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대학풍경: 대학생과 기숙사 생활


2006.10.18

보고 싶은 북한 대학생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유명철입니다. 산천이 아름다운 단풍으로 곱게 물들고 있는 요즘 대학가에서는 한창 진행되는 중간고사로 학생들이 공부에 여념이 없습니다. 한 학기 중간평가를 받는 중요한 시점이라 대학도서관과 기숙사에는 밤늦게 까지 불빛이 꺼질 줄 모릅니다.

어제는 밤을 새워 공부하다가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대학기숙사에서 하룻밤을 잤습니다. 원래는 기숙사에서 외부인을 숙박하지 못하게 하는데 제가 전번학기까지 기숙사 생활을 하다 보니 기숙사 사감선생님이랑 좀 친하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남한 대학의 기숙사와 거기서 생활하는 학생들에 대하여 자세히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저 두 북한에 있을 때 대학공부를 하면서 6년이나 기숙사 생활을 하였습니다.

고등중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처음 입학하여 기숙사에서 잠을 자던 첫날밤, 낯선 사람들 속에서 그리운 고향의 부모님 생각을 하면서 잠 못 이루던 때가 어제 같은데 벌써 10여년 세월이 흘렀군요. 북한의 기숙사는 한방에 5~10명이 함께 생활하는데 겨울에는 난방이 잘 안 오고 춥고 여름에는 냉풍장치가 없어 무더웠으며 제대 군인들하고 같이 있다 보니 그들의 시중과 잔소리에 짜증날 때도 많았습니다. 기숙사에서 주는 한 끼 식사는 젊고 한창 자라는 우리들의 배고픔을 달래주지 못하였고 주일마다 친척집에 나가 신세를 져야 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 남한의 기숙사는 그에 비하면 호텔이나 다름이 없습니다.

한방에서 2명씩 생활하는 2인1실인데 매 방마다 에어컨이 다 있어 여름에는 너무도 시원하고 겨울에는 종합난방으로 온도를 보장합니다. 매 층마다 정수기가 비치되어 있어 항상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으며 간이매점과 탁구장, 당구장, TV시청실, 컴퓨터실, 학습 실, 야외테니스장까지 정말 학생들이 생활하는데 조금도 불편함이 없이 꾸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기숙사 식당에서는 매끼마다 영양식사표를 다양하게 짜서 풍부한 식탁을 마련하며 우리들은 자기의 입맛에 맞는 메뉴를 마음대로 골라 먹을 수 있답니다. 한방에 두 명씩 생활하다 보니 여러 명이 있을 때보다 서로 쉽게 마음을 털어놓고 친해질 수 있으며한 학기쯤 함께 지내면 정말 둘도 없는 친구나 형제처럼 가까워 집니다. 저와 처음에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한 친구는 남한의 제일 끝인 제주도 서귀포에서 온 친구였는데 저하고 거의 10년이나 나이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처음에는 너무 나이차이가 많아 그 친구도 저를 무척 조심스럽게 대하고 저도 그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습관을 잘 몰라 어색하였는데 금새 서로 친해지고 형님 동생 하면서 지금은 정말 가까운 사이가 되었습니다. 그 친구와 함께 생활한 덕분에 여기 남한 학생들 특히 나이가 20대 초반의 학생들의 사고방식과 생활습관, 문화에 대하여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1년간 함께 생활하다가 다음해에 다른 친구와 생활하였는데 그 친구도 역시 나이 어린 신입생이었습니다. 기숙사에서 함께 생활하는 사람은 자기가 선택하기도 하고 또 컴퓨터를 통해 짝을 맺기도 하는데 한 친구와 계속 생활하는 것도 좋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남한의 대학기숙사에서는 북한과 달리 저녁점검이나 아침기상과 같은 정해진 규정을 없으나 저녁1시부터 다음날 아침 5시까지는 출입을 금하고 실내에서 금연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정숙하게 생활해야 한다는 점은 북한과 꼭 같습니다. 물론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기간에는 출입시간을 연장하고 학습실도 24시간 개방해서 학생들이 마음 놓고 시험공부에 전념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침 출근시간에는 기숙사에서 대학까지 걸어서 20분정도 되는데 통학 버스가 다니고 있는데 어떤 사람들은 운동도 하고 시원한 새벽공기도 마실 겸 걸어가는 사람도 많습니다. 기숙사에는 관리원 아주머니들이 따로 있어 항상 청결한 위생상태를 위지하고 있으며 경비아저씨들이 외부인의 출입과 기숙사내 규정준수를 엄격하게 통제하고 있습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면서 불편한 점에 대하여 관리실에 통보하면 즉시 대책을 세워주어 학생들이 공부하고 생활하는데 조금도 지장이 있을세라 관심을 돌립니다. 방학기간에는 지방에서 온 학생들이 많이 집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임시로 외국에서 어학연수를 오는 유학생들에게 방을 빌려주기도 합니다. 이제는 저도 집을 대학근처에 이사를 하여 기숙사 생활을 하지 않지만 역시 공부를 열심히 하자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집에 오니 자유롭기는 한데 친구도 없고 혼자 식사도 챙겨먹어야지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해야 하는 등 정말 공부하는데 지장이 많습니다.

이제는 대학공부도 거의 다 끝나가고 대학 기숙사 생활도 할 기회가 없겠지만 집을 떠나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외로움도 달래고 맛있는 것도 함께 나눠먹던 기숙사시절의 아름다운 추억은 항상 기억에 남을 것입니다. 그럼 북한 대학생 여러분도 타향에서 친구들과 함께 집단생활을 잘 해나가시고 공부도 열심히 하여 능력 있는 인재로 잘 준비하시길 바라면서 오늘 이야기는 이만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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