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언론 뒤짚어 보기: 북한, 밖에선 6자 회담, 안에선 ‘자력갱생’ 강조
2006.12.22
베이징에서 제5차 6자회담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북한당국이 자력갱생의 혁명정신을 높이 발휘하자고 주민들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20일자 노동신문은 ‘자주의 신념으로 선군 조선의 번영기를 빛내자’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편집국 논설을 싣고, 주민들에게 자력갱생을 발휘하고, 개혁. 개방에 환상을 가지지 말데 대해 강조했습니다.
논설은 정치.경제, 선군사상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충성, 주민들의 사상문제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언급하면서 “자주의 신념을 지키고, 조국의 번영을 위해 자기의 모든 지혜와 열정을 다 바쳐 투쟁하자”고 호소했습니다.
노동신문이 6자회담이 진행되는 와중에 자력갱생을 촉구하는 것은 회담에서 북한당국이 바라는 대로 경제제재가 풀릴 가망이 보이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현재 6자회담은 “금융제재를 먼저 풀 것과 핵보유국 대우를 해 달라”는 북한과 “핵을 먼저 폐기하고, 그에 따른 경제지원을 받으라”는 미국을 비롯한 5개국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습니다.
북미 양국은 이 같은 입장을 밝히고, 본회의에서 토론된 내용들을 각기 자기나라에 통보하고, 그 지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핵 포기를 전제로 이번 회담에 나온 이상 절대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미국은 또 북한이 방코 델타 아시아은행(BDA)을 통한 ‘자금세탁’ 혐의를 인정하고, 위조달러 제조에 동원된 책임자 처벌과 동판 등 기계들을 폐기해야만 이 은행에 묶인 2천 4백만 달러를 풀어줄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9.19공동성명’의 이행단계로 들어갈 수 있다는 거지요,
만약 평양에서 답변이 오지 않을 경우, 북한대표단은 회담을 걷어치우고 북한으로 돌아가 또 자력갱생 혁명정신을 외치며 올 겨울을 보낼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신문이 밝힌 개혁.개방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남에게 기대를 걸고 자기 조국, 자기 민족의 발전을 이룩하려는 것은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강조한 데서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6자회담의 미국측 수석대표인 힐 국무부차관보는 북미, 북일간 관계정상화 문제에 대해 “9.19 공동성명을 보면 알지만 우리는 6자회담을 통해 북한과 다른 나라들과의 관계정상화를 추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노동신문 논설은 또한 중국과 한국 등 나라들의 회담 중재노력과 경제지원에 대해 환상을 가지지 말데 대해서도 강조했습니다. 논설은 “우리는 대국주의자들이 통합경제를 강요할 때에도 자립적 민족경제 건설의 기치를 높이 추켜들었으며, 남들이 시장경제를 제창할 때에도 우리의 경제건설 방식을 고수하고 자립적 경제 토대를 억세게 다져왔다”며 “자기 식의 경제건설 노선과 전략이 없으면 남의 풍에 놀게 되고 자체의 토대가 굳건하지 못하면 경제의 명줄이 외자에 매이게 되며 결국은 민족이 예속되기 마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중국에 대해 한 소리로 1978년 등소평은 북한에 대고 “개혁.개방을 같이 하자”고 수 차 권고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뿌리치고, 혼자서 수백 만 명의 주민들을 굶겨 죽이며, 사회주의 공업화의 기초를 다 뜯어 팔아먹은 근 25년 동안 중국은 개혁.개방에 성공했고, 중국경제는 연 9%의 성장세를 보이며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이 현실적 사실을 놓고, 논설은 “남의 것이 아무리 번창해도 자기 민족의 구미에 다 맞을 수 없고 남의 식을 모방한다고 하여 경제가 발전하는 것도 아니다”며, “고생 끝에 낙이 온다” 고 주장했습니다.
중국처럼 체제는 사회주의식으로 보존하되, 개혁.개방하면 인민들이 먹고 사는 문제를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는데도 북한당국은 21세기에도 폐쇄적인 ‘자력갱생 간고분투’를 외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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