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호 칼럼: 카다피의 실용주의와 북한


2006.09.25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리비아를 순방중인 한국의 한명숙 총리 일행은 현지시간 20일 리비아의 지도자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와 만나고 난 뒤 그가 실용주의자로 크게 변신한 모습을 보았다고 한다.

트리폴리발 보도에 의하면 이날 한명숙 총리와 1시간가량 면담한 카다피 국가원수는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중재의사를 나타냈으며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과 리비아간의 경제협력과 투자유치를 논의 했다고 전하고 있다. 카다피 원수는 특히 한국과 리비이간의 합작투자, 기술이전 등 양국 협력관계의 증진을 주문하면서 “중국이 아프리카에 대해 관심이 크다“며 합작투자 등 경제협력 부문에 중국과 경쟁을 유도하는 듯한 조언도 했다고 한다.

한명숙 총리를 수행한 남한의 관리나 보도진은 카다피 원수의 크게 변모된 모습을 직접 보고 큰 인상을 받은 듯하다. 카다피 국가원수는 어떤 인물인가. 지난 1969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카다피 원수는 아랍 사회주의를 내세워 철저한 반미, 반서방 정책과 핵무기 개발을 시도 했으며 서방 기업의 대리비아 진출은 물론 심지어 서방 문화와 관광객들조차 리비아에 들어오는 것을 엄격히 제한했다.

서방의 퇴폐문화와 영향력을 차단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에서였다. 그는 또 아랍의 통합을 꾀하고 미국과 프랑스 민간여객기 폭파테러 사건 등 국제 테러사건과 연계된 의혹을 받았다. 그러자, 미국은 그를 제거하기 위해 그의 거처에 대한 공습작전 까지 감행 했으며 리비아에 대해 원유 수출입 통제 등 강력한 경제제재 조치를 취했다. 유엔도 국제 테러와 관련, 대리비아에 대한 비행 및 무기금수 조치를 취했다.

근 20여년간 국제적 경제제재 조치와 폐쇄정책으로 석유수출국기구중 제7위의 석유생산국이면서도 리비아는 경제가 극도로 피폐한 지경에 이르렀다. 마침내 지난 2003년 12월 카다피 국가원수는 미국, 영국과의 협상 끝에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선언하고 국제 핵사찰을 받아들였으며 과감한 대외 개방으로 돌아섰다.

리비아가 실용주의로 선회한 것이다. 미국 등 서방은 그동안의 대리비아 경제 제재조치를 해제하고 테러지원 국가 리스트에서 삭제했으며 리비아와의 외교관계도 수립했다. 핵개발을 포기한 리비아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투자와 기술 등 경제협력을 높여가고 있다. 미국, 유럽연합, 일본 중국의 석유회사들이 리비아 석유사업에 뛰어들었으며 리비아는 현재 하루 150만 배럴의 산유량을 앞으로 300만 배럴로 높인다는 목표다.

프랑스와는 ‘핵에너지 평화적 이용 협정’을 맺었다. 프랑스의 핵기술로 핵에너지를 농업, 의학 분야에 쓸 수 있도록 협력 받는 내용이다. 남한과도 리비아 사막의 대수로공사 등 대형 사업 협력으로 양국간 경제협력이 증진되어 가고 있다.

지난 2003년 리비아의 대량살상무기 포기 선언과 실용주의 선회 이후, 리비아는 지난 3년 동안 연 8.5%의 경제 성장률을 보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아프리카 상위권인 6천 달러에 이를 만큼 성공적이라는 국제사회의 평가를 받고 있다.

요즘 리비아는 개방화의 물결로 활력이 솟아나고 있으며 석유산업 발전은 물론 정부 내에 관광부까지 만들어 외국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고 한다. 한 지도자의 선택과 결심이 어떻게 국민과 국가를 발전시키고 있는가를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경제가 피폐하고 세계의 ‘불량국 명단’에 올라 있던 리비아의 변모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부디 북한의 지도자도 카다피 원수의 핵포기와 체제보장, 경제지원이라는 이른바 ’리비아식 해법‘의 실용주의를 참고하고 받아들여 북한을 위한 실용적 이익의 길로 가기 바란다. (2006. 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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