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달 동안, 구소련에 속했던 두 개 나라에서 동시에 정치 위기가 생겼는데요. 벨라루스와 키르기스스탄입니다. 두 나라에서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 이후 대규모 민중 데모와 심한 갈등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사뭇 다릅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날조된 선거 결과가 공개되자 대규모 시위가 시작되었고, 며칠만에 선거 날조를 시도한 정권은 붕괴되었습니다. 야당은 국가를 장악했습니다. 벨라루스에서도 훨씬 심한 선거 조작이 자행되었고 민중은 대규모 데모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벨라루스는 아무 결과가 없었습니다.
이러한 차이는 왜 생겼을까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벨라루스에서 야당세력은 아주 약합니다. 그러나 키르기스스탄의 야당은 조직수준도 높고 야당을 열심히 지지하는 지역까지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벨라루스에서 경찰과 군대는 현직 대통령을 열심히 옹위했습니다. 하지만 키르기스스탄에서는 경찰도 군대도 야당과 싸우는 대신에 사실상 중립 입장을 취했습니다.
그러나 핵심 이유는 러시아의 태도였습니다. 소련 해체 이후에도 러시아는 여전히 대부분의 구소련지역에서 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벨라루스도 키르기스스탄도 러시아의 강한 영향력을 받는 국가입니다.
두 나라 모두 러시아에 대한 경제 의존도도 매우 높습니다. 키르기스의 젊은 사람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러시아로 많이 가는데요. 그들이 러시아에서 고향으로 보내는 송금은, 키르기스스탄 경제의 기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벨라루스는 러시아와 특별 경제관계를 맺고 있고 국제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는 상품들을 러시아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 입장에서 벨라루스와 키르기스스탄은 큰 전략적 차이점이 있습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도 러시아의 영향력은 변화가 없습니다. 키르기스스탄은 미국이나 서방에서 너무 멀고 또 이웃나라인 중국에 대한 공포가 큽니다. 그래서 이 나라는 여당이든 야당이든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러시아는 키르기스스탄의 국내 정치에 개입할 필요가 별로 없습니다.
반면 벨라루스는 사뭇 다릅니다. 벨라루스는 모스크바에서 30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는데요. 그래서 러시아와 서방국가가 싸울 때는 벨라루스는 기본 전투장이 되었습니다. 옛날에 파쇼독일 군대는 벨라루스를 지나서 모스크바 근처까지 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벨라루스 야당세력은 반러시아 감정이 거의 없기는 해도 분명히 친서방 친유럽 경향이 있습니다. 그들은 권력을 장악한다면, 조만간 러시아와의 군사동맹이나 경제동맹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러시아의 태도가 확실한 것입니다.
러시아에서 푸틴 지지자들도, 반대자들도 모두 다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감정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구소련지역에서 자신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러시아는 벨라루스에서 민주화 운동, 즉 야당세력이 승리하는 것을 가로막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러시아는 벨라루스에서 루카센코 정권을 구조하기 위해 여러가지 지원을 제안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계의 논리입니다. 오늘날 세계는 다시 백년 전처럼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영향권 논리와 강대국의 압박은 약소국 주민들의 의지보다 중요합니다. 유감스럽지만 이것이 오늘날 세계의 움직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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