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훈 칼럼] ‘김정일 조문’ 남한 국민들의 입장

전성훈∙한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11-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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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영결식과 29일 추도대회를 끝으로 김정일 사망에 따른 장례 일정이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이제 김정일 없는 북한을 그의 어린 아들이 어떻게 끌고 갈지가 우리 모두의 관심사입니다.

이번 장례기간 중에 제기된 문제의 하나가 바로 ‘김정일의 영전에 조문단을 보내야 하는가, 조의를 표명해야 하는가’였습니다. 과거 김일성 사망 때도 같은 문제가 불거졌었죠. 당시 남한의 김영삼 정부는 조문단을 보내지 않았고, 조의도 표명하지 않았습니다. 북한은 남한의 이런 태도를 비난하며 온갖 협박을 늘어놓았고, 상당기간 남북관계가 경색됐었습니다.

저는 북한 동포들께 왜 남한이 조문단을 보낼 수 없는지 그 이유를 이해해주시도록 부탁드립니다. 김일성은 우리 민족 최대의 비극인 6·25 남침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입니다. 스탈린의 하수인이자 심부름꾼으로 북한 땅에 발을 들여 놓은 소련군 대좌 출신의 김일성은 북한을 공산주의로 물들였습니다. 그는 겉으로는 ‘인민은 평등하다’는 허울 좋은 구호를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북한을 이 세상에서 가장 계급적이고 성분차별이 심한 사회로 만들었습니다.

6·25 전쟁이 끝나고도 북한의 대남 도발과 테러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남한을 무력으로 통일하겠다는 김일성의 생각은 그의 아들 김정일로 이어졌고, 김정일 역시 각종 대남 테러와 납치를 자행한 장본인입니다. 많은 북한 동포들이 지금까지 정권의 온갖 거짓말과 선동에 속아서 이런 사실을 잘 모르실 겁니다. 하지만 김일성에서 김정일로 이어지는 북한 정권 하에서 수십만에서 수백만의 우리 동포들이 굶어죽거나 정치범 수용소에서 동물같은 생활을 한다는 것을 국제사회는 잘 알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에서 남한은 조문단을 보낼 수도 없고, 조의를 표명하기도 어려웠던 겁니다. 다만 이번 김정일 사망에 즈음해서 남한 정부는 북한 정부가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 애도의 뜻을 표시했습니다. 북한이 안정을 되찾고 개혁·개방을 해서 인민들이 잘 살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더 나아가, 북한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와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의 사망 시 조의를 표했던 것에 대한 답례로, 동양의 예의와 인도적인 차원에서, 김 대통령과 정 회장 가족의 방북을 허용했습니다.

사실 김정일 사망에 대한 조의 표명과 관련해서 대다수 남한 국민의 입장은 매우 차갑습니다. 서울대학교의 한 학생이 학내에 ‘김정일 분향소’를 설치하려고 하자, 학교 당국은 물론 대다수 학생들이 신랄하게 비판하며 막았습니다. 테러를 일삼고 북한 인민들을 굶겨 죽이면서도 호의호식한 최악의 지도자에게 무슨 조문이냐는 겁니다. 학생들은 조문을 논하기 전에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사과부터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제 김정일의 사망으로 남북관계는 새로운 시대로 들어섰습니다. 우리가 여태 가본 적이 없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미지의 세계로 말입니다. 어려운 때일수록 남과 북의 동포들이 이심전심으로 서로서로 뜻이 통해서 평화통일의 그날을 하루빨리 맞이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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