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사로청과 비효율적 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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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7일은 지금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으로 알려진 사로청이 생긴지 72년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사로청의 역사적인 뿌리를 보면, 구소련과 똑같습니다. 구소련에서도 북한처럼 만 18세 미만 젊은이들은 공산당에 입당하지 못했지만, 공산당 산하에서 활동하는 콤소몰, 즉 공산주의청년동맹에 입맹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1940년대 말 사로청은 누구든지 입맹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었습니다. 정권에 대해서 충성심이 제일 강한 소수만 당시에 사로청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1950년대 말 부터 북한 사로청도 사실상 모든 젊은 사람들이 의무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기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왜 그렇게 됐을까요? 한편으로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공산주의 국가에서 나이 때문에 공산당에 입당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출세를 위해 청년동맹에 입맹하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당국자들도 청년들의 입맹이 사상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기고 있기 때문에 젊은 사람 누구든지 입맹하도록 했습니다. 사로청에 입맹해 참여하지 않는 사람은 당국의 선전을 충분히 듣지 못합니다. 그러나 사로청을 중심으로 하는 사상교육이 얼마나 성공했는지에 대해선 많은 의문이 듭니다. 구소련을 예로 들면 소련 청년동맹 기관은 부정부패와 불법행위가 많은 곳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콤소몰은 별 효과가 없었던 겁니다. 뿐만 아니라, 소련이 무너진 다음에 청년동맹 간부 출신들은 공산당 간부 출신들보다 불법행위를 더 많이 저질렀고, 새로운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부자 자본가들이 되었습니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독점적 권한을 가진 사회조직은 변질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로청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로청 간부들은 사로청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체제 선전을 하고 있지만 그 효과가 크게 드러나지도 않고, 그러니 간부들은 선전에 열과 성을 다하지도 않습니다. 결국 사로청은 사상교육 기관 중 하나지만, 중요한 수단으로 평가받지 않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현상은 사로청 뿐만 아니라, 북한 선전기관들을 볼 때 공통적으로 볼 수 있는 특징입니다. 경쟁이 없기 때문에, 선전일꾼들도 자신들의 정치를 정당화하는 효과적인 수단을 개발할 필요를 느끼지 않습니다.

민주국가에서도 홍보라는 이름으로 선전을 합니다. 정부도, 여당도, 야당도 모두 열심히 선전을 합니다. 그러나 자신의 주장을 설득력 있게 선전하지 못하는 세력은, 불가피하게 권력을 유지하지 못합니다. 지금 미국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 세력도, 그를 반대하는 야당세력도 서로를 열심히 비난하며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의 주장에는 논리도 있고 설득력도 있습니다. 민주국가에서의 선전과 비난은 지금보다 나은 미래를 위한 것입니다. 하지만 북조선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사로청을 비롯한 여러 북한 조직은 수십 년 전부터 해온 주장을 기계적으로 열심히 반복할 뿐입니다. 이와 같은 경향은 북한의 여러 조직들, 노동당, 직업동맹과 여맹에서도 볼 수 있지만 그 중 사로청이 가장 심합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