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전수일 chuns@rfa.org
지난 6일 아침 서울 인근의 수락산에는 탈북자 30여명이 모였습니다. 북한민주산악회가 탈북자들의 건강관리와 친목을 위해 지난달부터 시작한 두 번째 산행에 참가한 것입니다.

지하철 역 출구에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 탈북자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눕니다. 안부도 묻고 한 달 동안 지낸 얘기를 나눈 뒤 곧바로 줄지어 수락산 입구로 떠납니다. 산 입구에 들어가는 길에 탈북자 김연희씨의 산행 소감부터 알아봤습니다. 김연희씨는 피바다 가극단 무용수 출신으로 2천2년 남한에 입국해 현재 새터민 전통무용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연희: 산행을 이번까지 다섯 번 정도 왔다. 북한에서는 산에 다닐 새가 없었다. 평양에서 산에 가려면 지방에 나가야 한다.
그 앞을 걷고 있는 젊은이 두 사람이 아주 다정하게 보입니다.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다니고 있는 학생 정철씨와 한양대학교 경영학과 학생인 강원철씨입니다. 강씨는 북한인권탈북청년연합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나이든 분들이 대부분인데?정철: 선배님들이 많다. 젊은이들끼리 만나면 무슨 얘기를 하나?정철: 북한 인권문제 민주화문제 가지고 고민들 하고 그 외에 학점받는것도 중요하고 한국에서 살아가는 문제 공부하는 문제도 논하고 한다.
언제 입국했나?강원철: 2001년도에 가족, 부모님 동생 하나와 함께 왔다. 북한에 있을 때는 고등학생으로 졸업을 6개월 남겨두고 있었다. 아마 거기서 졸업을 했었더라면 지금쯤 군대에 가 있을 것이다. 기회가 되어서 중국에 나와 가지고 군대도 안 가게됐고 운이 좋아서 한국에도 오게 됐다.
잠시 쉬어가는 길에 한 탈북자가 또 다른 탈북자에게 다가가 책을 내밉니다. 책에 저자의 서명을 부탁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지난 95년에 북한을 탈출한 정치범수용소 경비원 출신인 안명철씨입니다.

안명철: 뭐라고 쓸까? 그냥 편하게 써주십시오.
완전통제구역이란 책이다. 안명철씨 첫 번 책인가?안명철: 세 번째 책이다. 어떻게 시간 내어 책 썼나?집에서 술 덜먹고 썼다.
또 다른 한 켠에서는 산행 참가자중 가장 연로한 김영성씨가 앉아서 숨을 돌리고 있습니다. 73세의 김씨는 연형묵, 강성산 전 총리와 유학동기생으로 체코 프라하 공대에서 공부하고 독일 등지에서 해외노동자로 일한 바 있습니다.
북한에서 산에 가봤나?김영성: 나무하러 산에 가봤다. 가을에는 도토리를 딴다. 익었던 안 익었던 모두 따내면 굵은 가지만 남는다. 다음해에는 도토리가 안 열린다. 언제 산수를 즐기나?김영성: 산수 즐길 사이 없다. 사회주의 건설해야지.
가파른 산길에 숨이 차지만 남북정상회담 뉴스보도에 대해 한마디 안할 수 없습니다.
김정일이 두 번째 날 어제 행사 만족하셨냐고 질문했는데, 무슨 짜고 치는 고스톱이냐? 같이 하면서 무슨 만족했냐고 묻는가? 김정일은 애들 만나주듯이 ‘너희들 나를 만나고 가면 대선에서 승리할수 있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거다.
산 중턱에 이르자 쉬어가자는 소리가 이어집니다. 탈북자동지회의 이해영 사무국장이 앞에 가는 사람들에게 전달합니다.
이해영: 앞으로 전달. 쉬어갑시다. 뒤에서 난리 났네.
내려오는 길에 러시아 벌목장에서 외화벌이 일꾼으로 일했고 지난 93년 탈북한 허광일씨에게 산행 소감을 물었습니다. 허씨는 현재 통일을 준비하는 탈북자협회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허광일: 산행 힘들지 않았다. 두 번째 산행에서 사람들이 모든 시름을 잊는 것 같다. 새로운 계기를 충전하고. 북한 민주화위원회가 이런 계기를 자주 마련해주면 앞으로 모든 사람들 화합하고 건전한 의식가지고 이 사회에 정착하는데 좋을 것이다.
이번에는 북한의 강제수용소 실태를 폭로한 책 "평양의 수족관" 저자로 유명한 강철환씨 입니다. 2년전 미국의 조지 부시 대통령과 면담했고 현재 조선일보 기자와 북한민주화운동 공동대표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강철환: 처음에는 등산가자고 해서 왜 할 일 없이 등산가냐고 생각 했었다. 하지만 몇 년 살다보니 건강관리에 최고라고 느꼈고. 북에서 오신 분들 아직 등산에 마인드 없는 분 많고 건강관리에는 등산만한 것 없다. 서로 만나고 또 애로사항도 듣고 정보도 나누고. 여러모로 좋은 것 같다.
4시간 만에 산행을 마친 탈북자들이 산자락 입구의 한 갈비구이집에 모였습니다. 허기진 배를 채우는 점심시간입니다. 돼지고기 삼겹살을 지지고 소주잔을 나누면서 얘기꽃을 피웁니다. 자유북한방송의 이금룡 기자가 건배를 제의합니다.
이금룡: 앞으로 산악회를 통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