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게 평화적 핵 이용 권한이 있는가?

중국의 북경에서 진행중인 제4차 6자회담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느낌입니다. 몇 가지 원칙에 대해서 합의가 이뤄지던, 아니면 협상이 깨지던 간에 어떤 형태로든 조만간 결말이 날 것 같습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현재 가장 중요한 걸림돌이 되고 있는 사항은 북한이 평화적 목적의 핵이용 권한을 주장하고 있는 점이라고 합니다.

지난 4일 밤 갑작스럽게 기자들을 만난 김계관 북측 대표도 북한이 비핵화 하자는 것은 평화적 핵활동을 하자는 것이며 모든 국가들이 평화적 핵이용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이 전쟁패전국도 아니고 죄를 지은 나라도 아닌데 왜 평화적 핵활동을 할 수 없냐고 반문했다고 합니다. 북한당국의 생각과 이번 회담에 임하는 전략이 김계관 대표가 밝힌바 대로라면, 이 문제로 6자회담이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해할 만한 일입니다.

김계관 대표의 발언에는 현 상황에 대한 북한 당국의 잘못된 인식이 배어있다는 것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선 전 세계의 모든 국가들이 평화적 핵이용 권한을 갖고 있다는 김 대표의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핵무기확산금지조약, 즉 NPT에 가입한 국가들만이 평화적 핵이용의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NPT에 서명한 나라들만이 국제원자력기구, 즉 IAEA나 기타 원자력선진국들로부터 평화적 핵이용에 필요한 기술적, 재정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국제사찰은 받습니다. 평화적 핵이용이라는 명분하에 군사적 목적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북한이 지금까지와 같은 핵기술과 능력을 축적한 것은 NPT와 국제원자력기구의 덕택이 큽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갖지 않겠다는 약속 하에 핵에 관련된 지식과 능력을 습득할 수 있었으며, 이 과정에서 국제원자력기구가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입니다. 북한이 NPT 회원국으로서 IAEA의 사찰을 받으면서 평화적 핵이용 권한을 누렸던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릅니다. 북한은 NPT에서 완전히 탈퇴한 전 세계의 유일한 나라이고, IAEA의 회원국 지위도 스스로 포기한 나라입니다.

더 나아가서 NPT 회원국으로 있으면서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함으로써 NPT 조약을 명백하게 위반한 나라입니다. 북한의 핵개발 문제가 제기된 초창기에는 영변의 핵시설들이 평화적 목적의 핵이용 시설이라고 주장하다가, 최근에는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선언함으로써, 과거의 주장이 거짓이었음을 스스로 자인한 나라가 북한입니다.

이런 사항들을 고려할 때, 북한은 NPT의 다른 회원국, 예를 들어, 남한과 같이 핵의 평화적 이용 권한을 요구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것이 자명해집니다.

다시 말해서, 북한 당국이 자신들의 입장을 어떻게 변명하던, 북한의 평화적인 핵이용 주장은 NPT의 189개 회원국들로부터 동의를 얻을 수 없는 억지주장인 것입니다.

북한이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왜 평화적 핵활동을 할 수 없느냐는 김계관 대표의 주장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NPT 조약을 명백하게 위반한 나라입니다.

전 세계의 189개국이 서명한 조약을 위반한 행위가 죄를 지은 것이 아니라는 북한의 인식에 이의를 제기할 나라들은 많을 것입니다. NPT 위반행위는 최소한 다른 회원국들에게 정중하게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소해야 할 사안임에는 분명합니다.

현재 북핵위기의 실체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고, 그 위기의 원인제공자는 북한입니다. 따라서 북한이 어떠한 권리를 내세우기에 앞서서 먼저 과거의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것이 순리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