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북한의 NLL 무력화 계략

송영대∙ 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2009.12.30
북한이 지난 11월10일 3차 서해교전 패배 이후 이를 만회하고 북방한계선(NLL)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계략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최근 조선중앙TV에 3차 서해교전에 참전한 해군 병사들을 출연시켜 자기들이 승리했다고 거짓 선전을 늘어 놓았습니다.

당시 교전에 참여했다는 북한병사 박금철과 김우철은 『우리가 쏜 명중 포탄에 적진 사령탑이 날아가고 선체에 구멍이 뚫렸다. 먼저 두 척이 연기를 내뿜으며 달아나고 나머지 함선들도 황급히 달아났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정반대였습니다.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은 남측 해군에 의해 반파된 채 퇴각했고 여러 명의 사상자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이에 앞서 북한 해군사령부는 지난 21일 성명을 통해 북한 해군은 『서해상 군사분계선』수역을 평시 해상사격 구역으로 선포한다고 밝혔습니다. 북측이 말하는 『서해상 군사분계선』이란 지난 1999년 북한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입니다.

이는 1953년 휴전 때 제해권을 장악하고 있던 유엔군이 설정해 지금까지 50여 년간 남북 쌍방에 의해 지켜져 온 북방한계선을 부정하고 백령도 등 서해 5도를 모두 북측 수역에 들어가도록 멋대로 그은 분계선입니다. 북한은 이 해역에서 사격 훈련을 할 계획이니 남측 함정이나 어선은 얼씬도 하지 말라는 협박을 한 셈입니다.

그런가하면 북한은 그동안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야한다는 주장을 해오다가 지난 8일 방북한 보즈워스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에게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평화협정 문제가 먼저 중점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서해에 해상군사분계선이 명시돼 있지 않은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기존 북방한계선이 아닌 북한판 군사분계선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상에서 보듯이 서해 문제를 놓고 북한은 대내적으로 교전승리라는 허위선전을 통해 체제 단속과 주민 결속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또한 남쪽을 향해서는 자기들이 그어놓은 분계선 안에 남쪽 배가 들어올 경우 공격하겠다고 협박함으로써 기존 북방한계선을 무력화 시키려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을 상대로는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한반도 평화협정 문제에 대한 우선 논의를 유도함으로써 본질문제인 핵문제 논의를 비켜가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평화협정 논의과정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 등과 함께 자기들이 임의로 그어놓은 서해분계선의 관철을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이 같은 북한의 계략이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그 이유는 북한의 주장이 진실성과 일관성, 그리고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어 미국 등 국제 사회의 동의를 이끌어 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핵문제를 희석시키려 할 경우, 더 큰 국제 제재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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