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주민 수탈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2022.09.26
[김현아] 주민 수탈 북한군 병사들이 신의주 압록강 부두에서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AP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김현아 대학교수 출신 탈북민
북한에서 최근 주민들에 대한 수탈이 그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습니다. 반사회주의·비사회주의 연합지휘부는 검열을 주민들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지나가는 주민들의 핸드폰 검열이나 주택검열을 통해 단속이 되면 무마시켜주는 댓가로 돈을 받는 것이 일상화되었습니다. 최근에는 돈이 있을만한 집들을 골라 검열하고 트집을 잡아 벌금을 물려 주민들의 분노를 사고 있습니다. 또한, 인민위원회는 장마당 화장실 사용료를 2배로 높이거나, 자동차 주차 요금과 세차 요금을 인상하는 등 주민들로부터 돈을 거두는데 전력하고 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국경봉쇄로 시장에서 물가는 천정부지로 오르고 장사는 되지 않아 주민들의 생계는 극한에 이르렀습니다. 거기다 북한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농사 작황도 좋지 않습니다. 인공위성 사진을 분석한데 의하면 올해 북한의 벼 수확량이 평년에 비해 15~2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권력자들이 주민들의 돈을 뜯어내어 사는 것은 어제오늘일이 아니지만 이렇게 생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부과되는 수탈은 주민들에게 더 큰 부담으로 되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간부들의 부정부패를 단속하라고 엄명을 내리고 인민적인 정치를 강조하고 있지만,사실은 병 주고 약주는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북한에서는 1990년 국가경제가 파산된 이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월급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동자 농민은 물론 간부들까지도 국가에서 받은 월급으로는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권력이 없는 사람들은 시장에서 돈을 벌고 권력을 쥔 간부들은 그들을 수탈하여 살아가는 것이 구조화되었습니다. 그런데 북한의 경제상황이 더 나빠지다 보니 간부들의 주민 수탈이 더욱 강압적으로 되어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국가재정상황이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북한에서는 국가기업이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여 만성적인 재정부족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재정이 부족하면 그에 맞게 지출을 줄여야 하지만 북한의 재정지출은 더 늘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핵무기를 만들면 군비가 줄어들어 대신 경제를 발전시키게 될 것이라고 선전했지만 이번 9.9절 연설에서도 이전 김일성, 김정일 때와 마찬가지로 “허리띠를 조이고 배를 더 곯아야 했지만” 국방공업을 더 발전시키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한해에도 몇차례 걸쳐 진행하는 대규모 정치행사, 선전성 건설 등은 국가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어 이를 보충하기 위한 주민 수탈을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국가에서는 세금제도를 수탈제도라고 하지 않습니다. 모든 주민들이 세금을 내는 것을 당연한 의무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많이 벌면 세금비율을 높이, 적게 벌면 세금비율을 낮게 정합니다. 그리고 생계유지가 어려울 정도로 돈을 적게 벌면 세금을 내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부족한 양만큼 국가가 보충해 줍니다. 그런데 북한은 주민들의 사적인 경제활동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번 돈에 따라 얼마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규정도 없습니다. 대신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에 따라 제멋대로 주민들의 돈과 물건을 거두어들입니다.

 

그러므로 북한에서는 자본주의사회 못지 않게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습니다. 2022년 유엔이 발표한 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상위 1%가 보유한 소득은 14.8%로 중국 14%, 남한 14.7%보다 오히려 더 높았습니다. 오늘 북한에서 상위계급은 자본주의 사회의 부자 못지 않게 잘 살고 있지만 하층 주민들 속에서는 아사자가 나오고 치료받지 못해 사망하는 등 제2, 3의 고난의 행군을 하고 있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화 임꺽정의 주제가 ‘나서라 의형제여’가 북한주민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습니다. 구천에 사무쳤네 백성들 원한소리/피눈물 고이었네 억울한 이 세상/산천아 말해다오 부모처자 빼앗기고/백성의 등뼈 갉는 이 세상 어이 살리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현아,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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