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 물을 통해 본 북한 여성의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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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물은 우리 조선 여성의 지위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오늘 시간에는 이 문제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 나눠보자고 합니다. 얼마 전, 제가 물과 관련해 들은 새로운 말이 있습니다. “남자는 돈을 쓰고 여자는 물을 쓴다.”

여기서 남자가 돈을 쓴다는 것은 잘 모르겠는데 여자가 물을 쓴다는 말은 사뭇 그럴듯하지 않나 싶습니다. 북에서 살던 저도 어릴 때부터 여자라고 물을 많이 쓰도록 습관은 되어 왔었구나 싶어지니 말입니다. 사실 저는 가정 사정으로 집안 살림을 일찍부터 맡아 했었는데, 설거지를 시작할 때면 깨끗한 것을 끔찍이도 좋아하는 아버지가 바람처럼 옆에 나타나 새물을 자꾸 갈아주면서 “설거지물이 깨끗해야 집안사람들이 병에 안 걸린다”, “물을 많이 써야 살림이 알뜰해진다”고 입버릇처럼 가르치곤 하시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물을 많이 써야한다는 인식이 저의 머리에는 새겨져 있었습니다.

한번은 93년인가 동료의 집에 작가들이 모여 망년회를 했습니다. 뒤끝에 설거지를 하게 된 저는 겨우 받아 놓은 수돗물을 그릇 가시는데 다 써버렸습니다. 그 탓에 마실 물도 없어져 물 길러 당장 나서는 집주인을 보고 그날 죄송하여 어쩔 바를 몰랐습니다. 중학교 졸업한 후 20여년이 넘도록 부엌살림을 해본 경험이 없다보니 설거지 하나에 귀중한 물을 다 써버렸던 것입니다.

물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평양시 가정에서 한 바께쯔의 물을 긷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몰랐던 자신이 막 민망스러웠습니다. 그러나 주인은 물론 자리에 앉았던 사람들까지도 “물을 많이 쓰는 여자는 알뜰하다”며 오히려 저를 두둔해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이 즉석에서는 잘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일을 계기로 물과 여자는 특수한 관계에 있다는, 물에 대한 사용권한은 여자라면 응당 받는 특별 선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새로이 해보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남한에 와서까지 “여자는 물을 쓴다“고 하는 말을 들으니 마침 기회라 여겨 남편과 그 점을 더 깊이 파고 들어가 보았습니다. 확실히 여자는 남자보다 물을 많이 이용하도록 되어있고 실제로 이용하고 있었습니다.

여자는 달거리와 임신, 분만과 육아라는 생리적 요구와 살림살이라는 가정적 요구로부터 물을 더 사랑합니다. 물은 무엇보다도 생명수이기에 여자의 생리와 임신, 분만 모두가 그 속에서 이루어집니다. 물은 또한 씻어내고 녹여내는 물성으로 하여 빨래, 목욕, 부엌일, 집안청소 등 가정살림에 없어서는 안 될 자원입니다.

이 외에 물이 여성에게 필요한 이유가 더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성이 가지는 문화적 특성 때문입니다. 남성이 미지를 개척하고 인간영역을 확장해가는 성질이라면 여성은 문화를 보존 유지하고 전달하는 성질이여서인지 보다 강한 미적 요구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여성은 더 고와지려 하고 더 깨끗해지려 하고, 더 알뜰히 거두려 하는 노력이 아주 비상합니다. 만약 물 부족으로 여성이 미워지고 더러워지고 난잡해지게 될 때 그 괴로움은 남성이 이해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게다가 도시 한 복판의 아파트들에서 수돗물이 안 나와 쌀 씻을 물조차 길어올 데가 없다면 여자들은 그야말로 미칠 지경이 되지 않겠습니까.

함께 돌이켜 보면 이 세상의 본보기다운 남성상이란 북의 여성이 흔히 생각하기 쉬운 간부나 돈지갑 두툼한 사나이가 결코 아닙니다. 한국을 비롯한 선진사회에서 보는 바와 같이 여성에게 필요한 물을 원만히 보장해주는 여기에 남성의 진정한 미덕이 있습니다. 바로 그런 남성적 사명을 지니고 사막과 늪, 심산벽지를 헤치면서 그들은 물 자원을 계속 확보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지 못하여, 살림살이의 중심에 서서 문화를 가꿔나가는데 물질적 기반으로 되는 물이 부족하거나 없다면 여성은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남성과 여성이 함께 사는 사회 문화가 파탄되는 심대한 후과가 빚어지고 맙니다.

그런데 북한 권력층은 북남대결과 유일사상체제수립을 국가의 최대 목표로 내걸고 그 달성에만 급급해온 나머지 도시와 로동자구의 겉치례만 그럴듯하게 해놓고 보이지 않는 상하수도망이라든가 전력 시설, 등 여성에게 절실한 공공부분 정비는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실례로 평양시는 하루 평균 130만 톤 이상의 수도물이 필요한데 실제 공급량은 그것도 설비용량으로 겨우 40만 톤 정도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 물마저도 권력층에게 먼저 돌리고 얼마 안 되는 나머지가 겨우 일반 시민들에게 차례집니다. 이런 만성적 물 부족사태는 여성들의 권리를 결정적으로 저하시키고 있습니다. 온 나라의 여성에게서 아름다움이 시들고 웃음은 사라져가고 있습니다.

북한의 올바르지 못한 양성의식이 여성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주고 있는 가 하는 점을 물이라는 자원을 통해 살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