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연구 정신과 의사: “탈북자들, 남한의 가치관, 사고방식 차이 어려워해”

워싱턴-장명화

탈북자의 남한입국은 지난 몇 년간 지속적인 증가추세에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남한 내 적응은 여전히 풀기 힘든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이들의 실태와 문제점을 15년째 탈북자의 심리상태를 집중 연구해온 연세대학교 의학교육과 교수인 전우택 박사로부터 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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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학교 의학교육과 교수인 전우택 박사 - RFA PHOTO/장명화

최근 신축된 신촌 세브란스 병원 옆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건물 219호. 오늘 그는 연구실 안에 있지만, 전우택교수를 한가히 만나는 것은 어렵습니다. 북한과 탈북자를 15년간 파고든 정신과 의사인 전우택교수는 남한뿐만 아니라 미국 등 해외에서 강의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오늘 인터뷰도 연신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 중간 중간에 대화를 중단해야 했습니다. 걸려오는 전화에 일일이 답해주고 다시 마이크 앞에선 그가 뗀 첫마디는 역시 탈북자에 대한 걱정입니다.

전우택: 이분들이 갖게 되는 제일 큰 어려움은 사실은 객관적인 능력에서 남한에서 일하시기에 조금 불편한 점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면 북한에서는 대부분의 교육이 주로 공산주의와 주체사상에 대한 교육과 김일성, 김정일 부자의 집안활동, 개인활동들이 교육의 주된 내용이고, 거기에 따른 교육을 받습니다. 그런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북한에서 일할 때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던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직업상의 어려움에 더해서 남한사회에 깊이 퍼진 남녀평등의 가치관은 탈북자들이 오랫동안 가져온 가족의 가치관을 혼돈시킵니다.

전우택: 남한에 온 가족들이 처음엔 그렇지 않지만, 조금 지나면 여성들이 더 빨리 변해갑니다. 왜냐면 남한사람들이 사는 것을 보고 살기 때문이죠. 경제적인 면에서도 여성들이 남성보다 먼저 취업이 됩니다. 그래서 집안의 수입을 대부분 여성들이 책임져야 될 부분이 많게 되고, 이러다보면 여자들이 북한에서처럼 남성들에게 순종적으로 대하지 않게 되죠. 이렇게 되면 집안 내에서 갈등이 많아지죠. 남성들은 남한에 와서도 북한식으로 살아가기를 원하는데, 여성들은 남한에 왔으면 남한 식으로 살고 싶어 하기 때문에, 갈등도 많도, 어떤 때는 이혼도 하는 등 마음 아픈 일들이 생깁니다.

더 큰 고통은 부모와 자식간에도 번집니다.

전우택: 아이들도 마찬가지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다니기 시작하면 엄마, 아빠보다도 훨씬 더 빨리 남한 식으로 변해갑니다. 부모들은 그 변화를 도저히 따라갈 수도 없고 용납할 수도 없기 때문에 부모와 자식간에도 갈등들이 생깁니다.

여기에 더해서 남한사람들이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거리가 있습니다.

전우택: 아무래도 남한사람들의 심리적인 어색함이 처음에 문제가 됩니다. 북한 분들도 남한사회에 와서 지내는 게 참 힘들고 어색하지만, 사실은 남한사람들도 북한사람들을 처음 만나서 함께 생활하는데 준비가 잘 안됐을 때가 있습니다. 북한 분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셨을 때 제게 어떤 뜻으로 한 말인가를 이해하지 못해 서로가 마음에 장벽 같은 게 생길 때가 있습니다. (기자: 저도 탈북자분께서 과거에 '일 없어요' 그래서 기분 나빴던 적이 있습니다만) 네 그렇죠. 그게 '괜찮습니다.라는 뜻인데, 한국에서는 '일없다'라는 뜻은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니다'라는 뜻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그런 남한사람들의 심리적인 불편감 등이 조금 우리 북한에서 오신 분들의 입장에서는 남한사회에서 살아갈 때 갖게 되는 어려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은 몸은 남한에 있어도 머리는 아직 사회주의 체제를 그리워합니다. 몸따로 머리 따로이기 때문에 이들이 얼음이 녹듯 남한사회의 일원으로 빨려 들어가지 못합니다.

전우택: 누구나 능력껏 일을 하고, 필요에 따라서 가져가는 사회, 그것이 일종의 인간이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사회인데, 그런 사회가 남한의 자본주의 체제하에서는 어렵다고 보는 거예요. 예를 들면, 능력 있는 사람들이 항상 더 많은 것을 독점하기 때문에 능력이 조금 떨어지는 사람들은 늘 가난하게 살아야 되고, 천대받으며 살아야 된다는 것인데,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사람들의 능력과 상관없이 사람들에게 자원을 나눠주는 체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것이 도덕적으로 더 옳고 높은 정신적 세계를 가진 사회가 아니냐라는 생각을 북한에서 하도 교육을 받고 자라왔기때문에, 그런 생각을 여전히 갖고 계신 분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남한사회는 이들이 겪는 어려움을 담요로 몸을 감싸듯 한점 아쉬움 없이 모두 덮을 수 있을까?

전우택: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남한사회가 건강하냐? 남한사회도 내부적 모순과 갈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정말 이제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고, 부유한 사람들이 더 부유해지는 일종의 평등현상을 합리적으로 막는데 남한이 많이 무기력한 측면이 많습니다.

그러나 강제적 평들을 추구함으로서 모든 사람들이 아주 가난하고, 굶어죽는 북한의 체제보다는 상대적으로 조금은 더 낫다, 굶어죽는 사람들은 최소한 만들어내지 않고 있으니까요. 이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정직한 이야기라고 하겠지만, 그렇기 때문에 남한체재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우월한 사회다라고 말하기에는 아직은 어렵다는 거죠. 그래서 사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강제적 평등을 만들어가는 사회가 아니라, 자발적 평등을 만들어가는 사회가 가장 바람직한 사회입니다.

자발적 평등! 이 어귀에 처음 떠오르는 느낌은 수동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배우려고 노력하고, 자립하고 돈을 벌려고 노력하는 것이 ‘능동적’인 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러면 어떻게 하면 탈북자들이 능동적인 모습으로 바뀌어나갈 수 있을까요? 내일도 전우택 교수와의 대화는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