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미국 토론회가 북한 주민에게 보여준 것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4.09.12
[란코프] 미국 토론회가 북한 주민에게 보여준 것 지난 11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텔레비전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미 대선 후보 TV토론회가 생중계되고 있다.
/연합뉴스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지난 화요일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인들은 텔레비전 앞에 앉아 매우 중요한 방송을 지켜봤습니다. 미국 대통령 후보 2명의 토론이 중계된 것인데요,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와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는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자신이 어떤 정책을 펼칠 것인지 설명하기도 하고, 상대방을 마구 비판하기도 하면서 90분간 토론을 이어갔습니다. 물론 이 토론은 생방송 즉 실시간으로 중계됐습니다.

 

토론을 지켜본 사람은 미국에서만 8천만 명 이상입니다. 토론은 인터넷으로도 중계돼 세계 어디에서나 실시간으로 볼 수가 있었는데요. 미국 밖에서도 수천만 명이 보았을 겁니다.

 

토론은 미국 정치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2024년 선거에서 토론은 사실상 선거 결과에 영향을 크게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청취자 여러분이 아실지 모르지만 원래 민주당 후보는 현직 대통령인 조 바이든이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6월 말, 공화당 트럼프 후보와의 토론에 참석했는데, 문제점을 많이 보여줬습니다.

 

결국 토론 이후 민주당의 간부들도, 민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도 바이든 대통령이 후보에서 사퇴하고 새로운 후보를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바로 6월 말의 이 토론 때문에 미국 정치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대통령 선거가 실시되는 바로 그 해에 핵심 정당이 후보를 교체하기로 한 것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선거에 불출마하겠다고 선언했고 그 대신이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가 출마했습니다. 해리스는 인도계 어머니와 자메이카 출신의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이민 가정의 후손이자 여성입니다.

 

이번 토론에서 후보자 두 사람 모두, 자신의 입장과 계획을 설득력 있게 설명했고 반대파를 비판할 때도 좋은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확실하지 않지만 11월 초, 즉 대선 직전에 세 번째 토론이 열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의 힘을 알 수 있습니다.

 

민주국가이든 독재국가이든 지도자들은 결코 완벽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최고지도자도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고 잘못된 정책 노선을 선택할 수도 있습니다. 

 

민주국가에서는 국민들이 정치인들이 주장하는 계획과 노선을 보고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투표합니다.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는 국가 간부들뿐만 아니라 평백성들에게도 인기를 얻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북한이나 중국과 같은 독재국가에서는 언론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도자를 올바른 사람이라고 찬양하면서 어떤 비판도 없이 그의 정치노선을 열심히 선전합니다. 이와 같은 체제에서 국민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정치세력을 반대할 수도 없고, 마음에 들지 않는 후보의 당선을 막을 수도 없습니다.

 

오늘날 방송과 인터넷의 발전으로 편집 없이 공개되는 토론이라는 장을 통해 정치인들은 자신의 계획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국민들은 집단 판사의 위치를 얻습니다. 판결을 내리는 날은 선거의 날입니다. 그리고 토론은 투표할 사람들이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상상해 봅시다.

 

김정은과 김덕훈이 둘 다 인민들의 투표로 당선되기 위해서, 투표 전에 서로 다른 자신의 계획을 설명할 뿐만 아니라, 서로 공격하고 비난하는 모습을 상상해 봅시다. 북한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장면입니다.

 

모든 것을 지도자 단독으로 결정하고, 인민들은 기계처럼 선거의 날, 명령에 따라 투표를 하는 것. 이것이 바로 권위주의 국가의 국내 정치 모습입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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