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우상화 작업, 오늘은 그 중에서도 일제시대 때 독립군들이 조국 광복과 김일성을 찬양하는 문구를 나무에 새겼다는 구호나무의 진실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구호나무 잘 아시죠? 김일성이 항일 무장 투쟁할 때 김일성을 따르던 빨치산 대원들이 나무의 껍질을 벗겨 김일성과 김정숙 등을 찬양하는 글귀를 써 놓았다는 그 유명한 구호나무 말입니다. 최근 북한의 고위 간부들이 대거 공모해 혁명 전적지의 구호나무까지 잘라서 목재로 중국에 팔아넘기다 적발되는 사건이 있었다고 남한의 한 대북소식통이 전했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진노한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쪽에서는 구호나무를 지키기 위해 불 속에서 목숨까지 바치는 충신이 있는데 누가 구호나무를 베어 돈과 바꿔 먹느냐며 관련자들을 강력 처벌하라고 불호령을 내렸다고 합니다.
김 위원장의 지시에 따라, 목재밀매에 관여한 간부 가운데 조선릉라 888무역회사 함경북도 지부 외화벌이 책임자인 오문혁은 지난달 23일 공개 총살되었습니다. 그리고 함경북도 연사군 인민위원장등 나머지 간부들도 무기징역등 중형을 선고받았다고 하네요. 노동당 조직지도부도 이번 사건을 최대의 범죄 사건으로 간주하고 이런 사건이 재발되지 않도록 각 도 시군에 대한 대대적인 검열을 실시했다고 하는데요, 이제는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의 대표적 상징물인 구호나무까지 돈벌이의 도구로 전락했다니, 북한당국도 이번 일로 꽤 당황했나 봅니다.
탈북자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허울뿐인 우상화에 대한 무너진 민심, 그리고 부패한 고위 간부들의 실태를 엿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탈북자 김춘애씨는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구호나무에 대한 충성심이 사라진지 오래라고 말했습니다.
김춘애: 80년대부터 구호나무 찾기 운동을 했거든요. 근데 우리가 거짓말이라고 생각하고 몇 십년이 지난 것이 어떻게 있을 수 있냐고 말하지만, 북한 체제에서 북한 주민들은 거기에 대해서 의심을 품고 있어도 표현은 못하지요. 그 사람들도 과학적으로 다 아니까 이건 아니다 하면서도 표현은 못하죠.
실제 북한당국은 86년부터 구호나무를 발굴하기 시작해 90년 12월 말까지 99개의 시. 군에서 모두 1만 2800여건의 구호나무를 발견했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이후에도 발굴 작업은 계속돼 북한 전역에서 속속 발견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발견된 구호나무들은 특수 유리관 속에 보존되는 등 당국으로부터 살뜰한 보살핌을 받고 있습니다.
북한은 구호나무를 주민들의 사상 교양에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 각 기관이나 단체, 공장, 학교 등에 소속된 주민이라면 누구나 의무적으로 구호 나무를 견학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런 북한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을 완벽하게 속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탈북자들은 수십 년 전에 나무에 새긴 글씨가 여태 남아 있다는 점.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판국에 빨치산들이 붓과 머루를 가지고 다니며 한가하게 글자나 새기고 있었다는 점. 더욱이 그들이 강원도나 평양까지 침투했다는 사실은 믿기가 힘들다고 말합니다. 탈북자 김태진씨의 말입니다.
김태진: 농담 많이 합니다. 여기다 구호나무 새길까? 나도 언젠가 투사가 될 수 있겠다 장난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요. 왜냐면 백두산에 있는 구호나무는 그런가 보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강원도도 있고 구호나무가 끝이 없이 생겨나는 것이에요 어떤 신비한 물감을 썼길래. 아직까지 남아 있다 의심하는 사람이 많아요.
김일성 김정일 부자가 북한 주민들에게 절대적이고 맹목적인 충성심과 개인숭배를 고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했던 구호나무. 그러나 북한의 의도와는 반대로 구호나무는 북한 당국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민들에게 일깨워 주고 있는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