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김일성의 친동생이자 김정일의 숙부인 김영주. 김영주는 한때 김일성 다음가는 2인자였지만 1970년대 말 조카인 김정일이 정권을 잡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정치무대에서 사라졌습니다. 김영주는 현재 권력과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남은 여생을 보내고 있습니다. 권력에서 밀려난 사람들, 두번째 주인공인 김영주에 대해 알아봅니다.
김일성의 동생 김영주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 비서겸 조직 부장이라는 핵심 요직에 있으면서 1970년대 까지만 해도 북한에서 김일성 다음가는 권력 실세로 군림했습니다. 김영주는 형 김일성에게는 든든한 정치적 후원자 였고 조카인 김정일에게는 김정일이 당과 정부 행정의 전반적인 업무를 배울수 있도록 지도해 주었던 정치적 은사이기도 했습니다. 김영주는 당시 북한의 각종 공식 행사에 자주 모습을 보였으며, 김일성의 현장 지도에도 늘 동행했고, 남북 회담의 북한 대표로도 참여함으로써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김일성의 후계자는 김영주라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고 탈북자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탈북자 정영씨입니다.
“김일성이 살아 있을 때는 남북 총리 회담에 참가해서 대표로 남한에 파견될 정도로 권력을 누렸는데 갑자기 70년대에 사라졌습니다.”
김영주는 형인 김일성의 우상화 작업에도 적극적이었습니다. 북한 김일성 김정일 체제의 기반이 되고 있는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은 1967년 김영주의 제청에 의해 당 중앙위 제 4기 16차 전원회의에서 의제로 채택됐습니다. 이 후 이 원칙은 김정일의 주도아래 1974년 김일성의 생일 전날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이란 이름으로 공포되었습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이때부터 김영주와 김정일간의 권력 다툼이 시작되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북한을 나온 고위 탈북자는 숙부와 조카 사이인 김영주와 김정일이 김일성에게 서로 잘 보이기 위해 경쟁하듯 앞장서서 ‘10대 원칙’을 주도했으며 결국 1070년대 초 김정일이 후계자로 굳어지면서 김정일의 주도 아래 김일성 수령 체제의 기반이 된 ‘당의 유일사상체계 확립의 10대 원칙’이 발표된 것이라고 증언했습니다. 남한에 망명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도 김영주와 김정일 사이에 권력 다툼이 있었으며, 10대 원칙이 발표된 이후에는 누구도 김정일의 권력에 도전할 수 없었다고 증언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남한 고려 대학교 유호열 교수는 김영주는 김일성의 후계자로 강력히 거론되던 인물이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확인하고, 조카인 김정일과의 권력 다툼에서 밀려나 후계자 자리를 김정일에게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합니다.
유호열: 김영주가 김일성의 후계자로 거론이 되던 인물 중에 하나였는데 김정일이 후계자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밀려나 숙청됐다는 가능성. 또 하나는 김영주가 건강상의 이유로 김일성이 볼 때 김영주가 쉬는 것이 좋겠다. 권력 투쟁이건 자질면에서 김일성이 판단을 했던 김정일이 후계자가 되면서 김영주는 자연스럽게 물러나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신경계통에 질병을 앓던 김영주는 1973년 조직비서 자리를 김정일에게 넘겨주고 자신은 한직으로 물러나 있으면서 신병 치료에 전념했습니다. 그러다 1975년 가족과 함께 평양에서 멀리 떨어진 자강도 강계로 아예 떠나 버립니다. 당시 김영주의 맏딸은 북한 최고의 대학인 김일성 종합대학에 그리고 아들 둘은 평양에서도 내노라 하는 집안의 자제들만 다닌다는 남산 고급 중학교에 다니고 있었는데 자식들까지 학교를 그만두게 하고 모두 자강도로 전학시켰습니다. 그후 김영주는 김일성의 부름으로1993년 다시 평양에 돌아와 부주석겸 정치위원으로 복귀해 잠시 활동했지만, 1997년 김일성의 사망 이후 지금까지 20여년 동안을 세상에 나오지 않고 칩거 하고 있습니다.
북한 문제 전문가들은 올해 나이 88살인 김영주가 다시 권력에 복귀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평가합니다. 고려대학교 북한 학과 유호열 교수는 김영주는 권력을 다시 잡기에는 너무 고령인데다가, 권력에서 멀어진 지 너무 오래되어서 지지 기반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북한을 나온 탈북자들도 김영주의 이름을 기억하는 북한 주민들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일성의 동생이라는 이유로 한때 북한의 2인자 자리에 군림했던 김영주, 그러나 김영주는 조카인 김정일의 권력에서 밀려나 이제 북한에서 잊혀진 인물이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