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세계 왕국이나 제국을 지도하던 인물들은 군주였습니다. 17세기와18세기에 유럽과 신세계인 북미에서 정치, 사회, 경제, 철학과 과학을 바꿔놓은 진보적 사상운동인 계몽주의가 일어나면서 개인을 중심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사상이 형성되었습니다. 21세기에 많은 민주주의 문명국들은 공화국이지만, 자유민주주의 국가에도 아직까지 군주들이 존재하는 상황이 많습니다.
민주주의 국가중 유럽 나라인 네덜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룩셈부르크, 리히텐슈타인, 모나코, 벨기에, 스웨덴, 스페인, 안도라와 영국, 아시아 국가인 일본이나 말레이시아, 중동 나라인 요르단은 아직까지 왕이나 왕비가 있습니다. 이러한 나라는 '입헌군주국'이라 합니다. 입헌군주국에서 왕이나 왕비의 역할은 상징적입니다. 입헌군주제는 헌법 체계 아래서 세습되거나 선임된 군주를 인정하는 정부의 형태입니다. 왕이나 왕비, 군주는 국가 원수의 역할을 하는 것뿐입니다. 현대 민주주의 군주국에서 군주가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이러한 국가에서 왕이나 왕비는 존경을 받는 인물이지만, 나라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습니다. 왜나하면 정치 주도권을 가진 인물들은 총리나 내각, 또 국회의원들이지만 그들은 국민들의 투표로, 투명성이 있는 민주주의적 선거를 통해서 뽑습니다.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입헌군주국에서 왕좌는 세습되고 있습니다. 또한 현대역사를 보면 군주국이 아닌 나라에서 권력세습이 이루어진 경우가 있습니다. 19세기 남미국가인 파라과이, 20세기 중남미 국가인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카리브해 섬나라 쿠바와 아이티, 아프리카의 토고, 콩고, 가봉과 지부티, 중동의 시리아와 이라크나 구소련 국가인 아제르바이잔에서 권력세습이 이뤄졌습니다. 인권을 심하게 유린하고 정치탄압이 심한 이러한 국가에서 자식이나 형제에게 권력을 넘긴 지도자들은 스스로 '민주주의 공화국'이라 주장하고 '대통령,' '총리,' '수상,' '당총리비서'라 주장하지만, 사실 이러한 나라들은 입헌군주국도 아닌 중세식 군주국에서 절대권력을 갖고 있던 왕과 별 다른 점이 없습니다.
특히 권력세습을 시도하려는 공산주의 독재국들의 상황은 심각합니다. 공산주의 독재국가들은 온국민들을 탄압하고 굶기면서 인권을 심하게 유린하면서도 '노동자들의 지상낙원'이라 주장하고 명목상 평등주의를 설교하고 있습니다. 투명성이 있는 민주주의적 선거가 아닌 권력 세습을 통해서 자녀들에게 권력을 넘기면서도 '민주주의공화국'이라 주장하는 것은 이중적이며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아주 먼 이야기입니다.
쿠바의 경우 독재자인 피델 카스트로가 건강이 악화되면서 형제인 라울에게 권력을 넘기면서 권력세습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인류역사상 공산주의독재국가뿐만 아니라, 군주국이 아닌 나라에서 3대 세습까지 이뤄지는 나라는 북한밖에 없습니다. 북한은 지난 9월 28일 노동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일 국방위원회장의 셋째 아들인 김정은이 당 군사위 부위원장과 중앙위원으로 임명되었으며3대 권력세습을 공식화하면서 조선노동당을 공산당도 아닌 김가숭배를 중심으로 하는 김일성 당으로 규정됐다는 것입니다. 또 노동당대표자회가 개최되기 직전 군 경험이 하나도 없는 김정은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여동생 김경희를 인민군 대장으로 임명했다는 것은 김씨 일가가 개혁과 개방을 거부하면서 북한의 절대적인 주도권을 잡으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얼마전 김경희의 남편인 장성택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과 노동당 행정부장으로 겸임발령되면서 김정은 정권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김정은을 보호할 인물로 인정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 노동당대표자회에서 조선노동당 규약 서문에 명시된 '조선노동당은 마르크스-레닌주의 당'이라는 규정을 삭제하면서 김정일 정권은 세계 역사에 상처를 많이 남긴 부정 축재 정치 체제라는 것을 분명히 나타내고 있습니다. 부정 축재 정치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닌, 국민들을 탄압하고 착취하면서 독재자와 독재자 가족의 이득과 권력을 위한 정치제도입니다.
마르크스-레닌주의 국가들의 기본적인 모순은 '노동자들의 지상낙원'과 '평등주의 국가'라 주장하면서 국민들을 탄압하고, 굶기고, 독재자, 독재자 가족과 공산당 간부들을 위한 정치제도였다는 것입니다. 구소련과 동유럽의 공산주의 체제는 이 모순 때문에 21세기 전에 무너졌습니다. 북한의 경우 '조선노동당이 마르크스-레닌주의 당'이라는 규정을 삭제하는 것으로 그 모순이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실 주민들을 굶기고 탄압하며 김씨일가가 3대 권력세습까지 이루려는 북한은 냉전시대 동유럽의 독재체제보다 그모순이 훨씬더 심하며 인류역사상 민주주의와 거리가 가장 먼 국가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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