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린이: 잠자리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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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작가동맹 아줌마예요. 오늘은 여러분께 잠자리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해요. 여러분은 남의 집에 가서 잠을 자 보셨어요? 할머니 집에요? 아니면 이모네 집? 그럼 친구네 집?

아줌마는 북한에 있을 때 학교에서 방학을 하면 사촌오빠와 함께 기차를 타고 멀리 있는 친척집에 가서 며칠 씩 자며 놀다오곤 했어요. 어릴 땐 미처 몰랐는데 점점 크면서 주위 어른들께서 하는 말이 “밥은 열 곳에서 먹어도 잠은 한 곳에서 자야 한다”는 거예요. 여러분도 그런 말 들었다고요?

그 말을 듣고 느낌이 어땠어요? 아줌만 그 말이 왜 그런지 싫더라고요. 아줌마가 평양에서 무궤도 버스 타고 한참 가면 친척집이 있었거든요. 외삼촌 할머니가 거기 사셨는데 음식을 얼마나 맛있게 해주시는데요! 얼마나 아줌마 네를 반겨 맞아 주시는데요! 집은 또 얼마나 편리한데요! 얼마나 얼마나 햇빛이 잘 드는데요!

그런 좋은 집에 “잠은 한 곳에서 자야 한다”는 말 때문에 안 가다니? 그게 도대체 말이 되냐고요! 할머니는 오래 사실 것도 아닌데,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가고 싶어도 못 가는 집인데. 사실 그랬거든요. 할머니가 세상을 뜨신 후에 삼촌 아줌마는 아줌마 오는 걸 달가워하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그 후부터 발길을 끊었거든요.

아줌마가 다 커서 기차타고 출장 다닐 일이 생겼는데 그때마다 “잠은 한곳에서 자야 한다”는 말이 이상하게 떠오르는 거 있죠. 다른 곳에서 잠잘 일이 생길 때마다 그 말이 귓가에 울려오는 거 있죠,

아줌만 그때마다 화가 벌컥벌컥 나더라고요. 그런 말 만들어 낸 사람을 찾아가 한바탕 큰소리치고 싶더라고요. 왜 그딴 말은 만들어내 창공을 훨훨 날고 싶은 아줌마를 자꾸 속박하느냐고요, 옛날 사람들은 멀리 다닐 일이 없어 물러터지도록 집안에 박혀 있어도 별 일 없었겠지만 요즘 사람들은 할 일이 많아 절대 그대로 할 수 없다고요!

아줌마는 그 후부터 “밥은 열 곳에서 먹어도 잠은 한 곳에서 자라”는 말을 무시해버렸어요. 그 한마디에 구속되면 아무 일 못할 것 같더라고요. 사람이 괴죄죄해질 것 같더라고요.아줌만 그때까지 세상을 오래 산 어른들이 왜 “밥은 열 곳에서 먹어도 잠은 한 곳에서 자야 한다”고 곱씹어 외우군 하는 지 정말 몰랐어요. 그래서 어쨌냐고요? 지금까지 쭈=욱 그 말을 무시하고 살아왔죠, 오늘날과는 인연 없는 말이라고 확인도장을 꽝 쳐놓고요.

그런데 아줌마가 얼마 전에 ‘잠은 한 곳에서 자라는 말이 이런 뜻 이었구나’하고 지금껏 부정해온 옛 사람들의 말을 꼬박 인정하게 된 거예요.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요? 여러분도 아시죠? 아줌마에게 개구쟁이 아들애가 있다는 걸요. 그 아들애가 주말이면 친구네 집에 가서 자지 못해 몸살을 앓더라고요. 어떻게 된 일인지 아줌마 아들애는 친구가 하나 생기면 꼭 주말이나 명절날마다 같이 자는 관계로까지 발전하는 거예요. 죽도록 가겠다는 데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잖아요! 가지 말아야 할 특별한 이유도 없고요.

특히 아줌마에게 일감이 밀려 시간이 필요할 때에는 그 말이 얼마나 반갑기까지 한데요! 처음엔 가서 자라고 해도 될까 망설였는데 그것도 습관이 되니 별치 않아지더라고요. 그러니까 아들애는 점점 더 강경하게 나오고요. 묘한 건 아들애가 친구 집에 가서 자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아들애의 태도에 엄마를 무시하는 기미가 버쩍버쩍 싹튼다는 거예요.

어느 주말 저녁, 아들애가 친구네 집에서 잔다며 또 나갔어요. 그 모습을 보고 아들애의 새 아빠가 아줌마에게 그러는 거예요. 아들애를 되도록이면 나가 자지 않게 하라고요. 그렇게 되면 자기 집안의 문화를 무시하게 된다는 거예요. 자기 집 문화를 무시하면 어떻게 되겠어요? 당연히 자기 부모를 멸시하게 되겠죠. 자기 집의 생활방식과 사고방식, 이런 것들을 다 하찮게 여기게 되겠죠. 그런 사람은 어떻게 되겠어요? 뭐 부랑아가 되는 거지요.

아줌마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차, 옛날 어른들이 “잠은 한자리에서 자라”고 타이르군 하는 말속에 이런 뜻이 담겨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오는 거예요. 그런 줄을 모르고 아줌마는 지금껏 설레발 쳤으니 옛날 분들이 얼마나 기막혀 했겠어요?

다음 주말이 되 오자 아들애는 친구네 집에 가서 또 잔다고 해요. 엄마가 안 된다고 오금을 박으니까 아들애가 의아해 하는 거예요. 가지 말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는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고요? 아들애 아빠가 아줌마에게 들려준 바로 그 얘기를 해줬지요. 아들애가 이해했는가 고요? 여러분은 어떨 것 같아요? 여러분이 아줌마의 아들애라면요?

아줌마 아들애는요, 엄마의 사리정연한 말에 기가 푹 꺼지는 거예요. 다음부터는 신비하게도 친구네 집에 가서 잔다는 말을 안 하는 거예요! 그리고 엄마 앞에 예전보다 더 공손해지는 거예요. 잠자리를 한 곳에 정하니까 아들애 심성이 차분해지는 거예요! 그것도 사춘기에 들어서는 입구에서! 여러분, 어른들이 하시는 말씀. 아, 간단히 스칠게 아니죠! 그럼 다음 시간에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