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
아무런 성과 없이 막을 내린 6자 회담의 아쉬움이 가시기도 전에 북한이 새로운 난제들을 연이어 제기하고 있어 북핵폐기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노동신문 25일자는 ‘파렴치한 핵 전횡’이라는 글에서 “미국은 핵 분야에서 별의별 짓을 다하면서도 우리가 평화적 핵 활동을 추진하려고 하면 무슨 큰 변이라도 난 것처럼 법석하며 한사코 반대해 나서고 있다”고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이는 6자 회담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베이징 공항에서 “우린 중유 먹는 기생충이 아니다”며 “핵폐기를 하려면 경수로가 들어와야 한다”고 말한 이후 나온 북한매체의 첫 반응으로 향후 6자 회담에 난항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측 수석대표 그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북한이 비핵화를 이행하고 핵무기전파방지조약(NPT)에 복귀해야만 대북 경수로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해 ‘선(先) 비핵화 -후(後) 경수로’라는 미국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9\x{2022}19 공동성명에도 “적절한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에 관한 경수로 제공문제에 대해 논의한다”고만 명시되어 있을 뿐, “제공한다”는 문구가 없습니다. 북한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경수로 문제를 제기하면 6자 회담이 공회전을 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사실 이번 회담에 가장 큰 걸림돌로 생각했던 경수로문제가 나오지 않아 북측의 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오히려 밖에서 이러한 돌발적인 발언들이 튀어나와 실망을 낳고 있습니다.
그러면 북한이 회담장 밖에서 군불을 때는 속심이 무엇일까요?
이번 6자 회담은 BDA문제가 해결되면 영변원자로를 폐쇄하기로 되어 있는 2.13합의 초기단계 이행을 총화하고, 불능화를 위한 2단계 시간표를 짜기 위한 자리였습니다.
진전이 없이 막을 내린 6자 회담을 놓고 북한이 여기까지 밖에 더 갈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북한이 핵을 완전히 포기할 수 없는 사정과 관련되어 있지요.
무엇보다 핵을 가지고 있어야 최악의 경우에도 이라크의 후세인과 같은 운명을 당하지 않을 거라는 김정일과 북한군부가 핵 폐기를 반대할 것이며, 또 남한, 미국과 협상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이런 효자몽둥이를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것은 명약관화(明若觀火) 한 사실입니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경우를 두 가지로 점쳐볼 수 있는데, 하나는 개혁개방에 박차를 가해 중국처럼 성공하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개혁개방에 실패해서 정권을 내주게 되는 경우입니다.
설사 개혁개방 연착륙에 성공한다 해도 김정일 패밀리가 계속 정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습니다. 이렇게 둘 다 불리한 카드이기 때문에 김정일은 결코 핵포기라는 결단적 용기를 내릴 수 없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에 핵무기를 폐기할 것처럼 보여주고 “경수로를 내놓으라”고 시간을 끌고, 주민들에게는 미국을 비난하고 있습니다.
한때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했던 부시 대통령의 입장도 많이 유화해진 상황에서 북한이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제임스 켈리 前 미국무부 차관보도 북미관계 정상화와 관련해 “북한이 빨리 핵을 폐기한다면 부시 행정부 임기 내 수교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며 “미국은 남한과 협력해 북한과 평화협정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핵을 포기함으로써 체제 보장과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남북 경협 및 국제 원조를 통한 경제 성장, 국제사회 복귀 등 막대한 이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북한은 94년 제네바 합의 때도 시간을 끌다가 미국과 수교하는 기회를 놓쳐버렸습니다. 만약 북한이 시간 끌기에 매달려 부시 정권 임기를 넘긴다면 다음 정권에서 또다시 밧줄 당기기를 해야 합니다. 그러면 그 동안의 고통과 불행은 고스란히 인민들이 뒤집어 써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