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에 사회민주당과 천도교청우당이 존재하는 이유

0:00 / 0:00

대부분의 사람들은 북조선이 일당제를 실시하는 공산주의국가라고 생각합니다. 이 설명은 북조선 상황을 잘 보여줍니다. 북한을 움직이는 세력은 조선로동당입니다. 그러나 엄밀하게 말하면 북조선에는 정당이 세 개 있습니다. 조선로동당, 오늘날 사회 민주당으로 알려진 민주당 그리고 천도교청우당입니다. 바로 2월 8일은 천도교청우당이 생긴 날입니다.

사회주의 진영에서도 북조선만큼 공산당이나 로동당의 역할을 강조하는 국가는 거의 없었습니다. 예를 들면 1960년대 초부터 북한은 로동당을 중심으로 하는 공업경영제도를 만들었는데 이것은 다른 공산주의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북조선은 이름뿐인 민주당과 천도교청우당을 만들며 공식적으로 일당제를 만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북한당국은 왜 아직 아무 역할이 없는 이들 정당을 남겨뒀을까요?

우리가 북한 역사를 보면 원래 천도교청우당과 민주당은 아무 의미가 없는 위성 단체는 아니었습니다. 1945년에 창당한 민주당과 1946년에 창당한 천도교청우당은 1950년대 초까지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 북한의 핵심전략은 통일전선 전략입니다. 물론 거의 모든 북한의 전략들처럼 북한에서 개발된 것이 아니라 소련의 것을 베낀 것입니다. 통일전선전략이란 무엇인가요? 공산당은 공산당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가능한 한 포용, 통제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공산당은 공산당이 아닌 사람들을 조직, 통제, 교육하기 위해 공산당이 아닌 정당을 허용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동도이칠란트(동독)나 뽈스카(폴란드)를 비롯한 여러 공산국가에서도 공산당이 아닌 정당이 존재했습니다. 물론 이 정당들은 공산당이 지도하는 통일전선에 가입해야 합니다. 정당의 간부들 가운데에는 비밀 공산당원 그리고 보위원들이 아주 많았습니다. 당연히 북조선의 민주당도, 천도교청우당도 1940년대 말 매우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해야 하는 것은 통일전선은 사실상 공산당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도구였다는 점입니다.

1950년대 초 들어와서는 민주당과 천도교청우당 모두 사실상 무너져 버렸습니다. 1953년 휴전 이후에 조선로동당은 이제 가짜 정당들이 필요없게 된 것입니다. 당시에 소련 자료를 보면 북조선 지도자들은 민주당이나 천도교청우당을 공식적으로 해체시킬 생각까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1950년대 말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는 민주당, 천도교청우당도 쓸모 없는 단체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공식적으로 없애 버리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북조선 지도부는 이들 정당을 해산시키지 않기로 했습니다. 대신 1960년대 말부터 이들 정당들은 대외 선전 도구가 됐습니다. 외국 대표단이 북조선을 방문했을 때 북한측은 민주당이나 천도교청우당이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로동당이 권력을 독점하는 세력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순전히 말뿐입니다. 사실상 지난 60년 동안 민주당이든 천도교청우당이든 아무 내용도, 실체도 없습니다. 그 정당들의 간부들은 모두 다 보위원이나 조선로동당 간부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정치적 연극이 쓸모가 있어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매우 오래된 전통으로써 유지되고 있습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