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해외순방에 나선 북한 김영남 최고 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옛 동맹국이었던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여러 나라들을 차례로 방문해 향후 북한의 외교 경제적 변화에 주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정영
조선중앙통신은 31일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30일 멜레스 제나위 에티오피아 총리와 회담을 갖고 “쌍방은 두 나라 사이의 친선관계를 더욱 발전시킬 데 대해서와 호상 (상호) 관심사에 대하여 의견을 교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북한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위원장은 지난 20일 몽골을 시작으로, 알제리, 이집트, 에티오피아, 싱가포르를 차례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올해 79세인 고령의 몸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공세적으로 해외순방길에 오른 것은 2.13합의 이후 변화된 국제적 환경에 맞게 국제사회와 협조를 강화해 경제발전과 대외협력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이번 순방에는 박의춘 외무상과 보건상, 외무성 부상, 무역성 부상, 육해운성 참모장 등 경제외교 실무진이 다소 포진되어 있어 경제협력 문제와 외교문제에 주안점을 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북한이 한때 사회주의 우방으로 여기던 멩기스토 하일레 마리암을 무너뜨린 멜라스 제나위(Meles Zenawi) 신 에티오피아 정부와 만나 양국간 친선관계 발전에 대해 논의해 흥미를 끌고 있습니다.
1974년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던 멩기스투 하일레 마리암은 사회주의를 표방하면서 90년에는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과 면담하고 군사협력 문제를 협의했던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맹방이었습니다. 그러던 1991년 멜라스가 이끄는 에티오피아 인민혁명민주전선(EPRDF)이 수도 아디스아바바를 점령하고 17년간 지속된 사회주의 정권을 붕괴시키고 다당제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신정권을 수립했습니다. 현재 멩기스투는 이웃 나라인 짐바브웨로 망명해 살고 있습니다.
결국 옛 친구의 적과 친구가 된다는 소리인데, 북한은 과거 국제 공산주의 원칙에 따라 사회주의 정권이 무너진 나라에 정부 고위급을 파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이번 에티오피아 방문은 과거 국제공산주의 룰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실리를 따지는 외교를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는 거죠.
한편 잇단 북한 수뇌부들의 해외순방도 “돈줄을 찾아 해외로 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일 첫 코스로 몽골에 도착한 김 위원장은 노동력이 부족한 몽골에 건설인력을 파견하는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고, 또 세번째 방문지인 이집트에 도착해서는 최근 평양 상원시멘트공장에 투자하기로 한 이집트 기업 오라스콤 건설에 감사를 전하고 양국간 경제협력방안에 대해 논의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제 4차 중동전쟁 때 이집트를 도와 조종사를 파견해 아직도 아주 돈독한 우의를 유지하고 있는 북한은 이집트 회사가 평양 상원시멘트에 1억 1천500만 달러를 투자하는데 승인을 했고, 상원시멘트의 지분 50%를 넘기는데도 동의한 바 있습니다.
한편 오는 10월쯤에는 김영일 내각 총리가 베트남을 공식 방문할 예정이어서 북한이 옛 사회주의 국가들처럼 개혁개방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낳고 있습니다. 베트남도 같은 사회주의를 표방했던 나라인데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전환시키는데 성공한 나라로 꼽히기 때문에 북한이 베트남이 걸어온 길을 모방(벤치마킹) 하지 않겠냐는 거죠.
물론 주변의 이러한 추측도 일리가 있지만, 실제로 개혁개방을 하겠는가 하는 의지는 전적으로 북한당국에 달려있습니다. 북한이 94년 ‘제네바 합의’를 무시하고 핵을 만든 것처럼 이번에도 세계 여러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개혁 개방할 것처럼 또 허풍을 떨지 않는지 우려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