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탈북자가 사라진 시대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2.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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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코프] 탈북자가 사라진 시대 하나원에 있는 탈북자들이 강의를 듣기 위해 건물로 들어가고 있다.
/AP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최근 통계를 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한국에 도착한 탈북자의 숫자는 19명입니다. 거의 3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낮은 숫자입니다. 탈북 역사에서 새로운 시대가 시작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공산당 시대 소련이든, 폴란드이든, 동도이칠란드이든 어디에나 비슷한 경향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들 나라 주민들은 기회가 생길 때 해외로 가고 싶은 사람들이 참 많았습니다. 선전일꾼들이 계속 찬양하는 ‘사회주의 락원’ 떠나서, ‘자본주의 지옥’으로 가고 싶은 사람들이 놀라울 정도로 많았고, ‘자본주의 지옥’에서 ‘사회주의 락원’ 품으로 가고 싶은 사람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예를 들면, 도이칠란드의 분단 역사를 보면 동도이칠란드에서 서도이칠란드로 간 사람들, 즉 탈동자는 65만 명 정도이지만, 그 반대로 움직인 사람들은 수만 명 뿐입니다. 사회주의 진영 국가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주민들이 ‘사회주의 락원’에서 떠나지 못하게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베를린 장벽입니다. 

 

그러나 북한만큼 나라를 철저하게 밀봉한 사회주의 국가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 북한 정권은 지리적 조건에서 운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남한과의 국경, 즉 비무장지대는 사실상 전선과 다를 바가 없어서 통제하기 쉽습니다. 북방 국경은 중국과의 국경인데, 1990년대까지 또 다른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으로 가고 싶은 사람들도 많지 않았고, 국내에서도 김일성 시대 주민들에 대한 감시는 전례 없이 엄격했습니다. 여행증, 숙박검열 등 때문에 국내에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와 이와 같은 북한의 국가 장악력이 약해지기 시작했고, 돈을 벌기 위해 중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급증했습니다. 1990년대 말부터 탈북자 숫자가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2010년 무렵, 남한에 도착한  탈북자의 숫자는 매년 2,500명 정도였습니다.

 

김정일은 많은 주민들이 도망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것을 그리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김정일은 자신이 오래 살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자신이 죽을 때까지 별문제가 생기지 않으면 좋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그렇지 않은데요. 그는 오랫동안 나라를 통치하고 싶기에 장기적 계획이 필요했습니다. 김정은의 입장에서 보면, 탈북자들은 보이지 않는 위협이었습니다. 그들이 남한에 정착한 이후에도 북한의 친척, 가족들과 관계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외국 생활에 대한 진실을 북한 인민들에게 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2010년대 초부터 국경경비를 강화했습니다. 성과가 있었는데요. 탈북자들의 숫자는 몇 년 이내 급감했습니다. 그러나 가장 큰 타격은 바로 신형코로나비루스의 확산 그리고 방역 조치입니다.

 

북한 당국의 코로나비루스 이야기는 진짜 이유인지 구실인지 알 수 없지만, 코로나 방역 조치는 당국에 의한 주민 감시를 강화시켰습니다.

 

중국도 옛날과 달리 탈북 방지에 크게 협력하면서 국경지대에서 중국 측의 감시도 많이 강화했습니다. 공안도 탈북자 검거에 열심입니다. 쉽게 건너갈 수 있었던 두만강은 사실상 요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를 지금 모두 볼 수 있습니다. 탈북자들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이것은 장기적인 변화로 보입니다. 앞으로 한국에 도착하는 탈북자의 숫자는 오랫동안 수십 명 수준으로 유지될 것입니다. 이것은 북한 통치자들에게는 큰 성공입니다.

 

ANDREI LANKOV, 에디터:오중석,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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