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60년 전인 1964년 2월 25일, 김일성은 사회주의 농촌에 관한 테제를 발표하며 북한 농업정책의 기본을 구체적으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북한의 농업정책은 큰 실패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1960년대 초 북한보다 어렵게 살았던 중국은 식량 문제를 해결한 지 벌써 30년이 됐습니다. 1960년대 북한과 생활 수준이 대체로 비슷했던 한국은 세계 기준으로 부자 국가가 됐습니다. 하지만 북한 농촌 생활을 보면 1960년대 초에 비해 나아진 것이 거의 없습니다.
북한 언론은 농업 문제나 식량 부족을 설명할 때 어려운 자연 조건을 자주 언급합니다. 하지만 비슷한 지역에 위치한 한국과 중국의 자연 조건은 북한과 별 차이가 없습니다. 결국 북한의 농촌 문제는 자연 조건보다 정치 때문으로 보입니다.
세계 어디에나 공산권 국가들은 북한처럼 농업 집단화를 시도했고 농업 발전에서 뒤쳐졌습니다. 1920년대 말 농업 집단화 정책의 선봉에 섰던 소련도, 1940-50년대 소련을 모방했던 사회주의 진영 나라들도, 집단화를 통해서 나라의 발전을 위한 자원을 쉽게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농민들은 협동농장에 가입해 사실상 국영기업소 노동자로 일하고, 협동농장에서 얻은 식량은 매우 싸게 국가에 공급되며, 국가는 이 값싼 식량을 이용해 공업 발전을 이루고, 무역도 할 계획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협동농장과 같은 농업관리 조직은 세계 어디에나 큰 실패로 끝났습니다. 국가는 협동농장을 통해 식량을 쉽게 얻을 수 있었지만, 농민들은 협동농장 밭에서 열심히 일할 이유를 찾지 못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하나밖에 없었는데요. 협동농장을 해산시키고 농민들이 자신이 농사를 지은 땅의 소유권 또는 이용권을 받고 농사를 지어 얻은 이익을 농민이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
중국은 1970년대 말 이러한 개혁을 실행한 이후, 7년 이내에 식량 수확고를 30% 증산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중국식 개혁을 모방한 베트남(윁남)에서도 같은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동구의 사회주의 진영 국가에서도 공산당 정권의 붕괴 이후 협동농장이 사라져, 식량 생산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동독에서는 통일 이후에도 협동농장이 많이 남아 있었지만 그 협동농장은 정부와 당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진짜 농민들이 같이 일하고 관리하는 단체였습니다.
북한이 이러한 개혁을 하지 않는 이유를 확신할 수 없지만,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농민들에 대한 통제를 상실할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두려움은 많이 과장된 것입니다. 세계 역사가 여러 번 보여주듯이, 농민들은 심한 압박과 착취를 받지 않는다면, 정치 운동에 관심이 별로 없습니다. 그들은 농사를 열심히 짓는다면 배불리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충분한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 북한도 중국이나 베트남처럼 1990년대 협동농장을 해산시켰다면, 오늘날 이들 나라처럼 식량 문제 없이 살았을 것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