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새로운 블록화 중국, 러시아, 이란 그리고 북한

란코프 ∙ 국민대 교수
2022.09.22
[란코프] 새로운 블록화 중국, 러시아, 이란 그리고 북한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6일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 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

란코프 교수
란코프 교수
국제학자 대부분은 오늘날 국제질서의 기본 경향이 ‘블록화라고 주장합니다. 블록화는 무엇일까요? 얼마 전까지 세계는 통합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국제 무역은 갈수록 자유화되고, 개인과 단체들이 자유롭게 호상 다른 나라에서 활동했습니다. 바로 세계화입니다.

 

하지만 약 5년 전부터 이 흐름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중국을 비롯한 몇 개의 나라는 국제질서에 대해서 불만이 커졌고 마침내 기존 국제질서에서 이탈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나라들은 그리 많지 않은데요, 핵심은 중국, 러시아, 이란입니다. 그들의 불만은 왜 커졌을까요?

 

핵심 이유는 시간이 갈수록, 기존 국제질서가 요구하는 조건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국제질서는 갈수록 민주주의 가치관을 크게 강조했고 경제부문에서도 새로운 기술에 대한 소유권을 보호하려 했습니다. 그 때문에 국내에서 권위주의가 심한 나라, 외국에서 기술을 많이 훔치는 나라들은 불만이 갈수록 많아졌습니다.

 

무엇보다 블록화를 불러온 핵심 이유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입니다. 2010년대 말 무역전쟁으로 시작된 미중 대립은 갈수록 전면적인 대결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지금 중국은 반민주주의, 반세계화 블록의 지도국가가 되었는데요. 흥미롭게도 무역의 비중이 큰 중국은 세계화 전체를 반대하지 않지만, 그 중에서 자신의 조건에 맞는 세계화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북한은 반민주 진영에 참가했는데요.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은 핵개발 때문에 국제질서에서 압박을 받았습니다. 또한 북한은 민주주의나 인권을 전혀 지키지 않기 때문에 세계의 수많은 국가의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블록화는 옛날 냉전시대와 비슷해 보이지만, 몇 가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첫째는 경제입니다. 냉전시대 사회주의 나라들은 시장경제를 반대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러한 경향이 없습니다. 중국도, 러시아도 국가의 간섭이 심하지만 주로 개인들이 움직이는 경제, 주로 시장 경제 구조입니다.

 

둘째로 반민주진영이 공유하는 사상이 없습니다. 20세기 냉전시대, 반미 세력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를 믿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이러한 경향이 없는데요. 러시아나 중국에게 사상이 있다면 그저 자기 나라 제일주의, 즉 민족주의 입니다. 이란은 이슬람 종교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란에서는 종교인들이 정치와 사회를 직접 통제하지만, 중국에서 종교는 심한 억압과 통제의 대상입니다. 보다 흥미로운 것은 북한과 이란입니다. 이란에서 주체사상을 선전하면 감옥으로 갈 것입니다. 북한에서도 이슬람 선교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 사람들 역시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 서로 친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세번째 특징은, 반민주주의 진영은 경제력이 크지 않습니다.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지만, 러시아는 에스뺘냐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것을 감안하면 현 단계에서 민주주의에 도전하는 세력은 장기적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그들은 동질성도, 경제력도 없으며, 군사력도 생각보다 약합니다. 따라서 반민주 진영은 승리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아주 오랫동안 민주진영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들끼리 사는 작은 세계를 만들고 유지할 능력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 이러한 블록화는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는 매우 기쁜 일일 것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은 지금 자신의 전략적인 위치 때문에 중국을 비롯한 반민주진영 국가들에게서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ANDRE LANKOV,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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