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전수일 chuns@rfa.org
경기도 안산시에서는 탈북자들과 안산 시민들이 함께 만드는 북한식 김장 축제가 열렸습니다. 이번 축제는 탈북자들이 자신들 보다 더 어려운 안산 시민들을 위해 평양 김치를 만들어 주고 또 일반 시민들을 위해 노래 잔치를 벌인 탈북자들의 베푸는 행사였습니다.

서울에서 전철로 한시간 가량 떨어진 전원도시 안산, 푸른 하늘과 신선한 햇빛이 가득한 그림 같은 가을의 일요일, 북한식 김장 나누미 축제는 탈북 청소년들의 풍물놀이 연주로 시작됐습니다. 탈북자들이 베푸는 행사라는 취지를 안산문화원의 이현우 사무국장이 설명합니다.
안산문화원 이현우 사무국장: 오늘의 김치 나누미 행사는 복지차원에서 도움을 받는 새터민(탈북자)들이 아니라 새터민들이 담은 김장을 안산에 사는 독거노인들에게 나눠주는 행사이다. 소년소녀 가장들,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주는 행사다. 새터민들이 주체가 되는 김장 나누미 축제이다.
안산시장 박주원: 탈북자들이 문화적 이질감을 극복하고 안산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정착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아무쪼록 오늘의 자리가 단순한 김장만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편견을 극복하고 하나로 어우러지는 동질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행사는 단순히 김장만을 나누는 자리가 아니라 북한사람들의 고유문화와 정체성을 살리기 위한 큰 의미도 있다고 행사를 총괄하고 있는 유주연 학예연구사는 설명합니다.
남[쪽]에 내려오면서 교육받는 것이 남한다워지는 게 세련되는 거고 적응되는 거라는 식의 교육받게 되고 그런 암묵적인 압력을 받게 된다. 그러다보니 본인들이 살아오신 문화를 잃으시면서 정체성을 잃어간다는 고민이 많이 생기더라.
문화원 앞마당에 세워진 천막 아래에서는 참여시민들에게 보여주고 맛보이기위한 평양식 김치 만들기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가족 없이 고아로 입국한 탈북청소년들 10여명도 북한김치 시연장에서 일을 돕고 있습니다. 이들은 초등학생과 중고등학생들이 대부분이며 대학교 졸업을 앞둔 학생도 한 명 있습니다. 김치에 양념을 넣고 있는 탈북 초등학생이 주는 김치속을 먹어봤습니다.

기자: 맵지 않을까?
학생: 안 매워요.
김치맛을 본 안성시민이 맛 평가를 합니다.
시민: 아 참 맛있는데요. 약간 다르긴 한데 어떻게 다른지는[잘 모르겠다]. 그래도 저희[남한]것 하고 많이 친숙한 것 같아.
평안남도 숙천이 고향이라는 한 탈북여성은 쩌릿한 청량감이 있는 고향 김치맛을 못잊겠다고 합니다.
탈북여성: 우리 북한김치는 겨울에 땅에다 [김치]독을 묻어요. 그래서 김치 한 포기씩 가져다 썰어서 먹으면 쩡 하면서 꼭 사이다 먹는 것 같은데 여기 한국에서는 그 맛을 못찾겠어요. // 원료가 너무 많이 들어가서 좀 안 맞는다. 깔금한 맛이 없다.
고향의 음식은 간단하게 해도 찡한 맛이 있고 한입에 들어가도 구미가 돋구고 한다. 회사에서 일하면서 식당에서 남한 김치를 먹게 될 때 손이 안 간다. 젓갈이 어느 정도 맞게 들어가야 하는데 어떤 때는 젓갈이 많이 들어간다.
옆에 있는 민속촌같은 마당에서는 흰저고리와 검은 치마를 입은 아주머니들이 구수한 북한 지짐이를 부쳐 방문객들에게 맛보게 하고 있습니다. 맛을 본 한 안성 시민 한 사람은 남한 부침개와 맛이 비슷하다고 합니다.
기자: 이것은 이북식으로 지짐이라고 하고 여기서는 부침개 혹은 빈대떡 전이라고 하고요. 맛이 다른가?
시민: 저는 언제나 이렇게 해먹는 것 같은데요. 우리어머니가 한거하고 비슷한데요.
그 뒤쪽에 있는 잔디에서는 또 다른 탈북 청소년들이 행사장을 찾은 어린이들에게 줄넘기를 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옆에서는 또 다른 아이들이 기차놀이에 신이나 있습니다. 탈북청소년중 가장 나이가 많은 맏형인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4학년 박영철군에게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박영철: 여지껏 민간단체나 정부에서나 다 완성된 물품을 우리에게 가져다 줬다. 그런 것만 받아먹다가 우리 손으로 직접 만들어도 보고 같이 나누다 보니까 되게 마음이 뿌듯하고 좋다.
김치 시연장 앞마당 또 다른 천막에서는 오랜만에 만나는 탈북자들이 서로 반가워하며 안부를 묻습니다.
탈북자들: 우리집에 한번 모일래? 한번 가서 식사하는 걸로 하자고. 집이 어딘데? 얘네집 옆에. 서울에 올라가 있지. 우리 집은 8층에 있다고.
김치 시연장 왼쪽 또 다른 마당에서는 목포시와 서산시에서 뽑혀 올라온 탈북자들이 이번 축제에 함께 참여해 흥겨운 노래를 안산시민들에게 선사하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노래
일곱시간 동안의 흥겨운 김치축제가 모두 끝나고 헤어지는 시간입니다. 안산문화원의 풍물놀이패 놀이에 맞춰 통일의 박을 터뜨리면서 탈북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평양식 김치를 홀로지내는 노인들과 어렵게 사는 안산 시민들에게 직접 전달하기 위해 차에 싣고 떠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