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 뒤짚어 보기: 北 수해피해 왜 총련을 통해 공개했나?
2006.08.11
지난 7월 중순 북한을 강타한 홍수로 입은 피해상황에 대해 북한 선전매체가 이례적으로 정확한 숫자까지 밝혀 보도했습니다.
7일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인터넷판은 “7월 14~16일까지 조선의 일부 지역에 내린 비로 549명의 사망자와 295명의 행방불명자, 3천43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하고, "1만6천667동에 사는 2만8천747가구의 살림집이 피해를 입었다"고 구체적으로 보도했습니다.
농경지 피해와 관련해 "총 피해 경지는 2만3천974정보로 그 중 침수된 경지는 1만6천194정보, 매몰된 경지는4천250정보, 유실된 경지는 3천530정보에 달한다"면서 "농경지와 함께 설비와 영농물자도 많은 피해를 입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간 피해상황에 대해서는 7월 21일 조선중앙통신이 "수백명의 사망자와 행방불명자가 발생했다"고 짤막하게 보도했을 뿐 다른 매체들은 보도를 금해왔습니다.
10년전 90년대 중반 대아사를 초래한 홍수 때도 정확한 숫자를 밝히지 않았는데, 이번 보도는 이례적인 것으로 그 배경에 주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 배경은 우선 '사망자 1만명설'을 반박하기 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북한이 피해상황을 보도하지 않자, 한 대북지원단체는 2일 소식지를 통해 "북한이 이번 홍수로 130만∼150만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며 "현재 등록된 실종자 수도 4천명에달해 최종 집계되는 실종자와 사망자는 1만여명이 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소식지는 "황해남도 해주시에서만 200여명의 시체를 건져냈고, 함경남도 요덕군 구읍리에 있는 마을이 계곡물에 떠내려가 학교와 아파트 2동만 남고 나머지는 전부 자갈밭으로 변해 버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황에서 남한과 국제사회는 이 소식지의 말을 인용해 긴급대북지원 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지요. 한나라당을 비롯한 남한민간단체들도 공공연히 "1만명 사망설"을 공식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평양방송은 5일 인명피해가 1만명에 이르고 이재민 수가 130만∼150만명에 달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 터무니없이 과장된 모략선전이며, 악의에 찬 비방중상"이라고 비난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번 보도는 북한이 '1만명 사망설'을 공식적으로 반박하기 위한 보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북한이 피해상황을 조총련 기관지를 통해 보도한 배경인데, 그것은 북한주민들에게 피해상황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외곽선전매체를 이용한 것으로 보입니다.피해복구에 나선 주민들이 사망자와 행불자에 대해 알게 되면 신심이 떨어지고, 당국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고 노동신문이나, 중앙통신을 이용하지 않고 총련의 매체를 이용한 거지요.
다음으로 피해상황을 공식 발표하고 외부세계의 지원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우회적으로 밝힌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간 WFP, 세계식량계획을 비롯한 국제기구들은 북한수해를 지원하겠다고 여러 번 발표했고, 남한정부와 민간단체들도 대북지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습니다.
90년대 홍수 때도 북한은 ‘국가체면’을 차리며 국제사회에 긴급지원 요청을 질질 끌다 수백만 명의 주민들이 굶어 죽은 바 있지요. 그러나 이번까지 대규모 아사자를 낼 경우, 10년 전과 달리 민심이 당국을 더 이상 믿지 않기 때문에 할 수 없이 손을 내미는 것입니다.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지 않을 경우, 먹을 것을 찾아 떠돌아 다니는 '꽃제비'들이 늘어나고, 장마당 규제도 풀어야 하는 2중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도움을 청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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