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 시장경제 인정해야 산다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6-12-29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지난 5년동안 북한 관영언론을 보면 조금 이상한 느낌이 있습니다. 북한은 김정은 시대에 들어와 사실상 1980년대 중국과 매우 유사한 개혁정책을 시작했지만 북한 언론은 이 사실을 인정하지도 않고, 언급하지도 않습니다.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언론을 보면 아직 김일성 시대에 있다는 느낌이 있습니다. 사실상 북한에서 사회주의가 완전히 무너진 다음에도 북한 언론은 사회주의체제를 운운하고 있으며 장마당경제나 농업개혁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한다면 이와 같은 침묵은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닙니다.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 최고 권력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경제발전이 중요하지만 체제안전과 체제유지가 보다 더 중요한 과제입니다. 체제안전유지를 위한 필요조건은 주민들의 마음이 동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기본 방법은 물론 보위성을 비롯한 기관이 실시해야 하는 감시와 통제 그리고 단속입니다. 하지만 민중의 사상에 대한 통제도 매우 중요합니다. 평범한 인민들이 국가사상에 대해서 의심이 많아진다면 그들을 통치하기가 쉽지 않고, 국내안전 유지도 거의 불가능할 것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북한 지도부는 개혁을 실시하는 동시에 아무 변화가 없는 척 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사상에서도 변화가 생긴 것을 알게 된다면 김정은의 할아버지인 김일성부터 시작한 국가 사상에 대해서 의심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김일성과 김정일은 구 소련식 사회주의를 극찬했고 중국식 개혁을 미친듯이 비난했기 때문에 김정은은 개혁정책을 시작한 것을 전혀 인정할 수가 없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 언론은 개혁 시대가 시작되었지만 이 사실에 대해서 침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본다면 이런 정책은 문제점이 많습니다. 현대 경제와 사회는 매우 복잡한 구조이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비밀리에, 비공식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북한은 중국을 비롯한 세계의 모든 나라들처럼 시대착오적인, 구 소련식 사회주의 경제를 포기하고 시장경제를 선택했기 때문에 경제성장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그러나 시장경제에는 불가피하게 내부 갈등과 모순이 뒤따르게 되어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회사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돈을 보내지 않거나 물건을 제대로 보내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시장경제에서는 회사들이 노동당의 명령대로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이와 같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해결할 수 있는 기관은 재판소를 비롯한 여러 가지 중재기관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중재기관은 시장경제 체제에서만 제대로 활동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문제뿐만 아니라 시장경제는 수많은 사회적 문제점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때문에 북한 지도부는 어느 정도 시장경제로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물론 그들이 말하기 싫어하는 개혁이나 시장경제란 말을 쓰지 않아도 됩니다. 경제 개선조치니, 우리식 사회주의라는 듣기 좋은 단어를 만들어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하든 지금처럼 영원히 침묵을 지키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