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 北 당국, 봉수호사건에 왜 미국을 끌어들이나?
2006.03.31
북한 대남방송인 평양방송이 22일 '미국은 봉수호 사건에 대해 공식사죄하고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방송은 '봉수호 사건은 무엇을 보여주는가’라는 시사논평에서 “봉수호 사건으로 우리의 무역짐배(화물선)와 선원들은 극심한 피해를 입었다”며 “미국은 사건진상이 명백히 밝혀진 이상 저들이 저지른 해적행위와 반 공화국 모략행위를 공식사죄하고 피해보상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시다시피 봉수호는 3천743톤 급 북한 무역짐배입니다. 봉수호는 2003년 4월16일 빅토리아 연안에서 1억6천500만 달러 상당의 헤로인150kg을 고무보트에 실어 육지로 나르다 오스트랄리아(호주)경찰의 추격을 받아 나흘 뒤에 나포되었습니다.
경찰의 추격에 배에 타고 있던 선원들 중 1명이 사고로 숨지고, 31명은 체포되고 배는 압수당했습니다. 1년이 지나 27명의 선원들은 무죄판결을 받고 북한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4명도 2년 10개월 만에 북한으로 돌아갔습니다.
근 3년에 걸친 호주 경찰의 심문에서 봉수호 선원들은 끝까지 배에 마약이 실려있다는 사실을 몰랐다고 강부인(억지부인)했습니다. 호주당국도 그 많은 헤로인을 배에 실을 때까지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과연 몰랐겠는가 의심하면서도 '증거부족'으로 풀어주었습니다.
이상에서 보듯 '봉수호사건'은 북한과 호주 사이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봉수호 사건'에 미국을 걸고 들며 반미선전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이 정상적인 무역활동을 하고 있는 봉수호와 선원들에게 마약밀매혐의를 들씌워 호주의 불순세력을 사주해 배와 선원들을 강제 억류했다"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마약밀매는 국제범죄입니다. 호주당국도 그 많은 마약이 자기나라에 들여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위적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호주당국은 앞으로 마약반입을 철저히 반대한다는 의미에서 23일 회수한 봉수호를 바다로 끌고 나가 폭탄을 던져 수장해 버렸습니다.
알렉산더 다우너 호주 외무장관은 “우리가 봉수호를 격침시켜 마약밀매에 대해 얼마나 격분하고 있는지를 공개적으로 보여준 것은 아주 적절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이 미국을 걸고 드는 이유는 다른데 있지 않습니다. 최근 북한은 위조달러 제조와 마약밀매로 국제적 고립을 당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당국이 위폐제조와 마약밀매를 주도한다는 단서를 쥐고 그들과 거래하는 외국은행과 거래를 차단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문에 노동당 39호실 산하 해외은행에 예치시켰던 돈줄이 막히고, 북한은 '불량국가'로 찍혀 누구도 거래하려 하지 않습니다.
북한주민들은 바깥소식을 듣지 못하니 '봉수호사건'도 미국이 조종하고 공화국을 압살하려 했다고 분노를 느끼겠지만, 세상 밖에서 북한이 하는 불법적인 무역활동을 알게 되면 곧 이해가 될 것입니다.
만약 다른 나라가 북한에 마약을 대량적으로 들여오고, 북한 돈을 마구 찍어 퍼뜨린다면 격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북한도 마약과 위조달러를 비롯한 불법통제품을 가지고 장사하는 행위를 그만두어야 국제적 고립을 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