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중 칼럼] 화폐개혁의 파장과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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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30일부로 북한당국은 화폐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이 조치는 품격있는 국가가 취할 수 있는 조치치고는 상상을 초월한 무책임하고 극단적인 조치입니다.

화폐 개혁 조치로 일반 인민은 더욱 가난해지고 국가와 특권층은 더욱 부자가 되는 현상이 발생할 것입니다. 이번 조치로 인해 그간 장마당 활동을 통해 생계를 가꾸어 오던 일반 주민 다수가 큰 피해를 보았습니다. 국가가 화폐 개혁을 통해 이들의 재산을 상당부분 사실상 몰수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마른하늘에 벼락을 맞은 듯한 큰 충격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다른 편에서 달러와 중국인민폐를 많이 보유한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상대적으로 벼락부자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면 누가 달러와 인민폐를 많이 가지고 있었겠습니까? 그것은 정권과 결탁해 있는 특권층들과 특권회사입니다. 이들은 당과 군대에서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과 기관입니다.

이번 화폐 조치는 이들의 재산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않은 것입니다. 또한 이들의 일부는 화폐 개혁을 미리 알아채고 대비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 특권층은 앞으로 북한의 장마당 경제에서 지배자로 군림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에서 어차피 장마당은 없어질 수 없는 것인데, 이번 화폐 개혁이 이들의 경쟁자인 장마당의 중소 상인들을 몰락시켜버렸기 때문입니다.

이번 화폐 개혁 이후, 앞으로 국가는 인민에 대해 더욱 혹독하게 군림하게 될 것입니다. 이번 조치로 인해 국가와 정권은 벼락부자가 된 셈이고, 일반 주민 다수는 갑자기 생활이 막막해졌기 때문입니다. 북한당국은 새 화폐를 필요한 만큼 찍어낼 것이고, 이를 정권유지 강화에 적합하게 사용할 것입니다. 북한당국은 이번 조치를 통해 일반 주민의 장마당 생계활동을 틀어 막아버리면서, 공장 출근을 강요할 것입니다. 아마도 많은 주민이 어쩔 수 없이 공장에 복귀해야 할 것입니다. 아마도 새 돈을 찍어 서너달 월급을 줄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 공장이 제대로 가동하지 않으면, 노동자는 또 다시 공장 바깥에서 생계를 구할 수밖에 없게 될 것입니다.

북한당국은 이번 화폐 개혁을 통해 마련된 재원을 가지고 국영기업과 국가 산업망을 복구하려고 할 것입니다. 산업면에서는 특히 전력, 석탄, 철도와 금속 등 선행산업에 투자할 것입니다. 그리고 장마당을 대신하여 국영상업망을 확충하고 사실상의 배급제를 재도입하려고 할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시도가 성공할 수 있느냐 입니다. 사실상 북한당국은 2005년 이래로 유사한 시도를 계속해 왔었습니다. 이번 화폐 개혁은 이와 같은 취지에서 극단적 조치입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의 경험이 말해주다시피, 이제 계획경제와 같은 방식으로 또한 배급제와 같은 방식으로는 경제를 살려 낼 수 없습니다.

결론을 내려 봅시다. 이번 화폐 개혁 조치가 북한경제를 살려내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인민생활을 더 어렵게 한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그렇지만, 북한 정권의 재정을 확충해주고 인민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시켜줍니다. 또한 특권층의 재부를 늘려줍니다. 또한 이들은 남들이 몰락한 틈을 활용하여, 앞으로 장마당에서 큰돈을 벌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