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 남북의 여성 직업관


2006.12.19

북한 여성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평양시 창작실 시문학분과에서 시인으로 활동하다가 1998년 7월에 탈북한 최진이입니다. 처음 여러분을 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저는 현재 남한에서 이화여자대학 대학원 여성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내년부터 북한학 박사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수속을 전부 마친 상태에 있습니다.

제 나이가 지금 마흔 일곱이라는 사실을 여러분이 아시게 되면 깜짝 놀랄 겁니다. 50이 다 된 여자가 웬 공부냐고 말입니다. 그런데요, 남한에서는 저처럼 나이 많은 여자들이 공부하는 게 그리 특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선진국일수록 평생 공부하는 체계가 갖추어져 있고 그야말로 죽을 때까지 공부하지 않으면 시대에 발맞추어 나갈 수 없는 게 요즘 세계 추세이니 말입니다.

저는 여러분과의 귀중한 만남을 통하여 하고 싶은 많은 말 중에서도 북한여성의 문제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를 나누려고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 북한에선 이미 1946년 4월 30일 남녀평등권 법령을 내놓아 그때부터 여성해방문제가 완전히 실현되었다고 선전해오지 않았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답답한 데가 있지 않습니까, 외국에선 여성문제를 어떻게 보는 지, 우리나라가 여성문제에서 완전한 해방을 이루었다고 말하는 데 다른 나라에 비해 어떤 부분이 좋다고 하는 지, 좋다고 하면 정말로 좋아서 좋다고 하는 건 지, 그런데 여성문제가 백프로 해결되었다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 여성들에 비해 북한여성은 어째서 점점 더 행복해 보이지 않는 것인지...

저도 북한에 있을 때 이 문제에 대해 시원한 답을 찾을 길이 없어 참 답답했었습니다. 그러다 남한에 와서 우연인지 필연인지 여성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처음 여성학을 공부하게 되었다고 하니까 남한의 아는 교수님이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말하자면 남한에 와서 여성문제에 대해 제가 받은 첫 질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결국은 오늘 논의 하려는 북한 여성들의 직업에 대한 주제라고 말 할 수 있겠습니다. 그 교수님은 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북한 여성들은 직업 때문에 걱정 안 하지요?”

저는 그 말이 무엇을 뜻 하는지도 모르고 “예”하고 얼결에 대답해 버렸습니다. 북한에 온 외국인들이 길거리에서 만난 여성에게 “조선여성들은 참 행복합니다.”하고 추어주면 그 말의 진의도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마치 자기를 칭찬 해 주는 말인 듯 해 으쓱해서 “예!”하고 대답해버리던 것과 같은 그런 심리였습니다.

그러자 그 분은 “여기 한국 여성들은 직업 때문에 참 고생들 합니다. 어린 나이에 옷 공장 같은 데 들어가서 열 시간, 열 두 시간씩 꼬박 일하고 고생이 말이 아니에요. 좋은 직장에선 여성들을 잘 받아도 안 주고.” 라고 자책어린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아직 남한 실정을 잘 모르다나니 그 분의 말씀을 그냥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분이 어째서 상대가 경험한 사회의 문화는 올려 춰주면서 자신이 지금껏 살아온 쪽에 대해서는 여지없는 비판을 가하는 것인지에 대해 그 진의를 분별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북한에서야 어디 그렇습니까, 무엇이든지 자기 나라, 자기 공장, 자기 동네에 대해 칭찬을 해야 그가 훌륭한 사람으로 돋보이도록 대체로 인식이 되어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남한에선 상대에 대해서는 좋게 말하고 자기에 대한 것은 되도록 결함 쪽을 드러내어 비판을 받으려고 하는 경향이 갈수록 뚜렷이 보였습니다. 물론 이런 문화는 상대에 대한 배려의식에도 기초하고 있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미처 보지 못한 결함을 다른 사람으로부터 지적받아 고쳐서 더 큰 발전을 이루고 싶어 하는 심리가 짙게 깔려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남한 입국 초기에 이런 사실을 전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아마도 직업 부분은 북한 쪽이 더 잘 되어 있는 가부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가 뼈에 사무치도록 싫어서 떠나온 쪽을 칭찬하는 것이 적이 못마땅하긴 했지만 교수님의 말씀을 그냥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여성학 강의를 만 2년간 꼬박 들으면서 그때 저에게 했던 남한 교수님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즉 북한 여성들은 남한여성들에 비해 직업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다고 보는 데는 굉장한 무리가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성들의 직업관에 있어서 남한과 북한은 단적인 차이가 있었습니다. 북은 여성들이 집에서 놀면 낡고 썩어빠진 개인주의, 이기주의 사고에 물 젖는다고 어떻게 해서든 직장에 끌어내어 일시키든가 인민반, 동 생활에라도 소속시켜 사회생활에 참여시켜야 마음을 놓는 경향이 전 사회에 물 젖어 있다면 남한사회는 그와 정 반대였습니다.

얼마 전 까지만도 북한이 여성들까지 공장에 끌어내어 일 시킨다고 비난해왔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성들은 가정에서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을 잘 하고 자녀 교양을 제대로 하는 것이 여성의 본도라고 하면서 여성이 직장에 나가는 것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가 만연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다나니 유명한 이화여자대학교에는 가정경영학부가 다 있어 전문가적인 가정주부를 양성해 낼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선 남자가 출세하려면 이화여대 졸업생을 얻어야 한다는 재미있는 농담까지 생겨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남북 양쪽 사회의 서로를 타매하는 적대적인 여성 직업관은 서로의 문제점을 생산하고 있었습니다. 북에서는 여자들을 모조리 직장 꾼으로 만들어 여성의 인격을 여지없이 말살시켜 놓았는가 하면 남에서는 여성들의 사회진출 의욕을 막아 여성들이 골병에 들게 할 정도였습니다. 여성들 성향도 다 차이가 있지 않습니까, 특히 남한은 사회가 발달하다나니 가정일의 부담이 적어지고 그래서 여성들의 의식이 사회적인 성향으로 점차 바뀌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런데 이것을 일방적으로 막으려드니 여성들이 병을 다 앓을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여성운동가들, 여성학자들이 나서 여성의 문제를 주장하고 나선 결과 이런 폐해들이 날을 따라 줄어가고 여성들이 사회에 대거 진출하고 있는 중에 있습니다. 북한은 그 반대로 경제가 하락하는 통에 직장꾼 여자들이 장사를 위해 직장을 그만 두고 있는 상태입니다.

즉 남쪽은 경제성장으로, 북은 경제하락으로 남북 여성의 이질적인 직업관이 결국은 그 균형을 맞춰가고 있는 셈입니다. 참 신의 뜻이 오묘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마치고 다음 시간에는 북한 여성들의 직업문제에 구체적으로 어떠한 난점들이 있는 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