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기획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실체’ 오늘은 지난 시간에 이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권력장악 과정 중에서 인민무력부장 오진우의 교통사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지난주에는 김정일이 군부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인민무력부장 오진우를 어떻게 자기 사람으로 만들어가는 지에 대해 얘기했습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김정일은 오진우의 교통사고를 계기로 그를 완전히 자기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었다고 하는데요.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1987년 봄, 오진우는 김정일의 비밀파티에 참석한 뒤 만취한 상태에서 벤츠 승용차를 몰고 새벽에 집으로 돌아오다 대형 사고를 냈습니다. 가로등을 받고 부서져 있는 벤츠를 발견한 안전국 교통순찰대원은 피투성이의 오진우를 급히 평양 제 1병원으로 후송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이미 두개골이 깨지고 갈비뼈가 여러 대 부러져 있는 등 의식불명 상태였습니다. 병원측 당직 의사는 이 의식불명 환자의 신원을 파악하려고 주머니를 모두 뒤졌지만 신원을 증명할 만한 물건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의사는 노인이 팔목에 찬 김일성이라는 빨간 글자가 새겨진 순금으로 된 오메가 시계를 언뜻 발견했습니다. 의사는 그가 예사 인물이 아님을 바로 짐작하고 중앙당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곧 중앙당에서 사람이 나왔고 그 환자는 오진우로 판명됐습니다. 오진우의 사고 소식을 듣고 김정일도 급히 병원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오진우는 다시 살아나기 힘들 정도로 워낙 중상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남한 DailyNK의 김영환 논설위원은 당시 교통사고를 당한 오진우가 김정일의 절대적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얘기는 널리 알려진 일화라면서, 이 일 이후 오진우는 김정일에게 충성을 다짐했다고 전했습니다.
김영환: 오진우가 대단히 큰 교통사고를 당해서 그때 소생하기 힘들 것이라고 했는데 김정일이 병원에 즉각 달려 와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치료해라. 그리고 오진우를 데려온 교통 순찰관에게 큰 포상금도 주고 오진우를 나중에는 프랑스, 외국 병원까지 보내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서 살려냈다는 잘 알려진 일화가 있습니다.
죽음의 위기를 넘기고 다시 살아난 오진우는 88년 초 퇴원한 후 다시 일선에 복귀합니다. 그리고 오진우는 95년 사망할 때까지 쭉 군부 최고의 자리를 지켰습니다.
한편, 오진우가 87년 교통사고로 모스크바와 유럽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김정일은 오진우의 빈자리를 오극렬에게 직무 대행하도록 맡겼습니다. 오극렬은 직무 대행 기간 동안 정치장교들에 대한 군 개혁을 단행했습니다. 한편, 오진우는 병상에 누워있으면서도 군 개혁을 펼치는 오극렬의 활동을 낱낱이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88년 퇴원한 후 김일성에게 오극렬이 군에서 당을 떼어내려 했다며 그의 과오를 보고했고 김일성은 이 일로 오극렬을 전격 해임합니다. 당시 김일성과 오진우는 마우쩌뚱의 인민해방군처럼 정치장교들이 군을 이끌어야 한다는 사회주의 국가의 전통적 방식을 선호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김정일도 이 때 자신의 군부 오른팔인 오극렬을 잠시 버립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오극렬을 단 6개월 동안 김일성 고급 당학교로 보냈을 뿐, 다시 당 작전부장의 중책을 맡기며 복귀시킵니다. 이후 오진우와 오극렬 등 군부 실세들은 김정일이 북한 군부를 장악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워싱턴-이수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