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북한 여자축구 선수들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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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2024년 17세 이하 여자 아시안컵 축구경기대회 최종 결승전에서 일본을 이기고 1등을 했습니다. 북한과 일본은 아시아 여자축구의 강팀으로 알려져 있어 북한의 우승이 큰 이변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 축구팀의 인터뷰는 이변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상을 수여할 때에는 그에 대한 본인의 소감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를 줍니다. 보통 이러한 자리에서는 이 소식을 먼저 알리고 싶은 사람들이나 이 상을 받는데 기여한 사람들을 언급하고 상을 받는 자신의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 하곤 합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사람들은 상을 받는 사람의 노력을 헤아리게 되고 같이 공감하며 그를 축하해줍니다.

체육선수들은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소감을 발표합니다. 이번에 북한은 1등을 했을 뿐 아니라 골키퍼(문지기) 박주경은 최고의 골키퍼 상, 공격수 전일청은 경기기간 6개의 골을 넣어 득점왕 상을 받았습니다. 박주경과 전일청은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자기를 이 자리에 있게 해준 감독들과 동료들에 대한 고마움을 표시했고 힘들었던 경기과정을 언급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들의 모습은 다른 나라 축구선수들과 다름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평범한 모습이 이변으로 된 것은 이전 북한 선수들의 인터뷰와 너무도 달랐기 때문입니다. 북한주민들은 1999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마라톤 경기에서 1등을 한 정성옥 선수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는 우승보다 “결승지점에서 장군님이 어서 오라고 불러주는 모습이 떠올라 끝까지 힘을 냈다”는 소감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는 북한에 도착해서 한 인터뷰에서도 “장군님을 생각하며 달렸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북한에서 지도자로부터 선물이나 훈장을 받으면 항상 수령을 칭송하고 충성을 맹세하던 관습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당시 북한은 국가가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보니 세계선수권대회에 미처 관심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북한선수들은 돈이 부족해서 호텔도 잡지 못했고 정성옥 선수는 기본선수가 아닌 보조선수로 참가하다 보니 선수복도 입지 못하고 참가해서 주최측에서는 1등으로 들어온 선수의 국적을 알 수 없어 당황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이 안쓰러웠던지, 아니면 정말 자신을 칭송한 말에 감동되었는지 김정일은 국제대회에서 받은 상금은 모두 당에 바치도록 하던 전례를 깨뜨리고 세계선수권 우승 상금인 5만 달러를 정성옥 개인이 쓰도록 허가했습니다. 그리고 운동선수 최초로 공화국영웅칭호를 수여했습니다. 정성옥은 벤츠 승용차, 아파트를 선물 받았고 인민체육인과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출되었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충성의 화신으로 널리 선전되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은 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정성옥은 달리기보다 말을 더 잘했다”, “실력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말을 잘해야 한다”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회자화하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 축수선수들은 인터뷰에서 ‘김정은 원수님’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정성옥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왜 언급하지 않았을까 오히려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일부 사람들은 북한이 변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징후는 없습니다. 오히려 북한에서는 최근 들어 김정은 우상화가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의 혁명사상이 출판물에서 공식화되고 있고 거리의 대형 간판들에는 김일성, 김정일 이름을 김정은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거리와 마을에는 김정은 모자이크 벽화가 설치되고 있습니다. 김정은을 찬양하는 뮤직비디오 ‘친근한 어버이’가 텔레비전에서 지속적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체육경기 후 인터뷰에서 지도자를 칭송하는 것이 얼마나 웃음거리가 되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에게 사전에 준비시켰을 것입니다. 북한주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