를 잴 겨를이 없이 즉흥적으로 일으킨 것이고, 따라서 그들은 그 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지 않았을 것입니다. 노동자들은 지도자가 아니라 자신들을 착취하고 속여온 중간 간부들을 반대해서 파업을 일으켰고 따라서 북한 지도자는 자신들의 행동에 공감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아무리 정당한 이유가 있어도 집단적인 항의는 반국가범죄로 규정합니다. 주동자는 무기징역 혹은 사형에 처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그러한 행동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은 사람도 방임죄로 노동교화형에 처합니다. 이번 사건에 참가했던 노동자들은 귀국 후 모두 가혹한 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파업 참가인원이 많다 보니 국내, 국제적 파장을 고려해서 주동분자 위주로 처벌하려고 200여 명을 색출했고 그들 중 100여 명을 우선 귀국시켰습니다. 나머지 노동자들은 용서해준다는 회유정책을 쓰겠지만 모든 사람들의 평정서에는 반국가사건 참가자라는 딱지가 붙게 될 것이고 본인은 물론 연좌제로 가족, 친척들이 불이익을 받게 될 것입니다.

 

희생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파업에 앞장섰던 노동자들은 귀국을 거부해야 했고, 북한 당국으로부터 노동자들을 처벌하지 않을 데 대한 약속을 받아내고 그것을 국내외에 공개하기 전에는 파업을 멈추지 말아야 했을 것인데 너무 안타깝습니다.

 

이번 파업은 노동자들이 당국의 억압과 수탈을 더는 참고 견딜 수 없어 폭발한 것입니다. 억울함을 참을 수 없어 너도나도 함께 항의한 파업사건에 대한 처리는 북한 지도부의인민사랑’, ‘인민관의 진실을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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