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작가동맹 아줌마예요. 설 명절 잘 보내셨나요, 지방에선 설명절용 배급 쌀마저 안 내줬다고 하는 데 여러분이 명절을 어떻게 쇠셨는지 못내 근심이 됩니다. 게다가 온갖 전염병까지 돌아 많은 어린이들이 앓고 있다니 말입니다.
서울엔 전염병 같은 게 사라진지 오랬어요. 올해 설날에 아줌마의 아들애는 제법 큰 세뱃돈을 처음으로 받고 기뻐서 어쩔 줄 모르더라고요, 세뱃돈을 준 아빠에게 앞, 뒤로 돌아가며 절을 해대면서 말이죠. 아줌마의 아들애가 누리는 이런 평범한 행복을 여러분도 하루 빨리 누리게 되기를 두 손 모아 간절히 기원합니다.
오늘은 아줌마가 여러분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해요. 여러분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떤 관계들을 맺고 있나요. 뭐 별로 없다고요? 왜 없어요, 여러분의 부모님과의 관계, 학교 선생님과의 관계, 동네 어른들, 친구들과의 관계, 형제들과의 관계...
그 중에서 여러분의 시간을 제일 많이 차지하는 관계는 어떤 것일까요? 아마도 선생님과 부모님과의 관계이겠지요. 그런데 때로 그런 관계들을 깨버리고 어디론가 멀리로 떠나버리고픈 생각 든 적이 없으세요?
아줌마가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가구요? 아줌마 아들애가 몇 년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담임선생님 때문에 학교에 가기 싫다는 거예요. 이 선생님이 학교에서 제일 무섭다고 소문이 났는데 아이들을 마구 욕해댄다는 거예요. 그 선생님 얼굴도 보기 싫다고 학교를 아예 옮겨달라는 거예요. 딱 아줌마가 북에서 겪은 일과 꼭 같더라고요.
아줌마가 인민학교 2학년 때인데 성미가 참 급한데다 학생들을 편애하고 두 눈에선 사나운 빛이 늘 흘러나오는 그런 처녀선생님이 담임을 했어요. 선생님이 맘에 들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니까 선생님의 말투까지도 온통 거슬리는 거예요. 아줌마는 학교에서 있은 일들을 집에 돌아와 미주알고주알 아버지에게 일러바치기 시작했어요.
자기 딸이 동네에서 최고라고만 생각하던 아버지는 아줌마의 말에 맞장구쳐주기 시작했어요. 아줌마의 아빠는 어린 딸과 학교선생님을 험담하는 둘도 없는 공모자로 변해갔고요. 아줌마의 이러한 감정은 알게 모르게 그 처녀선생님에게 전달되었던가 봐요.
어느 날 일이 끝내 터져 버렸지 뭐예요. 학급 학생들을 운동장에 앉혀놓고 선생님이 총화를 짓고 있는데 아줌마는 땅바닥에 그림을 그리며 뭔가 딴 생각에 빠져 들었어요. 그때 선생님이 달려오더니 발질로 그림을 와다닥 지워버렸어요. 아줌마는 선생님의 무릎에 이마를 찧으며 뒤로 벌렁 넘어졌고요.
그때부터 머리가 아프기 시작하는데 아마도 선생님으로부터 당했던 모욕이 머리아픔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어요. 아줌마는 그때 학급 분단위원장이었거든요. 선생님이 분단위원장 체면을 생각해주지 않는 데 대해 암만해도 이해 안 갔던 거예요.
아줌마는 그날 집에 돌아와 자리에 누워버렸어요. 저녁에 퇴근해 오신 아버지가 아줌마의 어머니에게 묻는 것이었어요. ‘저 애가 오늘 왜 저러느냐’고, 어머니로부터 자초지종 설명을 듣고 난 아버지는 저녁식사도 안 드신 채 문을 열고 나가는 것이었어요.
아줌마는 왠지 불안해졌어요. 아버지는 그날 밤이 늦어서야 돌아오셨어요. 선생을 오늘 혼내 주었다고요, 아줌마에겐 선생님을 혼내주었다는 아버지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잘 상상이 안 되더라고요. 선생님이 학생인 아줌마에게 꼼짝 못하게 되었다는 것인지, 선생님을 쫓아냈다고 아줌마가 학급 애들 앞에서 뻐길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인지......암만 생각해봐도 양쪽이 다 불안하더라고요.
후에 안 일이지만 아버지는 그날 교원 숙소에 가서 아줌마의 담임선생을 불러 목덜미를 그러쥔 채 학교 부교장선생에게 끌고 갔다는 거예요. 선생님들 교육부터 잘 시키라고 호통을 쳤다는 거예요.
그런데 일이 어떻게 번져진지 아세요. 아줌마는 다른 학급으로 옮겨졌어요, 물론 그 한 해 동안은 소년반장조차 못한 채 외로운 한해를 보내야 했고요. 또 아줌마의 아버지는요? 교권 침해 죄로 학부형총회에서 호되게 비판 받았어요. 학부형총회 때마다 모범학부형으로 주석단에 앉곤 하셨는데 그 해엔 주석단은 커녕 학부형총회 보고서에서 최고의 비판대상으로 지적되었어요.
아버지는 집에 와서 한숨만 풀풀 쉬었고 아줌마는 늘 속이 한 줌만해서 아버지의 얼굴을 살펴보아야 했어요. 아줌마는 그때부터 무슨 생각을 한지 아세요. 어떤 힘든 인간관계라도 내가 참고 견뎌내자는 것이었어요.
아줌마가 학교를 옮겨달라는 아들애에게 어떻게 말해 주었을까요? 다른 학교에 가도 그런 선생님은 또 있을 거라고 했어요. 중요한 건 마음에 들지 않는 선생님과 관계를 잘 가지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라고 일러주었어요.
여러분,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은 남북한이 다 엇비슷하죠, 어쩌면 우리 민족은 이 문제를 성숙하게 해결하지 못해 아직까지 분단의 고통을 안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오늘은 이만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