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남한 영화와 드라마가 무섭다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0-04-13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전 세계가 코로나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코로나를 막는 주요한 방도로 되고 있어 사람들은 바깥이 아니라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보니 갑갑한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도를 찾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쉬운 수단은 컴퓨터나 텔레비전을 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요즘 세상에는 영화 드라마가 너무 많습니다. 남한에서 만드는 영화나 드라마도 너무 많아 현재 방영하는 것도 다 보려고 하면 시간이 모자랍니다. 그런데 남한 것만 아니라 미국, 일본, 중국 등 세계 각국이 많든 유명한 영화를 다 볼 수 있어 무엇부터 봐야 할지 선택하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인터넷에는 어떤 것이 재미있으니 이런 것을 보라고 골라주는 글도 많이 오릅니다. 영화관 화면 못지않은 질 좋은 대형 화면을 볼 수 있는 텔레비전도 있어 영화관에 가지 않고 집에서 얼마든지 영화관 못지 않게 영화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에서는 남한드라마와 영화를 복사해 팔았다는 이유로 청년들이 검거되어 처벌을 받게 되었다는 뉴스가 나서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사실 세상 사람들은 다른 나라 드라마나 영화를 보았다는 것이 죄가 된다는 것을 이해하기조차 어려워합니다. 최근 북한도 북한영화와 드라마를 인터넷에 많이 올려놓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남한에서도 보고 싶은 사람은 북한 영상을 마음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로 인해 처벌을 받는 사람은 없습니다.

외부에서 보면 북한은 세계와 완전히 단절된 국가입니다. 사람들의 왕래가 어려울 뿐 아니라 방송, 통신까지 막혀있는 국가입니다. 전파는 북한에도 퍼져나가지만 북한주민들은 공중으로 날아가는 전파를 마음대로 받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막으면 막을수록 북한주민들 특히 청년들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은 오히려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으로 남한영상물을 복사한 사람뿐 아니라 그것을 팔고 산 사람까지 다 처벌받게 되었다고 합니다. 남한 영상물의 확산을 그렇게 엄격하게 통제하는 속에서도 수천 개가 넘는 영상물이 팔렸다고 하니 이는 역으로 얼마나 사람들이 외부소식 특히 남한소식에 목말라하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지도부는 청년들과 주민들이 남한드라마와 영화를 보는 것을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막으려고 할까?’ ‘다른 나라에서는 단속한다는 것조차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자유로운 영상물시청이 북한에서만은 최고형까지 받아야 하는 범죄로 될까?’ 다시금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실 남한영화나 드라마는 정치적 선전을 목적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북한처럼 어떻게 만들라고 지시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잘 만들고 못 만든 것은 시장이 평가합니다.

잘 만든 영화는 수백수천만의 시청자를 갖게 되고 제작자들은 돈과 명예를 얻게 됩니다. 냉전이 해체된 후 사람들은 이데올로기에 대한 거부감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정치적 색채를 띤 영화는 사람들이 외면합니다. 그러다보니 최근 나오는 남한영화나 드라마는 북한주민들이 보기에 너무 사상성이 없어 오히려 저렇게 만들어도 되나 놀랄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지도부가 기를 쓰고 막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본의 아니게 남한의 실상이 드러나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북한주민들은 남한 영화나 드라마가 진짜 현실일 것이라고 믿지 않습니다. 북한드라마나 영화도 현실을 너무 아름답게 그리기 때문에 남한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사랑과 증오 등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드라마에 저도 모르게 빠져들면서 그렇게 솔직하게 영상을 만드는 자유로운 세상에 대한 동경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과장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보아도 남한은 북한보다 훨씬 발전했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지도부는 스텔스 폭격기나 핵잠수함보다 남한영화나 드라마를 더 두려워합니다. 북한 밖의 세상, 특히 같은 민족이 살고 있는 남한이 북한보다 더 발전되고 더 자유로운 세상이라는 것이 주민들에게 알려지면 권력을 내놓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