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대남비방 역풍 맞는 북 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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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며칠 사이에 북한당국이 굵직한 대남 담화를 발표했습니다. 오늘 저의 논평에서는 남한을 비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표된 담화가 북한 동포들의 의식을 일깨우는 도구가 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북한당국이 차라리 가만히 있으면 모르고 넘어갈 일들이 대남 비방담화 때문에 북한전역에 알려지는 역풍이 부는 것입니다. 남한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고 합니다. 상대방을 공격하기 위해서 던진 무기가 다시 나를 향해서 돌아왔다는 뜻입니다.

먼저 3월 25일 조선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십시오. 남한 일간지의 보도를 소개하면서 남한이 반공화국 체제전복활동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는데, 보도의 내용은 중국, 남한 그리고 미국의 연구기관이 북한에서 발생할 수 있는 급변사태에 대해 논의하고 협조하는 회의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급변사태란 북한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비상상황을 얘기하는 데, 김정일 사망, 군부 쿠데타, 주민 봉기 등 여러 가지 혼란스런 상황을 총칭하는 표현입니다.

사실 남한 일간지의 보도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중국이 북한의 급변사태 문제를 논의하는 데 동의했다는 것입니다. 저의 경험에 따르면, 불과 1년전 만 해도 중국의 전문가들은 급변사태가 발생가능성이 없는 가상적인 상황이므로, 일어나지도 않을 사태에 대해서 논의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본격적으로 미국뿐 아니라 남한과도 이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정도로 바뀌었습니다.

3월 23일자 민족화해협의회, 즉 민화협 대변인 담화에도 흥미로운 내용이 많습니다. 북한 땅을 떠나온 탈북자들이 남한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는 내용입니다.

이제 남한은 탈북자 2만 명 시대가 되었습니다. 북한의 비참한 참상을 견디다 못해 눈물을 머금고 고향을 떠나 갖은 고생 끝에 남한 땅에 정착한 분들이 2만 명에 달한 것입니다.

그동안 남한 사회에서 조용히 지내던 탈북자들은 인원이 많아지면서 여러 가지 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북한의 민화협 대변인이 밝힌 대로, 다양한 방송과 언론매체에서 그리고 남한 동포들을 대상으로 한 대중강연에서 이들은 두드러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북한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참상과 중국 땅에서 고생하고 있는 탈북 동포들의 어려움을 그 누구보다 생생하게 남한 사람들에게 전달해줄 수 있는 분들이 바로 탈북자 자신들이기 때문입니다.

남한 동포들은 탈북자들의 증언과 경험을 통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북한 정권의 반인간적인 독재와 대남 선동선전술, 그리고 남한 좌파정권의 잘못된 대북정책에 대해서 깨닫게 된 것입니다. 그 결과, 북한정권에 대한 혐오감은 높아가는 반면에 독재치하에서 고생하는 동포들은 힘닿는 대로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중국도 북한 급변사태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탈북자들이 북한의 민주화를 위해서 남한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 동포들이 북한 정권의 입을 통해서 알아차리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