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장명화 jangm@rfa.org
남한의 그 많은 TV 프로그램 중에서도 27년 동안 한번도 쉬지 않고 남한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유일한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바로 ‘전국노래자랑’입니다. 1시간정도의 프로그램이지만, 이 프로그램에는 1시간동안에도 전 남한사람들이 만납니다.

(딩동댕) (송해) 전구욱-----노래자랑!!! (반주) (딩동) (관중들) 와~아. 여러분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다시 한번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나무그늘에 계신 분들, 안녕하세요요요. 강서구하면 자랑거리가 너무 많죠?....
일요일 오후 12시, 매주 이시간만 되면 25년을 넘게 들었던 정겨운 소리가 들립니다. 시장에서건, 가정에서건, 어김없이 딩동댕 소리에 한국시민들은 <전국노래자랑>을 만납니다.
무대에 올라온 사람들은 모두 가숩니다.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어린이로부터 환갑을 훌쩍 넘긴 할머니들까지, 잘한 사람은 잘한 대로, 못한 사람은 못한 대로 함께 웃고, 노래하고 춤추며 하나가 됩니다. 이 무대를 이끄는 사회자 송해씨.
(여성 출연자) 다리아파 죽겄네. 오빠, 나 좀 잡아줘요. (찍긴 지가 찍곤 왜 날더러 도와달래?) 20대 때는 잘 돌았는데, 이제 30대 후반이니까 다리가 내 맘대로 안 돼요. (송해) 아휴... 세월가는것을 어쩌겠노? (송해) 아, 그런데 벌써 20대 넘었수? (출연자) 36살이에요. (송해) 아이고, 나는 처음에 개울가에 버들 강아지인줄 알았는데 아니네.. 으샤샤샤... (송해) 너무 과했나봐?

송해씨는 참 잘합니다. 관중들의 관심을 조였다 풀어줬다 하면서 전국노래자랑을 으뜸 프로로 이끌어갑니다. 빠른 박자의 노래를 부르다 실수로 넘어진 출연자와 나누는 그의 걸출한 입담에 관중은 그만 웃음만발이 됩니다.
‘전국노래자랑’과 함께 한 근 20년의 세월. 하지만 북쪽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이었기에 남쪽땅 반쪽에서만 열리는 이 축제를 늘 아쉬워합니다. 그의 이런 아쉬움은 2003년 평양공연으로 실현됐습니다.
(기자: 송해선생님께서는 평양에 가서 공연을 하셨는데, 고향에는 못가셨죠?) 아시다시피, 평양의 모란봉에서 저희 고향까지는 승용차로 40분이면 가는 덴데, 가보지는 못하고 그냥 왔읍니다만, 아직도 뭐 저보다도 더 쓰리고 만남의 기쁨을 누려야 할 분들이 많이 계셔서, 저는 사실 우리 남북이 하나 되자고 하는 의미에서 ‘전국노래자랑’을 위해서 간 사람이지, 가족을 만나겠다는 생각은 뒷전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저라고 해서 가족을 만나고 싶은 생각이 없겠습니까, 그러나 기회가 정식으로 올 때 만나는 기쁨이 크겠다 싶어서, 제가 뭐 굳이 요청을 안했습니다.
남북한, 통일전 한반도 곳곳을 돌며 노래자랑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이었지만, 역시 바람으로 끝나버렸습니다.
지난 1980년 첫 전파를 탄 ‘전국노래자랑’은 올해로 27년째입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국사람 모두에게 참가자격이 주어지지만, 말 그대로 ‘노래자랑’ 대횝니다. 적게는 500명, 많게는 2000명이 치르는 치열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르는 사람은 15명 남짓합니다. 본선진출이 남한에서 수재들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서울법대’에 합격한 것보다 더 영광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로 오르기 어렵습니다. 이 ‘전국노래자랑’을 통해 장미화, 오은정, 오세근, 현진우같은 가수들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본선진출자들이 노래만 부르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배꼽을 쥐고 웃게 만들다가도 때로는 함께 눈물짓게 만드는 이웃들의 소소한 사연들을 나눕니다. 젊은 남자가 공개적으로 여자친구에게 결혼을 신청하는가 하면, 취직이 안돼 집에서 놀고 있는 청년 실업자의 어려움, 그리고 두고 온 고향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직 서울생활이 낯설고, 또 남한사람과의 실제생활에서는 거리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탈북자도 이 ‘노래자랑’에서는 이내 그 벽이 무너집니다. 지금 나온 탈북자 ‘노래자랑’ 출연자가 그렇습니다.

(송해) 이북에는 누가 있어요? (탈북자 김혜정) 이북에는 같이 오지 못한 오빠, 언니가 있습니다. (송해) 오빠와 언니, 에이그, 저런 저런, 저런, 또 아픔이 남아있네요. 자유롭게 가질 못하니까 이 자리를 빌어서 안녕인사 하세요. (김혜정) 빨리 통일이 되서, 북녘의 오빠, 언니랑 같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울먹임) 피아노 소리, 사람들 박수. (송해)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오늘 이 RFA, 자유아시아방송이 전하는 ‘전국노래자랑’이 북한 평안북도까지 닿는다면, 북녘에 있는 그분들께, 올 2월에 남한에 온 탈북자 김혜정씨가 열창한 ‘수은등’을 보내드립니다.
(‘수은등’ sung by 김혜정)
내일도 RFA가 취재한 ‘전국노래자랑’은 계속됩니다. 내일은 북쪽을 늘 그리는 송해씨를 만나시게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