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경제난 해소를 위해 지난 6월 28일 발표한 ‘6‧28 방침’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에 단행된 조치의 골자는 협동농장의 분조 규모를 현재의 10~25명 선에서 4~6명 선으로 축소하고, 계획 생산물은 국가가 7할을 가져가고 농장원이 3할을 가지며, 초과 생산량은 농장원에게 돌아가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무역 분야에서도 국가기관이나 협동기관 명의로 개인의 자본투자를 허용한다고 합니다.
남한의 소수 의견은 ‘6‧28 방침’이 서방세계의 물을 먹은 김정은 정권이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하는 증거라고 해석합니다. 이들은 최근 미국 노래와 미국 영화 장면이 담긴 공연실황을 인민들에게 보여주도록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김정은이 중국의 등소평처럼 적어도 북한 동포들의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해 줄 것이란 기대인 것이지요.
반면에 남한 국민 대다수는 ‘6‧28 방침’이 진정한 개혁‧개방의 신호탄이 아니라 임시방편이라고 봅니다. 경제적 어려움이 정권의 존립까지 위태롭게 하지 못하도록 숨통을 조금 트여주는 것이라는 거지요. 가중된 경제난에 더해서 극심한 가뭄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는 인민들의 불만이 중동의 자스민 혁명처럼 북한 정권에 대한 항쟁으로 폭발하지 못하도록 미리 손을 쓰는 것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관직을 박탈당하고 사라진 이영호 총참모장이 왜 실각했는지에 대해 여러 가지 보도가 나오고 있는 데, 대체적으로 이영호 그룹과 장성택‧최룡해 그룹 간의 권력암투가 원인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최근 남한 언론들은 이영호 총참모장이 김정은을 비방하다가 도청에 걸려 실각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김정은이 지난 해 말 권력을 세습한 뒤에 개혁‧개방 의지를 밝혔는데, 이영호가 “자기 아버지는 바깥세상을 몰라서 개방을 안 한 줄 아느냐, 개방하면 공화국이 어떻게 될지 모르고 한 소리”라고 비판한 발언이 최룡해의 도청에 걸렸다는 것입니다.
‘6‧28 방침’이 노리는 것은 북한 동포 개개인의 근로욕구를 부추겨서 생산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김정은 정권의 지갑을 두둑이 채우겠다는 것입니다. 개개인이 열심히 일하겠다는 의욕을 가져야 경제가 살아난다는 평범한 진리를 북한 정권도 잘 알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내가 열심히 일해서 나와 내 가족이 잘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공정한 경쟁을 장려하는 것이 바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중국처럼 자본주의로의 과감한 전환은 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영호의 말대로 자본주의로 전환하는 순간 김일성 3대 세습체제는 끝장이라는 사실을 북한 지도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나이어린 김정은은 이런 사실을 제대로 깨닫지 못할 수 있지만 그의 고모와 고모부 등 그를 둘러싸고 있는 노련한 김일성 추종자들은 개혁‧개방을 막는 것만이 자기들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굳게 믿고 있을 겁니다. 물론 대다수 북한 동포들의 희생을 대가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