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안보실 자문위원 김근식 경남대 교수와의 회견

서울-전수일 chuns@rfa.org

남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남북협력실장이며 대통령 자문기관인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자문위원인 김근식 교수는 북한의 개혁 개방은 독재자로서 절대권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도하는 점진적인 변화를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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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남북협력실장이며 대통령 자문기관인 국가안전보장회의 정책자문위원인 김근식 교수 - RFA PHOTO/전수일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에 노무현대통령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다녀온 김근식 자문위원은 [13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북한이 그 같은 변화를 통해 일단 경제적으로 발전하면 정치적인 변화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김 교수는 지난 2천1년 8.15 통일대축전때 남측 대표단 일원으로 평양을 방문한 이래 이번 정상회담까지 모두 여섯 번 북한을 다녀왔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직접 접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회견에 전수일 기자입니다.

여섯차례 북한 방문했는데, 이번 정상회담때 가서 본 북한이 달라진 점은?

북한이 정상회담이라는 큰 행사라서 공을 많이 들여 평양이 지난 방북 어떤 때보다 보기 좋았다. 북한의 전반적인 경제가 나아졌다는 평가도 가능하고 행사준비에 무리했다는 평가도 가능. 활기찼고 밝았고 깨끗했다. 전기사정이 어느때 보다 좋아보여. 첫날 김영남 만찬 끝나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북측 안내원이 자발적으로 평양 시내 야경 보여줘. 전기사정을 자랑하고 싶었던 듯하다.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이명박씨는 이번 정상회담 선언이 선언적 합의일뿐 구체적 사업계획 아니다. 한나라당이 차기집권할 경우 합의 승계여부 불투명하다고 했는데?

이번 합의문을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하나는 포괄적 원칙적인 내용이고 또 하나는 구체적인 사업을 담고 있는 내용이다. 포괄적이고 일반론적인 내용은 다음 정부가 누가 되든 승계할 수 있다고 보고, 구체적인 사업에 대해서는 다음 정부가 정치적인 입지와 국민 여론, 당론 등에 입각해 속도조절이나 선.후를 가려서 하게될 것으로 생각된다.

아니면, 아예 합의된 사업조차 추진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겠나?

그럴 수는 없다고 본다. 우리나라가 정상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정권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나라인데 자기 이전 정부가 대통령의 자격으로 국가의 권위를 걸고 다른 국가와 외교적인 회담을 통해 결과를 가져온 것이기 때문에 아예 없는 것으로 할수 없고 외교적으로 그런 관례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이 여전히 막강한 권위와 지배력을 갖는 유일한 영도자이므로 북한의 미래는 절대권위자인 김 위원장의 선택과 전략에 의해 주도되는 변화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했었는데, 만일에 김정일 위원장이 유고될 경우 남북관계 북.미 관계 또 앞으로 북한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김: 북한 권력 공백상태, 급변사태가 생겼을 경우가 우리 남쪽에선 가장 다루기 힘든 시나리오다. 남북관계도 이정도 진행중인 상황이고 핵문제도 남아있고 북한과 미국의 적대관계가 여전히 온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즉 모든 것들이 아직 정리 안 되고 진행중인 상황에서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의 유고가 생긴다든지, 큰 사태가 생기면 그를 감당할 수 없는 후유증이라는 것이 크기 때문에 한국정부는 북한체제의 점진적인 전환,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을 인정한 상태에서 김 위원장이 주도하는 위로부터의 개혁, 이런 방식으로 북한이 큰 후유증 없이 큰 부작용 없이 변화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북한 스스로 내부 폭발하거나 스스로 붕괴할 수도 있다. 그런 급변사태에 대한 우리정부의 대응책도 마련돼야하지만 그런 급변사태는 한국에도 큰 재앙이고 일본에게도 큰 재앙이고 동북아 전체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그래서 북한의 변화는 김정일 위원장의 문제가 많고 독재자로서의 문제가 있지만 독재자로서의 강력한 권력을 가진 김위원장이 깨인 의식을 가져서 개혁 개방을 통해서, 개혁개방을 결단해, 김 위원장이 주도하는 변화야 만이 그나마 부작용없이 우리가 바라는 방향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중국식으로 정치체제는 그대로 남아있어도 경제체제는 상당히 전환하고 차후에 그런 경제적 발전에 힘입어서 정치적인 변화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남한 답방에 대해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을 먼저 보내고 자신은 여건이 성숙된 다음에 고려해보겠다는 식으로 얘기했는데 왜 남한 답방을 안한다고 보나

6.15공동선언에도 김정일위원장의 답방시기에 대해서는 ‘적절한 시기’에라고 돼있다. 김정일 위원장 스스로 보기에는 아직 그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런가? 간단하다. 김위원장은 북에서 수령이다. 북체제에서 가장 권위있는 수령이고 무소불위 무오류의 수령인데, 어디가서든 찬양받고 환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같은 상황에서 김정일 위원장이 서울왔을때 우리가 평양갔을때 북쪽 인민들이 해준 환대와 환영을 남쪽에선 해줄 수 없다. 할 수도 없고 정부가 강요할수도 없고, 오히려 일부 민간단체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에게 불미스런 일도 할 수 있다. 그것을 김정일 위원장이 잘 알고 있다. 북한의 수령이 서울을 갔는데 서울에서 대접을 잘 못받을거라는 현실은 김위원장에게는 아직 답방의 적절한 시기가 아니라는 판단일 것이다. 내가 보기에 상당기간 김위원장은 서울에 오기 쉽지 않을 것이다.

나이가 65세인데 그런 적절한 시기가 갖춰지려면 생전에 답방 가능하겠나?

북쪽 최고지도자가 서울에 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인권문제가 큰 논란이 됐는데, 납북자 국군포로 송환문제는 너무 미흡했고 결과가 없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다. 대통령도 김정일 위원장에게 납북자 국군포로를 강력하게 제기를 했고 논의를 했지만 양 정상간의 합의는 되지 못했다. 여전히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는 우리에게는 인도적 문제이나 북에게는 체제에 관련된 정치적 성격의 문제라서 합의점 찾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정부차원의 당국간 회담에서, 앞으로 열린 총리급회담에서 좀더 책임감있게 국군포로 납북자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야 되고 이미 장관급회담에서는 이 문제가 공론화 돼서 의제로 채택돼있다. 물론 표현은 ‘전쟁이후시기의 행방을 알수없게된자’ 로 돼있지만 그것이 바로 국군포로 납북자를 의미하는 것이고 북쪽도 우리가 이 문제를 끈질기게 요구하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볼때, 남북관계가 잘 진전이 되면 획기적인 해결책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이 ‘지금 이시기에 평양을 방문하는 것이 적기’라고 이태식 주미 한국대사가 말했는데?

시기결정은 미국의 고유권한이다. 하지만 한국은 핵문제가 풀리고 북미관계가 정상화가 되면서 안정적인 구조로 가길 원하기 때문에 미국 고위급의 방북을 원했던 것이고 미국으로서는 방북을 위해서는 계기나 모멘텀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상황에서는 딱히 그런 것이 없기 때문에 연말까지의 불능화가 실천되는 지를 보고 라이스 장관이 방북한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

라이스 장관이 북에 가면 어떤 문제들을 논의할 것으로 보나?

가장 중요한 것은 북미관계 정상화를 위해서 미국이 해줘야 할 부분들, 핵폐기에 대해서 북한이 해야할 부분들을 -그동안 얘기했던 것을- 가장 높은 급에서 얘기하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방북의 의미는 미국의 국무부장관이 직접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서 북한 지도부의 본심을 확인하고 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공식적인 합의문이라도 나오면 그 자체가 김계관 부상정도의 언급정도가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의 직접적인 핵폐기 약속을 받아온다면 훨씬 더 큰 구속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