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철: 남한 대학생의 여름방학
2006.07.26
어느덧 방학이 절반이나 흘렀네요. 아직 한 달이나 남아있긴 하지만 그 동안 좀 더 재미있게 보냈던 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데 이제라도 늦지 않았겠죠. 다음 주부터는 남한에서도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데 아마 전국의 유명한 해수욕장과 피서지가 여름 피서객들로 꽉 찰 것 같습니다.
저도 8월초에 대학에 있는 북한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강원도 속초해수욕장으로 놀려가려는데 머리도 식힐 겸 재미있게 놀다 오려고 마음먹고 있어요. 그래서 오늘은 여기 남한의 대학생들이 어떤 문화생활을 하는지에 대하여 여러분께 간단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선 남한의 대학생들은 인터넷과 관련된 문화생활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게임도 하고 노래도 듣고 영화도 다운받아 보며 중고등학교나 대학친구들, 그리고 세계의 여러 나라 대학생들과 채팅도 하면서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기도 하죠.
아마 북한에서는 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넷이란 컴퓨터를 이용하여 세계의 어느 곳, 누구와도 마음대로 연계를 맺고 다양한 정보들을 주고받는 정보망을 말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인터넷에 너무 몰입하던 나머지 인터넷 중독이라는 병에도 걸리곤 합니다. 저도 처음에 인터넷을 하루에 10시간 넘게 하던 때가 있었어요. 물론 지금도 한번 앉으면 2~3시간은 금방 지나가는데 그 만큼 인터넷은 재미있고 무한대한 정보의 바다랍니다.
다음으로 대학생의 문화생활에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영화관과 극장관람이죠.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를 비롯한 해외의 유명한 영화와 국내의 우수한 작품들이 출시되면 곧바로 영화관들에서 상영하군 하는데 아마 한주에 두 세 개씩 개봉되는 것 같습니다.
북한에 있을 때는 일요일에만 만수대 텔레비전으로 방송되는 외국영화를 보고 한 주내내 친구들이 그 영화 이야기를 하군 하였는데 이곳에서는 매일같이 외국영화를 보고 있으니 사실이젠 조금 지겨울 정도네요.
그리고 유명한 가수들이 출연하는 콘서트장에는 중고등학생으로부터 대학생, 중장년들까지 모여 저마다 팬클럽을 만들어 응원하는데 정말 볼만하죠. 이런 관람문화도 북한과 많이 다른데 자기들이 좋아하는 가수나 배우들이 나오면 함께 열광하고 노래하고 호흡을 맞추는 것이 북한에서 딱딱하게 구경하면서 안내에 따라 박수를 치던 것과는 많이 차이가 나죠. 주로 극장과 영화관람에는 애인들끼리 다정하게 가는 것이 좋은데 뭐 애인이 없으면 친구들과 함께 가도 괜찮아요.
그리고 이렇게 연예인들이 하는 공연을 관람할 뿐만 아니라 대학생들 스스로가 밴드를 만들어서 대학로나 각종 행사장에서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죠. 대학가 마다 많은 음악동아리와 밴드들이 결성되어 대학축제와 거리공연, 기념 콘서트장에서 자기들이 준비한 노래와 연주로 팬들을 흥분시키곤 합니다.
다음으로 남한 대학생들의 문화생활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것이 방과 후와 휴식일에 진행하는 각종 체육활동입니다. 학생들은 저마다 자기의 취미와 능력에 맞게 축구, 탁구, 농구, 야구 등 체육동아리나 동호회에 소속되어 건강도 단련하고 집단력과 의지력도 키우는데 남한은 갖가지 체육시설이나 기자재가 훌륭하게 갖추어져 있어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높은 기량의 소유자가 될 수 있어요.
특히 2002년 한국에서 열린 월드컵대회에서 한국이 4강에 진출하면서 국민들의 축구열의가 어느 때보다도 높아졌는데 요즘 텔레비전을 보니 북한 여자축구팀이 아세아여자축구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어 기분이 좋았고 여러분들도 우승에 대한 기대를 하리라 봅니다.
저두 대학 탁구동아리와 축구동호회에서 활동하는데 훌륭하게 갖추어진 축구화, 축구공, 탁구대를 이용하며 운동할 때는 항상 북한에서 운동화에 낡은 축구공을 차면서도 즐겁게 놀던 생각에 마음이 아파오군 합니다.
끝으로 남한대학생들의 문화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여행입니다. 설악산과 지리산, 제주도를 비롯한 국내의 유명 명승지와 관광지는 물론이고 파리와 로마같은 세계의 이름 있는 여행지를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다는 것 상상만 해도 가슴 벅차지 않습니까?
물론 거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자기가 감당할 수 있다는 전제조건이 따르지만 그것은 남한에서 2~3달 정도 일하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으니까 너무 걱정할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 세계 방방곡곡을 여행하다 보면 서로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다양한 문화와 세계관, 삶의 지혜를 배우게 되고 또 언어와 피부도 다른 사람들과 서로 교류하면서 살아가는 방식도 알게 되고 좋은 친구들도 사귀게 되는 등 좋은 점이 매우 많죠.
물론 북한에서도 여러 가지 문화생활을 하곤 하였지만 여기 남한에 와서 다양한 문화생활과 자유를 누리다 보니 정말 인생에 가장 젊고 열정적인 시절에 마음껏 자기가 해보고 싶은 문화생활을 하고 자기가 누리고 싶은 즐거움을 마음껏 누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새삼스레 되새겨 봅니다.
북한의 대학생 여러분들도 어려운 속에서도 항상 젊음과 용기를 잃지 마시고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시고 즐겁게 생활해 나가시면 후회 없는 청춘시절을 보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젊어서 고생은 금주고도 못한다는 말이 있듯이 여기 남한 대학생들은 너무 고생을 모르고 행복하게만 사는 것 같고 북한은 너무 고생만 하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