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진: 조선중앙 TV, 월드컵 장면 어떻게 받나?


2006.06.16

요즘 세계적으로 빅뉴스로 꼽히는 화제는 바로 월드컵일 것입니다. 북한에는 '세계축구선수권대회'로 알려져 있지요. 지난 9일 독일에서 개막된 월드컵은 7월 10일까지 진행되는데, 남한은 13일 아프리카 또고(토고)와 1차전을 치루어 2-1승을 거두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한국은 월드컵열기로 뜨겁게 달아 올랐습니다.

이런 월드컵을 북한주민들도 보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더군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14일 "조선중앙 텔레비전 방송은 11일 저녁부터 지상파 방송을 통해 2006 독일월드컵 개막식과 독일-코스타리카경기를 1시간 동안 방영했다"고 보도하고, "지금 평양시는 온통 월드컵 열기로 들끓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신문은 이번 녹화중계가 북한의 축구애호가뿐 아니라 주민들의 관심이 고조돼 가는 가운데 남측 방송위원회의 협조에 따라 이뤄졌다며 "앞으로 열띤 경기모습이 TV를 통해 수시로 방영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은 66년 영국(잉글랜드)월드컵 이탈리아전에서 박두익의 천금 같은 꼴로 1-0 승리를 거둬 8강까지 올라갔던 전적이 있습니다. 비록 주장 신영균을 비롯한 월드컵 8강 영웅들이 '혁명화' 내려간 다음 축구단이 해산되어 40년 동안 본선 무대에 나서지 못했지만, 그때를 기억하는 축구애호가들과 주민들의 열기는 아직 식지 않았나 봅니다.

북한당국은 그 후 월드컵에 참가한 나라들 대부분이 발전된 자본주의 나라들이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주는 영향이 나쁠 것을 우려해 방영을 자제해 왔지요, 그런 월드컵을 다시 방영한다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여러분들은 월드컵을 보면서도 그것이 어떻게 방영되게 됐는지 아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조선신보가 "남측의 협조아래 월드컵을 중계하게 됐다"고만 짤막하게 소개했을 뿐, 다른 선전매체들은 소개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5월 30일 북한은 조선중앙방송위원회 명의로 독일 월드컵주요경기를 북한에서도 볼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남측에 제기해왔습니다.

북한이 남한에 월드컵시청 협조를 처음 요청해왔고, 북한주민들도 월드컵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남한 방송위원회는 국제축구연맹 FIFA에 이러한 상황을 통보하고 추가로 돈을 들여 태국의 방송사를 통해 월드컵 장면들을 북한으로 송출하게 된 것입니다.

그럼 북한이 월드컵 중계를 왜 남쪽에 요청했을까요?

65억 세계인의 최대 관심사인 월드컵은 그만큼 방송중계료가 만만치 않게 비쌉니다. 나라마다 월드컵 중계권을 얻자면 국제축구연맹(FIFA)에 돈을 내고 사야 합니다. 남한은 중계권을 따기 위해 FIFA의 판매대행사인 인프런트사에 2천500만 달러를 지불하고 생방송을 방영하고 했지요,

FIFA가입국인 북한도 월드컵중계권한은 있으나, 중계권을 살만한 돈이 없어 남한의 중계권을 지원받아 조선중앙 TV에서 쏘는 것입니다. 위성중계에 드는 비용은 중계료와 위성사용료를 포함해 약 1억5000만원(약 15만달러)입니다.

문제는 이렇게 지원된 월드컵장면을 주민들이 제대로 보겠는가 하는 건데요, 과거 북한은 미국, 일본, 남한 등 적대국가들이 승리한 경기는 안 내보내고, 패한 경기만 쏴주었습니다.

그리고 평양은 그런 데로 괜찮은데, 10시만 되면 정전되는 지방주민들은 월드컵을 볼 수 없다는 아쉬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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