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 뒤짚어 보기:조총련 거리에 나 앉게 된 게 누구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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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

노동당의 제 2중대로 명성이 자자했던 북한최대의 해외조직인 조총련(재일조선인총련합회)가 매각될 위험에 처하자, 북한도 총련을 지원하는 사격에 나섰습니다.

노동신문과 중앙통신이 10일 보도한 평양시 반일군중대회에는 “악의 땅 일본 열도를 쓸어버리고야 말 것”이라는 섬뜩한 표현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날 군중대회에 등장한 “미친개는 몽둥이 찜질이 제격” “산산이 가루내 버릴 것”이라는 표현은 북한이 조총련 본부 건물과 토지 매각에 얼마나 급해 맞았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 정권의 ‘돈줄’이던 조총련은 627억엔, 달러로 약 5억불의 부실 채권을 갚지 못해 파산 위기에 몰린 상태입니다. 지난 26일 도쿄지방법원이 일본정부의 부실채권정리회수기구가 조총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조총련 산하 신용조합들이 발행한 부실채권을 조총련이 대신 갚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기 때문입니다.

압류된 총련 건물은 지난 2001년에 사망한 한덕수의장이 도쿄 한복판에 5층짜리 건물을 구입해 10층짜리로 증축한 것입니다. 이 돈도 총련 상공인들과 동포들이 푼전을 모아 증축한 것으로, 한덕수 의장은 생전에 일본 황궁의 어느 건물에도 뒤지지 않고 번듯하다고 자랑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면 발족 당시 재일동포의 약 90%를 결집시키며 승승장구의 기를 걷던 총련이 왜 이 지경까지 되었습니까,

그 원인은 조총련의 재정에 큰 구멍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90년대 초까지 만해도 총련은 매해 약 20억 달러에 달하는 돈을 북한에 송금했습니다. 이 돈은 재일교포들의 헌금과 기업이익금, 무역거래 대금, 북한이 투자한 원리금 회수로 이뤄졌습니다.

그러다가 90년대 중반 들어서면서 경제난을 겪고 있던 북한이 수시로 조총련에게 돈을 요구했습니다. 실례로 1982년 김일성 생일 70돌 때 총련은 50억 엔을 송금한바 있습니다. 조총련은 북한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알토란 같은 건물까지 팔아가면서 이 돈을 보내주었습니다.

재정이 딸리자 총련은 산하에 6개 금융기관들을 통폐합하면서 어떻게 하나 버텨내려고 애를 썼지만, 수억 달러의 공적 자금만 날리고 조합들은 줄줄이 파산 당했습니다.

1998년과 2002년 사이에 조총련 산하 33개 신용조합 중 16개가 무리로 파산했고, 일본 정부가 투자했던 1조4000억 엔도 모두 날아가 버렸습니다. 이때 은행들이 부실하게 된 것은 총련이 어떤 회사에 융자한 것처럼 조작하고 북한에 거액을 송금했기 때문입니다. 현재 북한이 계속 돈을 내놓으라는 성화에 자금력 있는 지방 조직들이 이탈하는 현상이 초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총련이 이렇게 된 데는 한덕수 의장 사망 이후 조직력이 급격히 약화된 것과 관련 있습니다.

한때 일본 총련의 위대한 수령으로 숭상 받던 한덕수 의장이 사망하면서 총련의 조직력은 급속히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한덕수 의장만한 카리스마를 지닌 차기 지도자가 없을 뿐 아니라, 최근 핵 문제로 북한이 국제적인 고립에 처하게 되면서 재일동포들 속에서 북한 정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미국 공화당 메케인 의원은 “북한에 들어가는 조총련 자금과 물자 18억 달러 중 연간 6~7억 달러에 달하는 현금이 핵무기 개발에 쓰였다”고 주장한바 있습니다. 총련의 돈이 핵무기 개발에 씌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일본인들은 조총련을 곱지 않게 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총련 새 세대들은 자기 부모들만큼 북한을 동조하는 마음이 식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많은 총련 재일동포들이 민단계로 전향하고 있으며, 그 숫자는 전체 70만 재일교포 중 25만 명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북한이 “젖 짜는 암소”마냥 돈만 짜낸 탓에 한덕수 의장의 한 생이 깃들어 있는 조총련이 반세기 동안 살아오던 보금자리에서 쫓겨날 상황에 몰리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