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 도시 여성들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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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 서울엔 봄이 완연해 져가고 있습니다. 겨우내 입고 다니던 무거운 옷 대신 가볍고 얇은 질의 옷으로 바꿔 입는 계절입니다. 평양시 여성들도 얼마 안 있어 겨우내 입고 다니던 바지를 벗고 너도나도 치마를 입기시작 하겠죠. 여성들이 바지를 못 입게 사방에서 단속을 시작하니 말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북한에서 발생하는 도시여성의 문제에 대해 여러분과 이야기 나눠보려고 합니다. 제가 평양에서 살 때 특히 봄철이 되면 여성들은 아주 골치가 아팠습니다. 겨울 한철은 여성들이 바지를 입어도 모르는 척 하고 있다가 봄이 시작되면 눈뜨고 봐주려 하지 않기 때문이죠.

봄철은 국가적인 농촌 지원 계절입니다. 4월 말경부터 6월 초까지 평양 시의 모든 사무원들이 농촌지원에 시달려야 합니다. 농촌지원이 시작 돼서 20일 쯤 지나 보면 남자들은 무슨무슨 구실로 다 빠져나가고 마지막까지 끌려 다니는 것은 힘없는 아녀자들뿐이었습니다. 시외에 농촌지원 나가려면 출근시간을 1시간 앞당겨야 하지요, 교통조건이 안 좋아 버스를 여러 번 갈아 타다보면 하루 품이 다 들었습니다. 교통비 또한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건 큰 문제가 아니었지요. 여자들이 가방마다 작업복에 작업신발까지 두툼하게 넣어가지고 다녀야 하는 수고를 해야 했습니다. 작업복 차림으로 출퇴근해도 한결 불편이 덜리겠는 시민들이 많이 오가는 길목마다 규찰대가 완장을 끼고 서서 바지 입은 여자들을 눈에 불을 켜고 잡아냈지요. 걸린 여자들은 그 자리에서 벌금을 내게 하던가 해당기관 당 조직에 통보하였지요.

여러분도 잘 아시겠지만 평양시의 교통조건이 얼마나 한심합니까. 한 번 버스 타는 데도 전쟁을 벌려야 하지 않습니까. 이때 치마차림으로 몸싸움을 하다 치마단이 뜯겨져나가 속옷이 드러나기라도 하면 바지 생각이 얼마나 간절해집니까, 그래도 절대로 바지를 입을 수가 없었습니다.

여성들이 옷차림으로 당하는 수난은 그래도 뼛속까지 사무치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이 계절에 여성들이 당하는 정신적 차별로 인한 고통이었습니다. 정신노동을 하도록 준비된 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제일 천하고 육체적인 일에 속수무책으로 끌려 다녀야 하는 절망감은 우리 여성들의 정신을 몇 번이나 죽이고 남음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도시에는 대다수가 여성으로 이루어진 봉사기관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들이 ‘정춘실운동’의 명목 하에 봄철에는 가족을 버리고 밭에 나가 살아야 했지요. 주변농촌의 불모지를 농토로 개간해 식료품원료를 자체로 생산한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 여성들의 원망은 정말 하늘에 닿고 남을 정도였습니다.

다음으로 심각하게 제기되는 도시여성의 문제는 소위 ‘3D업종’에 대한 무리배치였지요. 3D업종이란 육체로 일해야 하는 천하고 힘든 직종을 말합니다. 한마디로 처녀들이 가고 싶어하지 않는 직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예를 들어 방직공장, 기관차대, 자전거공장, 협동농장 같은 데가 되겠죠.

1970년대 중반부터 전국적으로 벌어진 청년분조 바람은 도시의 중학교 졸업생 여성들을 농촌집단 진출 및 평양방직공장, 제사공장 등 사람들이 기피하는 직종으로 내몰아 갔지요. 그때 집단진출에 걸린 중학교 졸업생 처녀들이 “우리들은 평생 농촌 귀신이 되었다”며 울고불고 난리였지요. 그들을 바라보는 제 가슴이 참 막막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농촌 집단진출에 걸린 졸업생 여성들도 말이 아니지만 자기 희망과 아무 상관없는 생산공장에 무리배치 받은 처녀들도 기가 막히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기름에 절은 시커먼 노동복을 입고 기름때 묻은 손을 제대로 씻을 틈도 없이 기계의 온갖 소음에 시달리며 쇠붙이를 깎고, 찍고, 붙여야 했지요. 그런 처녀노동자들은 죄수라고 해야 옳지 않을 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그들은 정말 죄수였지요. 왜 죄수냐고 하면 공장을 나가겠다고 해도 절대로 문건을 떼 주지 않은 채 붙잡아두니 그녀들에게 공장은 결국 감옥이였지요. 게다가 생산 공장에 다니는 처녀라고 하면 총각들이 어디 쳐다나 봅니까, 사람취급을 합니까.

그래서인지 북한에서는 남성들보다 여성들에게 자살자가 더 많았습니다. 제가 얼마 전 기회가 생겨 북한에서 40년간 살며 주위에서 자살한 사람 수를 꼽아보니 여자는 다섯 명인데 비해 남자는 단 한명도 없었습니다. 북한이 남성들보다 여성들에게 훨씬 더 살인적인 사회였다는 단적인 증거였습니다.

제가 한국에 와서 살펴보니 지구상에 230개의 나라가 있는 데 북한처럼 여성들을 무시하고 학대하는 나라는 북한처럼 모두 못살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